비가 오네요.. 비가 오는 날에는 어떤것들이 떠오르나요..?난요.. 비가 오면은요.. 참 떠오르는 것들이 많답니다. 제일 먼저 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올라요. 초등학교 시절 여름때였어요. 할머니가 비올것 같으니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하셨죠. 비오면 바로 마당에 널어 놓은 고추를 덮어야 한다구요. 여태껏 말린다고 고생한 빨간고추를 비에 홀딱 맞게 할 수 없다고 할머니는 걱정하셨던거겠죠. 그땐 몰랐어요. 정말 비가 올줄은.. 왜냐하면 하늘은 정말 엄청나게 맑았었거든요. 그래서 할머니 말씀은 뒤로한 체 우리 삼남매는 마을 아래 개울가에 수영을 하러 갔지 뭐에요. 그런데 정말 할머니의 말이 옳았던거 있죠. 수영을 즐겁게 하고 있는데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거에요. 소나기 였어요. 우리는 깜짝 놀래서 집으로 뛰어 갔죠. 할머니는 비에 홀딱 젖었고 고추도 마찬가지 였어요. 듬성듬성 할머니 혼자 비닐종이로 덮긴 했지만 이미 고추는 비를 맞아버릴 때로 맞아버린 거죠. 할머니는 우리를 향해 옆에 놓여져 있던 커다란 돌덩이들을 주서 던지며 고래고래 욕을 퍼부으셨어요. &#-9; 비러떡물년, 차볿아 떤지삘라마. 할매가 비올끼라고 나가지 말라 캐따 아이가~ &#-9; 하면서 말이죠..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할머니의 구성진 욕지거리가 머릿속에 맴돌며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자아내요. 보고싶은 우리 할머니.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어요. 나는 어릴때부터 비 맞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어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면 신발을 벗고 맨발로 동생들과 온동네를 뛰어다니며 누볐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차게 내리는 억수비를 맞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 그 느낌을 알지 못할거에요. 특히 시골비는 말이죠. 그 느낌이 더 끝내준답니다. 한번은 대학생때였어요. 진주에서 여동생과 자취를 하며 지냈었죠. 여동생과 시내에 놀러나갔다가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갑자기 또 비가 내렸어요. 우리는 버스를 타는 대신, 우산을 사 쓰는 대신, 비를 맞기로 결정했어요. 비닐봉지에 지갑과 휴대폰과 젖으면 안 될 것들을 넣고 봉했어요. 그리고는 쏟아지는 빗속에 몸을 맡긴 거죠. 사람들이 보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어요. 그때는 사람들의 시선따윈 상관없었어요. 그저 우리가 맞는 이 비에만 집중하고 우리의 그 시간에만 몰입했거든요. 어찌나 즐거웠던지. 여동생과 나는 정말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대학교 1학년때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내 손으로 번 돈으로 처음 산 것이 나의 노란 자전거였어요. 거금을 들여 산 노란자전거는 나의 소중한 친구나 다름이 없었죠. 노란자전거를 타고 남은 여름방학 동안 또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아르바이트가 끝나는 시간은 밤 12시였어요.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나면 대학시절 첫 친구인 은씨와 종종 자전거 드라이브를 즐기곤 했어요. 그날도 비가왔었죠. 친구의 드라이브 제안에 기쁨의 미소를 지으며 우리는 비오는 밤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누볐어요. 어쩌면 비오는 날 밤의 자전거 드라이브는 위험한 일이었을지도 몰라요. 그치만 그땐 몰랐던거죠. 그것이 그토록 위험한 행동인지는. 그저 그 순간에 행복해했어요. 스무살. 그때 경험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라고나 할까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그때 그것이 우리의 자유였구나. 은씨도 그때를 가끔 기억해줄까요..? 비가 오는 날이면, 우리의 그때 그 기억을 가끔씩 추억해줄까요? 은씨가 보고 싶어집니다. 하루는요 비가 오는 밤이었어요.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였죠.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데 창밖에서 빗소리가 청각을 자극하는 거에요.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음악소리와 함께 융화되는 밤의 냄새. 빗소리는 꼭 피아노 소리마냥 맑았어요. 비. 음악. 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삼각관계로 엮어 봅니다. 그거 알아요..? 비가 사람의 마음을 사랑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무심코 맞은 빗방울이 피부 속으로 촉촉히 스며들듯이 사랑의 감정 또한 그 빗방울과 함께 심장으로 스며든다는 것을요.. 내가 그랬던것 같거든요.. 그랬어요.. 첫사랑이라고 말해도 될까요? 그 사람을.. 그를 처음 만났던 날도 비가 내렸어요. 어떤 모임이었죠. 모임에서 헤어져 집으로 왔는데. 메신져를 통해 그가 말을 걸어 왔어요. 잘 들어 갔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그냥 농담삼아 아이스크림을 사달라 그랬죠. 그랬는데 그가 정말 사준다는 거에요. 같은 동네에 살았던 그가 우산을 쓰고 비오는 밤거리를 걸어 우리집 앞에 까지 왔어요. 그리곤 그의 우산을 쓰고 편의점을 찾아 걸었죠. 그도 말이 없었고 나도 말이 없었어요. 어색하고 미묘한 감정만이 오고갔고 우산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만이 밤의 정적을 깨울 뿐이었죠. 그러던 사이 편의점에 다달았고. 나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집어 들었어요. 그는 먹지 않고 나만 먹었어요. 다시 편의점을 나와 우리집을 향해 걸었죠. 나는 아이스크림으로 어색함을 달랬고, 그는 우산을 드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떨림. 어색함 속에 느껴지는 그 떨림을 아나요? 그 복잡미묘하면서도 알고보면 단순하기 그지 없는 설레임이란 감정을. 그 설레임이 아직도 내 옆을 맴도는 것 같네요. 그렇게 그에게 풋사랑의 감정을 느꼈던것 같아요. 허나 풋사랑은 풋사랑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만거죠. 그와 나는 서로 사랑하지 못했어요. 그는 연애라는 단어에 자신감이 없었어요. 그래서 나는 나 혼자 더 많이 사랑하게 되어서 나 혼자 더 많이 상처받게 되는 것이 두려워 사랑앞에 자신 없는 그를 놓아버렸던 거죠. 우리의 사랑은 시작도 못해 보고 끝이나 버렸어요. 그렇게 말이에요. 이것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시작도 못해보고 끝난 풋사랑을.. 그리고 몇년 뒤, 내가 정말 사랑이란 것에 빠졌어요. 지금 사랑하고 있는 이 사람이랍니다. 그는 그저 같은 동호회 오빠였어요. 장난 잘 치고 서로 놀리고 그러는 친한 오빠동생 사이 정도. 그러던 어느날이었어요. 둘이서만 영화를 보게 된 날이 있었어요. 그날도 어김없이 비가 내렸어요. 비내리는 날 우산 들고 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고 사진을 찍어달랬는데 우와- 정말 멋진 화보처럼 나온거 있죠. 그러다가 비오는 거리를 걸었어요. 우산을 각각 쓰고 둘이서 나란히 걷다보니 우산끼리 부닥치고 해서 불편한 거에요. 그래서인지 그가 자기 우산으로 들어오라고 했던 것 같아요. 나는 내 우산을 접고 그의 우산 밑으로 들어갔어요. 비내리는 하늘 아래 까맣고 큰 우산 속에는 우리 둘 뿐이었어요. 팔과 팔이 살자쿵 닿였어요. 순간 놀래서 움찔했죠. 지금은 그의 우산 밑에서 그의 허리를 감싸고 걷지만 그땐 뻗뻗하게 굳어서 팔은 차렷자세로 걸었겠죠. 그 모습을 그리니 웃음이 나네요. 비가 우리를 더 가깝게 해줬던것 같아요. 그 순간에는 그가 오빠가 아닌 남자로 느껴졌었거든요. 나를 설레이게 만드는 남자 말이에요. 그에게도 내가 여자처럼 느껴졌을테죠? 그랬으니 우리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이유일테니까요. 그 후로 정말 우린 연인이 되었어요. 아마 그때 비오는 거리를 단둘이 걷지 않았다면 우리 둘이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비는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거죠. 연인이 된지 한달이 지났을 때쯤 우린 서울로 여행을 갔다 왔어요.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갔다가 그다음날 밤기차를 타고 내려왔죠. 내려오는 도중 대구를 지나는데 비가 막 쏟아졌어요. 기차의 창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빗줄기는 부산에 도착하기까지 멈추질 않았어요. 기차에 내려 우린 버스정류장까지 비를 맞으며 뛰었어요. 그땐 우산이 없었거든요. 그의 손을 잡고 무수히 떨어지는 빗속을 뚫고 달렸어요. 그와 함께라면 우산이 없어도 아무런 상관없었어요. 우리 둘다 옷이 홀딱 젖어버렸어요. 버스를 타고 집근처에 내렸어요. 일단은 비를 피해야 했기에 지하철 엘리베이터 앞에 섰어요. 우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염없이 쏟아지는 비만 바라보고 있었죠. 그때 마침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우리에게 우산 하나를 건네 주셨어요. 어찌나 감사하던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시는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비를 맞아 차가워진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는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우산을 건네 받곤 그 우산을 쓰고 집앞까지 갔어요. 집으로 들어가 수건을 갖고 나와 대문앞에 서있는 그에게로 가서 비맞은 얼굴과 머리를 닦아 주었어요. 그리고 그는 그 빗속을 다시 뚫고 집으로 돌아갔답니다. 그땐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요? 따뜻한 커피한잔 먹여서 보내야겠다는..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참 무심했던거 같네요. 작년엔 그에게 차가 있었어요. 하얀 엑센트 중고차였어요. 나는 그 차를 흰둥이라고 불렀죠. 비가 오는 날 흰둥이를 타고 송정으로 드라이브를 갔어요. 감미로운 발라드곡을 크게 틀고 빗속을 뚫고 달리는 드라이브는 정말 환상적이에요. 비오는 바닷가는 두말 하면 잔소리구요. 빗소리와 밀려오는 파도소리의 혼합된 색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에요. 바닷가 가장자리에 주차를 해놓고 비오는 밤바다를 감상했어요. 그러다 네비게이션에 영화를 플레이 시켰죠. 비오는 날 바닷가에서 영화감상이라.. 정말 멋지죠..? 그런데 있잖아요.. 우리는 그걸 보다가 그만 잠들어버렸지 뭐에요.. 눈을 떠 보니 글쎄 새벽이 밝아오고 있더라구요.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에요. 비오는 날 밤 차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잠들어 본적 있나요..? 그런적 없으면 말을 마세요.. 그리고 경험해 보세요. 얼마나 경이롭고 감상적이고 행복한지를요.. 오늘도 비가 오네요. 비오는 오늘은 이 글을 쓰던 내 모습을 기억하게 될테죠. 비가 오는 날은 정말 내게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줬던것 같아요. 이 글속에 다 적어내리진 못했지만, 그리고 내가 기억해내지 못한 것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 소중했던 추억을 마음으로 알 수 있어요. 그래요. 비가 와서 더 그럴거에요. 몸에 와 닿는 빗방울의 자그마한 자극으로도 나는 느낄 수 있는 거에요. 비가 오네요.. 비 오는 오늘 당신은 무슨 생각이 드나요..? 어떠한 일들이 있었나요.. 기억해보세요. 그리고 추억해보세요. 시간이 지나면 느낄 수 있을거에요. 그대의 입가에 핀 행복의 미소를요.. Copyright ⓒ Hoing♥ All Rights Reserved2008.06 :: d50 서면
비가 오는 날에는..
비가 오네요.. 비가 오는 날에는 어떤것들이 떠오르나요..?
난요.. 비가 오면은요.. 참 떠오르는 것들이 많답니다.
제일 먼저 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올라요. 초등학교 시절 여름때였어요.
할머니가 비올것 같으니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하셨죠. 비오면 바로 마당에 널어 놓은 고추를 덮어야 한다구요.
여태껏 말린다고 고생한 빨간고추를 비에 홀딱 맞게 할 수 없다고 할머니는 걱정하셨던거겠죠.
그땐 몰랐어요. 정말 비가 올줄은.. 왜냐하면 하늘은 정말 엄청나게 맑았었거든요.
그래서 할머니 말씀은 뒤로한 체 우리 삼남매는 마을 아래 개울가에 수영을 하러 갔지 뭐에요.
그런데 정말 할머니의 말이 옳았던거 있죠. 수영을 즐겁게 하고 있는데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거에요.
소나기 였어요. 우리는 깜짝 놀래서 집으로 뛰어 갔죠. 할머니는 비에 홀딱 젖었고 고추도 마찬가지 였어요.
듬성듬성 할머니 혼자 비닐종이로 덮긴 했지만 이미 고추는 비를 맞아버릴 때로 맞아버린 거죠.
할머니는 우리를 향해 옆에 놓여져 있던 커다란 돌덩이들을 주서 던지며 고래고래 욕을 퍼부으셨어요.
&#-9; 비러떡물년, 차볿아 떤지삘라마. 할매가 비올끼라고 나가지 말라 캐따 아이가~ &#-9; 하면서 말이죠..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할머니의 구성진 욕지거리가 머릿속에 맴돌며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자아내요.
보고싶은 우리 할머니.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어요.
나는 어릴때부터 비 맞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어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면 신발을 벗고 맨발로 동생들과 온동네를 뛰어다니며 누볐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차게 내리는 억수비를 맞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 그 느낌을 알지 못할거에요.
특히 시골비는 말이죠. 그 느낌이 더 끝내준답니다.
한번은 대학생때였어요. 진주에서 여동생과 자취를 하며 지냈었죠.
여동생과 시내에 놀러나갔다가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갑자기 또 비가 내렸어요.
우리는 버스를 타는 대신, 우산을 사 쓰는 대신, 비를 맞기로 결정했어요.
비닐봉지에 지갑과 휴대폰과 젖으면 안 될 것들을 넣고 봉했어요.
그리고는 쏟아지는 빗속에 몸을 맡긴 거죠. 사람들이 보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어요.
그때는 사람들의 시선따윈 상관없었어요.
그저 우리가 맞는 이 비에만 집중하고 우리의 그 시간에만 몰입했거든요.
어찌나 즐거웠던지. 여동생과 나는 정말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대학교 1학년때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내 손으로 번 돈으로 처음 산 것이 나의 노란 자전거였어요.
거금을 들여 산 노란자전거는 나의 소중한 친구나 다름이 없었죠.
노란자전거를 타고 남은 여름방학 동안 또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아르바이트가 끝나는 시간은 밤 12시였어요.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나면 대학시절 첫 친구인 은씨와 종종 자전거 드라이브를 즐기곤 했어요.
그날도 비가왔었죠. 친구의 드라이브 제안에 기쁨의 미소를 지으며 우리는 비오는 밤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누볐어요.
어쩌면 비오는 날 밤의 자전거 드라이브는 위험한 일이었을지도 몰라요.
그치만 그땐 몰랐던거죠. 그것이 그토록 위험한 행동인지는. 그저 그 순간에 행복해했어요.
스무살. 그때 경험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라고나 할까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그때 그것이 우리의 자유였구나.
은씨도 그때를 가끔 기억해줄까요..?
비가 오는 날이면, 우리의 그때 그 기억을 가끔씩 추억해줄까요?
은씨가 보고 싶어집니다.
하루는요 비가 오는 밤이었어요.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였죠.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데 창밖에서 빗소리가 청각을 자극하는 거에요.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음악소리와 함께 융화되는 밤의 냄새. 빗소리는 꼭 피아노 소리마냥 맑았어요.
비. 음악. 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삼각관계로 엮어 봅니다.
그거 알아요..? 비가 사람의 마음을 사랑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무심코 맞은 빗방울이 피부 속으로 촉촉히 스며들듯이
사랑의 감정 또한 그 빗방울과 함께 심장으로 스며든다는 것을요..
내가 그랬던것 같거든요.. 그랬어요.. 첫사랑이라고 말해도 될까요? 그 사람을..
그를 처음 만났던 날도 비가 내렸어요. 어떤 모임이었죠.
모임에서 헤어져 집으로 왔는데. 메신져를 통해 그가 말을 걸어 왔어요.
잘 들어 갔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그냥 농담삼아 아이스크림을 사달라 그랬죠.
그랬는데 그가 정말 사준다는 거에요.
같은 동네에 살았던 그가 우산을 쓰고 비오는 밤거리를 걸어 우리집 앞에 까지 왔어요.
그리곤 그의 우산을 쓰고 편의점을 찾아 걸었죠. 그도 말이 없었고 나도 말이 없었어요.
어색하고 미묘한 감정만이 오고갔고 우산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만이 밤의 정적을 깨울 뿐이었죠.
그러던 사이 편의점에 다달았고. 나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집어 들었어요. 그는 먹지 않고 나만 먹었어요.
다시 편의점을 나와 우리집을 향해 걸었죠.
나는 아이스크림으로 어색함을 달랬고, 그는 우산을 드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떨림. 어색함 속에 느껴지는 그 떨림을 아나요?
그 복잡미묘하면서도 알고보면 단순하기 그지 없는 설레임이란 감정을.
그 설레임이 아직도 내 옆을 맴도는 것 같네요. 그렇게 그에게 풋사랑의 감정을 느꼈던것 같아요.
허나 풋사랑은 풋사랑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만거죠. 그와 나는 서로 사랑하지 못했어요.
그는 연애라는 단어에 자신감이 없었어요.
그래서 나는 나 혼자 더 많이 사랑하게 되어서
나 혼자 더 많이 상처받게 되는 것이 두려워 사랑앞에 자신 없는 그를 놓아버렸던 거죠.
우리의 사랑은 시작도 못해 보고 끝이나 버렸어요. 그렇게 말이에요.
이것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시작도 못해보고 끝난 풋사랑을..
그리고 몇년 뒤, 내가 정말 사랑이란 것에 빠졌어요.
지금 사랑하고 있는 이 사람이랍니다. 그는 그저 같은 동호회 오빠였어요.
장난 잘 치고 서로 놀리고 그러는 친한 오빠동생 사이 정도. 그러던 어느날이었어요.
둘이서만 영화를 보게 된 날이 있었어요. 그날도 어김없이 비가 내렸어요.
비내리는 날 우산 들고 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고 사진을 찍어달랬는데 우와- 정말 멋진 화보처럼 나온거 있죠.
그러다가 비오는 거리를 걸었어요.
우산을 각각 쓰고 둘이서 나란히 걷다보니 우산끼리 부닥치고 해서 불편한 거에요.
그래서인지 그가 자기 우산으로 들어오라고 했던 것 같아요.
나는 내 우산을 접고 그의 우산 밑으로 들어갔어요.
비내리는 하늘 아래 까맣고 큰 우산 속에는 우리 둘 뿐이었어요. 팔과 팔이 살자쿵 닿였어요. 순간 놀래서 움찔했죠.
지금은 그의 우산 밑에서 그의 허리를 감싸고 걷지만 그땐 뻗뻗하게 굳어서 팔은 차렷자세로 걸었겠죠.
그 모습을 그리니 웃음이 나네요. 비가 우리를 더 가깝게 해줬던것 같아요.
그 순간에는 그가 오빠가 아닌 남자로 느껴졌었거든요. 나를 설레이게 만드는 남자 말이에요.
그에게도 내가 여자처럼 느껴졌을테죠? 그랬으니 우리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이유일테니까요.
그 후로 정말 우린 연인이 되었어요.
아마 그때 비오는 거리를 단둘이 걷지 않았다면 우리 둘이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비는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거죠.
연인이 된지 한달이 지났을 때쯤 우린 서울로 여행을 갔다 왔어요.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갔다가 그다음날 밤기차를 타고 내려왔죠.
내려오는 도중 대구를 지나는데 비가 막 쏟아졌어요.
기차의 창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빗줄기는 부산에 도착하기까지 멈추질 않았어요.
기차에 내려 우린 버스정류장까지 비를 맞으며 뛰었어요. 그땐 우산이 없었거든요.
그의 손을 잡고 무수히 떨어지는 빗속을 뚫고 달렸어요. 그와 함께라면 우산이 없어도 아무런 상관없었어요.
우리 둘다 옷이 홀딱 젖어버렸어요. 버스를 타고 집근처에 내렸어요.
일단은 비를 피해야 했기에 지하철 엘리베이터 앞에 섰어요.
우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염없이 쏟아지는 비만 바라보고 있었죠.
그때 마침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우리에게 우산 하나를 건네 주셨어요. 어찌나 감사하던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시는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비를 맞아 차가워진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는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우산을 건네 받곤 그 우산을 쓰고 집앞까지 갔어요.
집으로 들어가 수건을 갖고 나와 대문앞에 서있는 그에게로 가서 비맞은 얼굴과 머리를 닦아 주었어요.
그리고 그는 그 빗속을 다시 뚫고 집으로 돌아갔답니다.
그땐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요? 따뜻한 커피한잔 먹여서 보내야겠다는..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참 무심했던거 같네요.
작년엔 그에게 차가 있었어요. 하얀 엑센트 중고차였어요. 나는 그 차를 흰둥이라고 불렀죠.
비가 오는 날 흰둥이를 타고 송정으로 드라이브를 갔어요.
감미로운 발라드곡을 크게 틀고 빗속을 뚫고 달리는 드라이브는 정말 환상적이에요.
비오는 바닷가는 두말 하면 잔소리구요. 빗소리와 밀려오는 파도소리의 혼합된 색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에요.
바닷가 가장자리에 주차를 해놓고 비오는 밤바다를 감상했어요.
그러다 네비게이션에 영화를 플레이 시켰죠. 비오는 날 바닷가에서 영화감상이라.. 정말 멋지죠..?
그런데 있잖아요.. 우리는 그걸 보다가 그만 잠들어버렸지 뭐에요..
눈을 떠 보니 글쎄 새벽이 밝아오고 있더라구요.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에요. 비오는 날 밤 차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잠들어 본적 있나요..?
그런적 없으면 말을 마세요.. 그리고 경험해 보세요. 얼마나 경이롭고 감상적이고 행복한지를요..
오늘도 비가 오네요. 비오는 오늘은 이 글을 쓰던 내 모습을 기억하게 될테죠.
비가 오는 날은 정말 내게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줬던것 같아요.
이 글속에 다 적어내리진 못했지만, 그리고 내가 기억해내지 못한 것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 소중했던 추억을 마음으로 알 수 있어요.
그래요. 비가 와서 더 그럴거에요.
몸에 와 닿는 빗방울의 자그마한 자극으로도 나는 느낄 수 있는 거에요.
비가 오네요.. 비 오는 오늘 당신은 무슨 생각이 드나요..?
어떠한 일들이 있었나요.. 기억해보세요. 그리고 추억해보세요.
시간이 지나면 느낄 수 있을거에요.
그대의 입가에 핀 행복의 미소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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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 :: d50 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