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지역의 꿈 옥천상고를 되살리자 (1) 옥천상업고등학교를 바라보는 두 세 가지 우울한 시선들
정창영2008.11.27
조회527
옥천상고에 미래는 있는가 옥천상업고등학교를 바라보는 두 세 가지 우울한 시선들
옥천상고 전경
지난 2004년 12월 본지에는 특별한 이름의 중학생에 관한 소식이 실렸습니다. 송하슬람(20). 송 군은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한다는 낭보를 전해왔습니다. 그는 인문계에 진학할 실력이 없어서 전문계 고등학교를 택한 것이 아닙니다.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5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합니다. 송 군은 ‘세계 최고의 요리사’라는 꿈을 위해 과감히 전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는 군 복무를 하고 있어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어머니 이규숙(48, 이원면)씨에게서 아들의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제대 후에는 영국 공립요리학교로 유학을 다녀오겠다는 계획을 세워두었다고 합니다. 돌아와서는 고급 호텔의 주방장이 될 수도 있고 대학 강단에 설 수도 있고 자신의 이름으로 외식사업을 펼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의 행복한 미래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와 4년제 대학을 가고 다시 군대를 다녀와 20대 후반이 돼서야 겨우 &#-9;취업전쟁터 이등병&#-9; 신세를 면치 못하는 대다수의 젊은이들과 대비할 때 송 군의 이야기는 더욱 특별하고 빛이 납니다. 그는 전문계 고등학교 졸업생도 성공적인 인생,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가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옥천상고가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역의 유일한 전문계 고등학교가 외면 받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준비해야 할까요?
◆공부 따로 진로 따로인 현실 효림이와 가람이(가명, 19)는 옥천상고(교장 한봉수) 3학년이다. 효림이(옥천읍 금구리)는 진학을 가람이(옥천읍 대천리)는 취업을 택했다. 두 사람은 원래 제빵사가 되고 싶었지만 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상고에 제과제빵과가 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대신 효림이는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했고 가람이는 돈을 왕창 벌어 가게를 낼 계획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인생계획을 꼼꼼히 세웠다. 특별히 진로지도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지난 3년 간 학교생활은 그녀들에게 &#-9;인생의 공백기&#-9;나 마찬가지였다. 별다른 의미도 없었고 도움도 받지 못했다. 적어도 진로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데는 그랬다는 뜻이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건 별로 도움이 안 돼요. 기껏해야 엑셀 같은 건데 그런 건 요즘 개인적으로도 다 공부하잖아요. 실컷 배워도 막상 취업하려면 공장 생산직 자리 밖에 없는데 엑셀이 무슨 필요가 있어요? 학교 수업도 2학년 때까지는 거의 똑같아요. 3학년 돼서 겨우 전공별로 2개 정도 수업을 해요. 1년 갖고 무슨 특별한 기술을 배우겠어요? 그리고 배우는 것도 컴퓨터뿐이에요. 완전 여중 4학년이에요."
가람이는 학교에서 배울 게 없다고 했다. 그래서 몇 몇 친구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따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원을 다닌다고 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대학 진학을 한다. 사실 요즘은 대학 진학률이 취업률보다 훨씬 높다. 한봉수 교장은 "10월 중순 현재 취업이나 진학이 확정된 학생이 100명이 넘는다"고 했다. 효림이도 그 중 하나다. 4년제 대학을 나와 공무원이 되는 게 목표다. 하지만, 그녀가 처음부터 공무원이 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상고면 취업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취업해도 언제 짤릴지 모르고 또 저보다 나중에 취업하는 4년제 대학 나온 애보다 월급도 낮잖아요. 인문고에 비해서 내신점수 만들기가 그래도 쉬우니까 대학교 가는 애들이 많아요. 근데 4년제 가는 애들은 솔직히 별로 없고요. 학교랑 연계돼 있는 2~3년제가 많아요. 수능 크게 안 보고 내신이랑 면접으로 가는 거 있잖아요. 애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해요. 진학을 하더라도 학교에서 배운 거랑 관련 있는 과로 가면 좋은데 그런 애들 별로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완전 공부 따로 진학 따로에요. 고등학교 때부터 하고 싶은 거 할 순 없는 건가요?"
◆상고가 좋아서 가는 게 아니다 두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내린 결론은 &#-9;옥천상고의 현재 시스템은 매력도 없고 비전도 없다&#-9;였다. 옥천상고는 현재 △인터넷상거래과 △경영학과 △정보처리과 등 3개의 과로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됐던 것처럼 세 학과 사이에 실질적으로 큰 차별성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9;학과&#-9;를 보고 &#-9;상고&#-9;를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계 고등학교가 전문성을 전혀 담보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재학생뿐만 아니다. 외부의 시선은 더 매섭고 차갑다. 당장 내년 3월 상고에 입학하는 중3학생들의 인식이 그렇다. 규영(16, 옥천읍 가화리), 희재(16, 옥천읍 마암리), 연희(16, 옥천읍 장야리. 이상 가명)는 옥천상고로 진학을 결정했지만 행복하지는 않다.
"상고가 좋아서 가는 게 아니고요 인문고 갈 성적이 안 돼서 어쩔 수 없이 가는 거에요. 또 성적이 된다고 해도 인문고는 완전 감옥이라서 가기 싫어요. 아, 옥천에서는 진짜 갈 데 없어요. (규영)" "제가 초등학교 때요 어른들이 그랬어요. 옥천상고 교복 입은 언니, 오빠들 길에 지나가면 저기 공부 못하는 학교다. 너도 공부 못하면 저렇게 된다고요. 그래서 저도 상고 갈 생각 전혀 안했어요. 상고 갈 바에야 차라리 다른 지역 인문계 가고 싶어요. 근데 엄마가 떨어져서 살면 안 된다고 상고 가는 거에요. (희재)" "선생님들도 그래요. 상고를 왜 가냐? 거기 애들 질 안 좋다고 수업 시간에 대 놓고 가지 말라고 해요. 솔직히 수업 듣는 애들 중에 반은 상고 가야 되는데 기분 나쁘죠. 선생님이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연희)"
◆지역 유일의 전문계 고등학교를 지켜라 재학생과 예비 입학생들 모두 상고에 대한 평가는 별표 반 개도 되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이구동성으로 &#-9;비전이 없기 때문&#-9;이라고 했다. 이는 곧 변화하지 않는 옥천상고에 대한 매서운 질책이기도 하다. 10여년 전 옥천상고를 졸업하고 옥천읍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한 주민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학교에서 배우는 건 똑같다. 전혀 발전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생들도 똑같은 대답을 했다. 학교가 변해야 하고 가장 먼저 학과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현재의 △인터넷상거래과 △경영학과 △정보처리과는 별다른 차별성을 갖지도 못하고 요즘 학생들의 욕구에도 맞지 않는다고. 다른 지역의 전문계 고등학교가 미용(제주 한국뷰티고등학교), 반도체(음성 충북반도체고등학교), 경마(남원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 등 다양한 분야로 특성화를 시도해 성공했듯 옥천상고도 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바람이다. 거기에는 매력 없는 학교에 훌륭한 인재가 가지 않고 그로 인해 학교의 수준이 떨어져 다시 지역의 외면을 받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요구가 담겨 있다.
희재는 "솔직히 옥천에서 중학생들은 너무 힘들어요. 갈 수 있는 학교도 옥천고, 옥천상고, 청산고 세 개 밖에 없는데 옥천고 가기는 너무 힘들잖아요. 거기 못 가면 완전 공부 못하는 바보 취급당하고 옥천상고 가면 과가 별로 없어서 하고 싶은 공부도 할 수 없고요. 옥천상고에 학과를 늘려주든가 아니면 차라리 인문고도 아니고 상고도 아닌 제3의 학교를 세워주세요. 정말 우린 하고 싶은 게 많고 꿈도 많다고요"라고 울분을 토하듯 말을 쏟아냈다.
규영이는 충북인력개발원과 충북과학대학에 있는 학과와 연계가 되는 학과를 개설해 달라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역에서 배워서 지역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요지였다. 재미있고 참신한 학과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다.
동문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옥천농상실고 총동문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정우 삼양초등학교 교장은 "옥천상고는 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은 전문계 고등학교 아닙니까. 농고, 상고, 실고가 없어진 마당에 상고라도 지역에 우뚝 남아야지요. 그러려면 변화를 해야 합니다. 자동차든, 디지털이든 뭔가 전망 있는 학과로 체질개선을 해야 해요. 주민들도 도 교육청에 건의를 하고 학교도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특성화를 시도해야지요. 얼마 전에 총동문회 이사회에서도 이런 얘기가 나왔어요. 모두들 크게 공감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더딘 변화의 발걸음 하지만 변화는 쉽지 않다. 옥천상고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이 없다. 한봉수 교장은 "우리 선생님들도 고민이 많다. 그렇지 않아도 특성화를 추진하다가 2011년 한 학급이 줄어든다는 통보를 받고 잠시 보류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과를 바꾸는 것은 사실 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바꾸다 보면 현재 재직하고 있는 상과 계열 교사들은 하루아침에 갈 곳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과를 바꾼다고 하루아침에 훌륭한 학생들이 온다고도 할 수 없다. 체제 개편만큼 중요한 게 주민들의 인식변화다. 나아가서는 대학 중심의 우리나라 임금체계도 바뀌어야 하고... 어려움이 많지만 우리도 상업 쪽으로 특성화를 시도하려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마이스터 고교 지정 등을 위해서는 최소한 3년 이상의 특성화 작업 실적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2011년 이후에나 도전할 수 있다. 변화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빛바랜 지역의 꿈 옥천상고를 되살리자 (1) 옥천상업고등학교를 바라보는 두 세 가지 우울한 시선들
옥천상고에 미래는 있는가 옥천상업고등학교를 바라보는 두 세 가지 우울한 시선들
옥천상고 전경
지난 2004년 12월 본지에는 특별한 이름의 중학생에 관한 소식이 실렸습니다. 송하슬람(20). 송 군은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한다는 낭보를 전해왔습니다. 그는 인문계에 진학할 실력이 없어서 전문계 고등학교를 택한 것이 아닙니다.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5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합니다. 송 군은 ‘세계 최고의 요리사’라는 꿈을 위해 과감히 전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는 군 복무를 하고 있어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어머니 이규숙(48, 이원면)씨에게서 아들의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제대 후에는 영국 공립요리학교로 유학을 다녀오겠다는 계획을 세워두었다고 합니다. 돌아와서는 고급 호텔의 주방장이 될 수도 있고 대학 강단에 설 수도 있고 자신의 이름으로 외식사업을 펼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의 행복한 미래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와 4년제 대학을 가고 다시 군대를 다녀와 20대 후반이 돼서야 겨우 &#-9;취업전쟁터 이등병&#-9; 신세를 면치 못하는 대다수의 젊은이들과 대비할 때 송 군의 이야기는 더욱 특별하고 빛이 납니다. 그는 전문계 고등학교 졸업생도 성공적인 인생,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가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옥천상고가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역의 유일한 전문계 고등학교가 외면 받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준비해야 할까요?
◆공부 따로 진로 따로인 현실
효림이와 가람이(가명, 19)는 옥천상고(교장 한봉수) 3학년이다. 효림이(옥천읍 금구리)는 진학을 가람이(옥천읍 대천리)는 취업을 택했다. 두 사람은 원래 제빵사가 되고 싶었지만 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상고에 제과제빵과가 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대신 효림이는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했고 가람이는 돈을 왕창 벌어 가게를 낼 계획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인생계획을 꼼꼼히 세웠다. 특별히 진로지도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지난 3년 간 학교생활은 그녀들에게 &#-9;인생의 공백기&#-9;나 마찬가지였다. 별다른 의미도 없었고 도움도 받지 못했다. 적어도 진로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데는 그랬다는 뜻이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건 별로 도움이 안 돼요. 기껏해야 엑셀 같은 건데 그런 건 요즘 개인적으로도 다 공부하잖아요. 실컷 배워도 막상 취업하려면 공장 생산직 자리 밖에 없는데 엑셀이 무슨 필요가 있어요? 학교 수업도 2학년 때까지는 거의 똑같아요. 3학년 돼서 겨우 전공별로 2개 정도 수업을 해요. 1년 갖고 무슨 특별한 기술을 배우겠어요? 그리고 배우는 것도 컴퓨터뿐이에요. 완전 여중 4학년이에요."
가람이는 학교에서 배울 게 없다고 했다. 그래서 몇 몇 친구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따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원을 다닌다고 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대학 진학을 한다. 사실 요즘은 대학 진학률이 취업률보다 훨씬 높다. 한봉수 교장은 "10월 중순 현재 취업이나 진학이 확정된 학생이 100명이 넘는다"고 했다. 효림이도 그 중 하나다. 4년제 대학을 나와 공무원이 되는 게 목표다. 하지만, 그녀가 처음부터 공무원이 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상고면 취업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취업해도 언제 짤릴지 모르고 또 저보다 나중에 취업하는 4년제 대학 나온 애보다 월급도 낮잖아요. 인문고에 비해서 내신점수 만들기가 그래도 쉬우니까 대학교 가는 애들이 많아요. 근데 4년제 가는 애들은 솔직히 별로 없고요. 학교랑 연계돼 있는 2~3년제가 많아요. 수능 크게 안 보고 내신이랑 면접으로 가는 거 있잖아요. 애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해요. 진학을 하더라도 학교에서 배운 거랑 관련 있는 과로 가면 좋은데 그런 애들 별로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완전 공부 따로 진학 따로에요. 고등학교 때부터 하고 싶은 거 할 순 없는 건가요?"
◆상고가 좋아서 가는 게 아니다
두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내린 결론은 &#-9;옥천상고의 현재 시스템은 매력도 없고 비전도 없다&#-9;였다. 옥천상고는 현재 △인터넷상거래과 △경영학과 △정보처리과 등 3개의 과로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됐던 것처럼 세 학과 사이에 실질적으로 큰 차별성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9;학과&#-9;를 보고 &#-9;상고&#-9;를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계 고등학교가 전문성을 전혀 담보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재학생뿐만 아니다. 외부의 시선은 더 매섭고 차갑다. 당장 내년 3월 상고에 입학하는 중3학생들의 인식이 그렇다. 규영(16, 옥천읍 가화리), 희재(16, 옥천읍 마암리), 연희(16, 옥천읍 장야리. 이상 가명)는 옥천상고로 진학을 결정했지만 행복하지는 않다.
"상고가 좋아서 가는 게 아니고요 인문고 갈 성적이 안 돼서 어쩔 수 없이 가는 거에요. 또 성적이 된다고 해도 인문고는 완전 감옥이라서 가기 싫어요. 아, 옥천에서는 진짜 갈 데 없어요. (규영)"
"제가 초등학교 때요 어른들이 그랬어요. 옥천상고 교복 입은 언니, 오빠들 길에 지나가면 저기 공부 못하는 학교다. 너도 공부 못하면 저렇게 된다고요. 그래서 저도 상고 갈 생각 전혀 안했어요. 상고 갈 바에야 차라리 다른 지역 인문계 가고 싶어요. 근데 엄마가 떨어져서 살면 안 된다고 상고 가는 거에요. (희재)"
"선생님들도 그래요. 상고를 왜 가냐? 거기 애들 질 안 좋다고 수업 시간에 대 놓고 가지 말라고 해요. 솔직히 수업 듣는 애들 중에 반은 상고 가야 되는데 기분 나쁘죠. 선생님이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연희)"
◆지역 유일의 전문계 고등학교를 지켜라
재학생과 예비 입학생들 모두 상고에 대한 평가는 별표 반 개도 되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이구동성으로 &#-9;비전이 없기 때문&#-9;이라고 했다. 이는 곧 변화하지 않는 옥천상고에 대한 매서운 질책이기도 하다. 10여년 전 옥천상고를 졸업하고 옥천읍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한 주민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학교에서 배우는 건 똑같다. 전혀 발전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생들도 똑같은 대답을 했다. 학교가 변해야 하고 가장 먼저 학과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현재의 △인터넷상거래과 △경영학과 △정보처리과는 별다른 차별성을 갖지도 못하고 요즘 학생들의 욕구에도 맞지 않는다고. 다른 지역의 전문계 고등학교가 미용(제주 한국뷰티고등학교), 반도체(음성 충북반도체고등학교), 경마(남원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 등 다양한 분야로 특성화를 시도해 성공했듯 옥천상고도 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바람이다. 거기에는 매력 없는 학교에 훌륭한 인재가 가지 않고 그로 인해 학교의 수준이 떨어져 다시 지역의 외면을 받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요구가 담겨 있다.
희재는 "솔직히 옥천에서 중학생들은 너무 힘들어요. 갈 수 있는 학교도 옥천고, 옥천상고, 청산고 세 개 밖에 없는데 옥천고 가기는 너무 힘들잖아요. 거기 못 가면 완전 공부 못하는 바보 취급당하고 옥천상고 가면 과가 별로 없어서 하고 싶은 공부도 할 수 없고요. 옥천상고에 학과를 늘려주든가 아니면 차라리 인문고도 아니고 상고도 아닌 제3의 학교를 세워주세요. 정말 우린 하고 싶은 게 많고 꿈도 많다고요"라고 울분을 토하듯 말을 쏟아냈다.
규영이는 충북인력개발원과 충북과학대학에 있는 학과와 연계가 되는 학과를 개설해 달라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역에서 배워서 지역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요지였다. 재미있고 참신한 학과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다.
동문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옥천농상실고 총동문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정우 삼양초등학교 교장은 "옥천상고는 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은 전문계 고등학교 아닙니까. 농고, 상고, 실고가 없어진 마당에 상고라도 지역에 우뚝 남아야지요. 그러려면 변화를 해야 합니다. 자동차든, 디지털이든 뭔가 전망 있는 학과로 체질개선을 해야 해요. 주민들도 도 교육청에 건의를 하고 학교도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특성화를 시도해야지요. 얼마 전에 총동문회 이사회에서도 이런 얘기가 나왔어요. 모두들 크게 공감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더딘 변화의 발걸음
하지만 변화는 쉽지 않다.
옥천상고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이 없다. 한봉수 교장은 "우리 선생님들도 고민이 많다. 그렇지 않아도 특성화를 추진하다가 2011년 한 학급이 줄어든다는 통보를 받고 잠시 보류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과를 바꾸는 것은 사실 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바꾸다 보면 현재 재직하고 있는 상과 계열 교사들은 하루아침에 갈 곳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과를 바꾼다고 하루아침에 훌륭한 학생들이 온다고도 할 수 없다. 체제 개편만큼 중요한 게 주민들의 인식변화다. 나아가서는 대학 중심의 우리나라 임금체계도 바뀌어야 하고... 어려움이 많지만 우리도 상업 쪽으로 특성화를 시도하려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마이스터 고교 지정 등을 위해서는 최소한 3년 이상의 특성화 작업 실적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2011년 이후에나 도전할 수 있다. 변화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묹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08년 10월24일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