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고명우2008.11.28
조회692

언제나 그렇다. 어느날 갑자기 한 개인에게 인적, 물적, 심적인 재앙이 다가올 경우 우리는 언제나 듣는다.

 

"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혹은 강도에 당하거나 술이나 약에 만취한 미치광이의 발광으로 인한 피해, 혹은 요즘 떠들썩한 한국인 피랍사건등등의 경우에도 그 피해자들은 항상 억울하기 마련이다. 대체 그들이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그들이 전생에 무슨 죄를 져서 그 생고생을 하는가.

 

 "내가 내 논 거둔다는데 누가 뭐래!"

 

맞는 말이다. 누가 뭐라 할 것인가. 내가 내 돈 쓰겠다는데. 내가 내 인생 행복하게 살겠다는데, 그게 대체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이 행성의 시스템은 자본주의체제로 돌아가고 있고, 어디에 가나 시장경제가 형성되어 있으며 그 속에서는 도데체가 한 개인의 영향력이라는 것이 어마어마해서, 아니 어마어마하지는 않으나 그 미세한 파동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어 내가 지금 당장 집 앞으로 나가 포장마차에서 떡복이를 사먹든 오뎅을 사먹든, 혹은 쏘주에 순두부를 한그릇 하든 말든 그것은 내 맘이지만 그것에 대한 영향력은 작게는 우리동네 시장경제에, 크게는 대한민국 상권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과장이라 생각할수도 있다. 맞다. 과장이다. 허나 우리는 이 미미한 경제활동을 평생에 걸쳐 행위함으로써 그것을 한 개인이 죽을때 통계로 표시한다면 꽤나 무시못할 경제행위로 나타날 것이다. 당신이 커피한잔을 사먹기 위해 스타벅스에 들어갈 때, 그 행위는 이미 스타벅스의 전세계를 향한 상업비지니스에 플러스 효과를 더해주는 것이다. 만일 스타벅스가 커피의 생산과정에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혹은 그 제조과정에서 일련의 불법행위를 거친다면 그 법적 책임은 단지 스타벅스 법인 하나의 책임이겠으나, 당신은 그 인과적 책임마저 모른척 할 수 없다.

 

20세기, 전 세계의 진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많은 회사들이 그 사업에 뛰어들었고 진주의 생산량이 높은 아프리카 대륙 등 주로 제 3세계의 사람들은 엄청난 착취를 당했다. 당신들이 보석상에서 값싸고 질좋은 반지를 사 연인에게 선물하거나 혹은 받을 때 당신들은 진실로 행복을 느낄 수 있겠으나, 지구 반대편에서는 당신들에게 저가의 진주공예품을 제공하기 위해 하루 18시간 이상을 노동하며 하루 임금 1달러의 상승을 목표로 목숨걸고 투쟁을 벌인다. 그들은 사실 마땅한 일자리도 구할 수 없기때문에 임금협상을 위한 파업도 (단 1달러의 임금상승이라 할 지라도) 말 그대로 목숨을 건 행위이다. 당연 이러한 투쟁이 쉽게 연계될 리 없고 대부분은 파업을 주도한 당사자의 파면, 그리고 더 쉽게는 살인을 당하거나 반 병/신이 되는 것으로 끝난다.

 

 가난하게 태어난 탓으로 배우지 못하고, 못배운 탓으로 블루 칼라가 되고, 블루 칼라인 덕분에 가난하다. 물론 개중에는 성공(단순히 경제적인 의미에서)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신들은 그들을 가리키며 말할것이다. 당신이 실패한 것은 당신이 게을렀기 때문이라고. 좋다 그렇다면 묻자. 당신이 가난하지 않은것은 부지런했기 때문인가. 당신은 말할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모의 자산을 상속받은 것이 죄인가. 그렇다면 묻자. 부모의 죄를 상속받는 것은 잘못인가. 당신은 역시 말할것이다.

 

"연좌제가 사라진지가 언젠데"

 

 자 이제 다시 생각해보자. 부모의 자산은 상속받을 수 있으나, 부모의 죄는 상속받지 않는다.(연좌제 금지의 원칙) 이것이 자본주의다.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론 있다. 친일파의 자손이 떵떵거리고 사는것이, 그리고 부자는 망해도 3대가 가는것이 왜일것 같나. 자본주의는 처음부터 부르주아를 위한 제도이다. 연좌제 금지의 원칙도 사실 우리같은 평인들보다는 잘사는 높으신 분들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이다. 실상 연좌제를 적용한다면 피해를 보게 되는것은 누구인가? 노동자인가? 농부인가? 물론 나는 연좌제를 다시 적용해야한다는 망발을 하는것이 아니다. 연좌제와 사유재산의 상속은 동일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사실 주변에서 지겹게 들었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 가난한 나라들, 가난한 세계들을. 그리고 처음에는 눈물겨운 반응을 보이다가 보였다가 보였다가 보였었다가 이제는 질려버릴때도 되어서 별 감흥도 일지 않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네 운명이다."

 

 당신은 무슨 주의자인가. 엄밀한 의미에서 당신은 자본주의자도, 공산주의자도, 아나키도, 민족주의자도 아니다. 당신은 그저 나와 내 가족,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게 살면 그만인 세상을 꿈꿀 것이다. 자 이제 당신의 이런 생각을 기회주의라고 명명하도록 하자. 당신들은 어느정도 당신들의 세상에 적응해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그 법칙에 착실하게 살고 있다.

 

이제 이런 게임을 생각해보자. 여럿이 앉아서 부르마불을 한다. 누군가는 처음부터 돈을 많이 가지고 시작한다. 누군가는 적당히 가지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한푼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운이 없게도 처음부터 무인도에서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제 주사위를 굴린다. 게임은 어찌어찌 끝났고 약간의 순위변동도 있었다. 이런 게임을 몇번에 걸쳐 계속한다. 단 전판에 얻은 자산을 다음판의 판돈으로 하기로 한다. 게임이 오래가면 갈수록 그 결과는 어느정도 예상이 되기 시작한다. 이제 게임은 다 끝났고 벌칙을 받을 시간이다. 어느정도 순위변동은 있었지만 무인도에서 무일푼으로 시작한 사람이 결국 꼴지가 되어 벌칙을 받게 되었다. 다행히 당신은 중간의 어디쯤에 끼었고 상을 못받은 대신 벌칙도 받지 않게 되었다. 당신은 이정도면 괜찮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인도에서 시작한 사람이 불만을 갖는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의견을 모으기 시작한다. 자 이때 당신의 의견은 무엇인가. 아 처음부터 당신의 신조라는건 없었으니 내가 대신 말해보기로 하겠다. 당신에게 중요한건 당신의 의견이 아니라 꼴지가 당신과 어떤 관계인가 하는 것이니까. 그가 당신에게 중요한, 연인이거나 절친한 친구라면 당신은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건 좀 불공평해. 이런게 어딨나, 벌칙을 주려면 공정하게 게임을 해야지."

 

자 이번에는 그가 당신과 그다지 친하지도, 멀지도 않은 어중간한 친구이다. 당신은 뭐라 말할것인가. 아마도 침묵을 지킬 것이다. 마치 중도주의자인양. 그와 일부러 사이가 멀어질 필요는 없을테니까.

헌데 만약 그가 당신과 사이가 안좋은 앙숙이거나, 혹은 전혀 모르는, 그리고 앞으로도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이라면 당신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진건 진거야. 따지고 보면 네 탓도 있으니까 그냥 운명이라고 생각하라구"

 

이것으로 당신이 "운명"이라고 말하는 말뜻의 의미를 알수 있게 됬다. 당신은 언제나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건 그사람들 운명이라고, 노력을 안해서 그런다고. 그리고 개중에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고?,그게 내 잘못인가?"

 

게임이 진행되도록 침묵을 지킨 당신은 그제서야 그렇게 말할 것이다. 누군가 지쳐 울음을 터트릴때가 되어서야.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들 한다. 인간이란 참 사악하다. 연애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먹고 남은 찌꺼기를 버릴때 그것을 주워먹을 사람이 바로 눈앞에 있다면 당신은 그렇게 쉽게 그것을 남기거나 버리겠는가. 당신이 단지 입맛에 맞지 않다고, 혹은 분위기나 가오 같은 쓰잘대 없는 헛소리를 핑계로 대며 한끼에 수만, 수십만원 혹은 수백만원짜리 음식을 우아하게 먹고 싸댈때 당신의 바로 눈 앞에서 3만원이면 한달을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눈앞 에서 옥수수 하나를 한 가족이 하루 세끼 식량으로 나눠먹고, 그것도 없어서 굶어 죽는다면 그리 하겠는가.

 

그리 하겠다면 할 말은 없다. 당신 돈이니까. 당신 자유니까. 당신의 잘난 부모가 남겨준 것이니까. 따지고 보면 굶어 죽는 것도 다 그 작자가 게으르고 멍청한 탓이지 않는가. 대체 뭘 어쩌겠는가. 대체 그가 굶어죽던 빌어죽던 당신과 무슨 상관이며 당신에게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