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책이 소설보다 재밌다.

김남희2008.11.28
조회69

나는 학창시절 불량아 아닌 불량아 였다.

 

그래, '한량'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겠다.

 

술, 담배를 한 건 아니였지만

 

본분인 공부를 망각하고,

 

만화책이나 판타지 소설을 독파하거나

 

망상에 빠져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낮잠이었다.)

 

그래도 상식(생존에 필요한 만큼? 초큼?)은 조금 남아있었던지라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목적도 없이 무작정

 

'해야 하니까'란 말만 가지고는 도저히 할 맘이 들지 않았다.

 

남들 다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왜 나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가?

 

졸업하면 받게 되는 눈물나게 얄팍한 졸업장 한장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가치를 만드는 방법은 60억 인구 보다도 다양하다.

 

그러니 당췌 할 맘이 안 드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양심이 걸렸다.

 

내가 이런 한량같은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은

 

학생이라는 신분의 가호가 있기 때문이고

 

이 신분의 본분이 공부이며,

 

몇 시간을 외쳐도 귓구멍으로도 안 듣는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을 위해

 

맘고생 몸고생하는 순수한 선생님들을 매 수업시간 만나며

 

양심에 가책을 느꼈다.

 

그리고, 칭찬을 듣고 싶었다.

 

우리 집은 형제가 5형제나 된다.

 

비운의 4째 딸이었던 나는 자유롭게 방목(?)된 삶을 살았고,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채, 건강하면 장땡!이었다.

 

그러나 만화책과 판타지 소설을 들입다 판 것이 마냥 헛짓은

 

아니었던 모양으로, 가끔 상장을 타곤 했는데

 

그럴 때면 부모님께 한마디 칭찬을 듣곤 했다.

 

'잘했네. '

 

북극 칼바람보다 socoooooooool~하신 부모님의 칭찬에

 

나는 내심 좋아했다.(소심하게 속으로 좋아했다.)

 

공부를 잘 하게 되면 더 많이 칭찬받을 것 같았다.

 

부모님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나를 칭찬해 줄 것 같았다.

 

'잘했다'라고..

 

워낙 열심인 성격이 아닌 탓에 억지로 공부를 하는 것은 무리였다.

 

나는 부족한 망상 시간을 쪼개서

 

'나'를 공부시킬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내가 보는 나는 싫은 것을 참아가며 뭔가 할만한 끈기가 없다.

 

또 그럴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좋아하는 것은 매우 능동적으로 집중해서 해치운다.

 

고로 공부를 좋아하면 된다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무언가 좋아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해 알아야 한다.

 

나는 그래서 교과서를 집어 들고 읽어 보았다.

 

 

'신라는 삼국을 통일하였다.'

 

 

삼국시대가 워낙 복잡해서 아예 외우질 않았는데

 

신라가 문득 통일을 했다길래 뭔 소린가 읽어보니,

 

통일과정이 아주 비열하더라 이거지.

 

그래서 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다.'->'신라가 삼국을 팔아먹었다.'

 

외국의 군대를 빌려 이웃나라를 치고

 

댓가로 나라 땅 반을 받친 것이 과연 자랑할 일이냐...쯧쯧..

 

하지만 그런 감정적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기술되지 않았다.

 

그럼, 왜 국사책은 감정적 문체가 배제된 거지?

 

국사책도 사람이 쓴 책이고,

 

감정적 문체가 배제되었다면 그 기술한 이의 의도에 의한 것이

 

분명할텐데 그렇다면 왜?

 

그렇다 보니 국어사전에서 국사를 찾아 읽어보고,

 

뒷통수를 맞은 고구려와 백제 사정도 좀 살펴보고,

 

다단계 피라미드도 울고 갈 정도로 관심이 이곳저곳 넓혀졌다.

 

웃긴 것은 감정이입을 너무 한 나머지 오버하는 일도 생겼다.

 

한 번은 삼별초 얘기를 읽고(역시 국사책에서)

 

너무 꼿꼿하고 훌륭한 애국심과 용기에 감동해 눈물을 뚝뚝 흘린 일.

 

그러면서도 '그럴 땐 섬에 짱 박힐 게 아니라,

 

여기 저기 옮겨 다니면서 게릴라 전을 해야지~!

 

근현대사에 임시정부나, 독립투사들은 그나마 진보했구만...

 

하며 혼자 북치고 장구쳤다는...

 

국사는 이쯤하고,

 

수학....

 

누구나 뜨악 한다는 수학.

 

문과 애들이 이과 애들은 공부를 잘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가장 큰 오해 요인 '수. 학.'

 

그런데 의외인 것은, 수학만큼 심플하고 아름다운 학문이 없다는 것.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면 가장 보람찬 학문인 것이다.

 

(외울경우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것도 수학.)

 

솔직히 고백하건데, 나는 머리가 그닥 좋지 못하다.

 

아이큐도 아주 낮다.

 

셈도 잘 못한다.

 

그래도 수학은 해보니까 재밌었다.

 

그런데 다들 수학에 정을 못 붙이는 이유는 수학의 특성에 있었다.

 

중,고등학교 수학은 근면한 자가 승리한다.

 

매일 매일 새로운 공식을 배우기 때문에 그것을 응용할 정도로

 

연습해주지 않으면

 

진도가 나갈 수록 절망에 빠지게 되는 무시무시한 과목이다.

 

고로 난, 수학에서 낙오됐다.

 

조금 변명을 해보자면,

 

난 수학을 좋아했지만 한가지 큰 착각을 하고 말았다.

 

선생님을 과외교사로 생각한 점이다.

 

배우다 이해가 안 되면 곧잘 우렁찬 목소리로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그런데 너무 자주, 많이 질문을 한 나머지

 

수업 진도가 나갈 수 없는 지경이었고,

 

아예 질문을 하지 말라는 말에 줄자 눈금보다도 좁다란 나의 마음은

 

심하게 빈정상하고 말았다.

 

게다가 쓸데없는 오기를 발휘하여

 

수학시간에는 판타지 신작을 집필하는데 열중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이하 고등학교 1학년 같은 과정을 되풀이하고 완벽하게 수학에서

 

손을 뗐지만, 수학의 간결함과 정확함의 미학만큼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나는 게을렀다.

 

집에 돌아가서 복습이라니....

 

외계인이 판소리 명창되는 소리다.

 

그래서 이것만은 꼭 사수하자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닥.수.사(닥치고 수업 사수~!)였다.

 

수업 통째로 외울 작정으로 집중할 것!(내 사전에 복습은 없다!!)

 

미친 듯이 졸려도 버텨야 한다.

 

너 나중에 복습하고 싶어?

 

그렇다고 예습이라도 해왔어?

 

시험 공부 때문에 밤 샐 수 있겠어?

(밤 12시 전에 취침하지 못하면 분노했다.)

 

쉬는 시간 종치자 마자 엎어지면 돼~!

 

넌 할 수 있어!

 

졸음은 그렇게 이겨내고,

 

몸이 아플 때.

 

한 번은 온몸이 덜덜 떨려서 덩달아 앉아 있던 책상까지 덜덜덜...

 

교실을 울리는 내 책상다리 찧는 소리에 참다못한 누군가가

 

나를 양호실에 보내버렸다.

 

냉동고 같던 양호실 침대에 누워서도

 

복습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기에 잠들지 못하고 덜덜덜...

 

'앉아 있을 수 있었는데...'

 

중얼중얼...

 

어느날.

 

우리집 대들보 호성이가 하도 본분을 소홀히 하고

 

면상만 반짝반짝하여

 

동네 기집애들 때문에 전화통에 불이나자

 

엄마는 특단의 조치로 동생을 낚으려 했다.

 

17등, 컴퓨터, 오케이?!

 

나는 컴퓨터도, 돈도 별로 원치 않았다.

 

하지만 관심받고 싶었다.

 

그래서 잠시 열심히 공부했다.

 

중학교시절엔 벼락치기로 전교 순위가 가능하니 많은 양해 바랍니다.

 

결과적으로 동생은 컴퓨터를 얻지 못했고,

 

나는 학년 1등이란 걸 하게 되었다.

 

단상에서 영광스런 시상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 어머니께 말씀 드렸다.

 

'잘했네.'

 

socooooool~!

 

나는 가슴 한구석이 따땃했지만, 뭔가 그 이상의 쇼크를 받길 바랬기에

 

의욕상실, 그 다음 시험에서 반에서 꼴찌를 하는 저력을 보여드렸다.

 

(결코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연찮게 그렇게 되었다.)

 

나의 번지점프 플레이를 본 친구들은 말했다.

 

'너는 천잰지 바본지 모르겠어.'

 

실례다.

 

대놓고 바보라고 하다니..

 

이런 실례되는 말을...중학생이니까 이해해준다.

 

솔직히 난 천재도, 바보도 아니다.

 

아주 평범한 학생에 불과할 뿐이며,

 

몽상가이며,

 

교과서를 읽으며 혼자 이의제기하고, 감동하고, 발끈하는

 

학생일 뿐이다.

 

고등학생이 되고나서 공부에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고,

 

자연히 나는 도태되었다.

 

그저 좋아하는 과목으로 근근히 수학의 큰 자리를 떼울 뿐이었다.

 

그래서 항상 중간자리를 고수하며 만족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에게 한 가지라도 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면

 

흘러가는대로 살지 않고,

 

원하는 분야를 파고 들었다면

 

지금 나의 인생은 좀 더 흥미진진해지지 않았을까 한다.

 

 

추신. 이렇게 다 끝난 듯 글을 마무리하고 있으나

 

실제로 나는 언제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것만큼은 잊지 않고 있기에, 나는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알아 주었으면 한다.

 

당신이 살아 숨쉬는 한,

 

당신은 어제보다, 1시간 전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

 

당신이 나이나 성별, 지위에 얽매이는 것은 자유지만

 

인생이 따분하다고 불평하는 중이라면

 

다 팽개쳐도 좋을 만큼 아무래도 좋다면

 

한 번 해봐라.

 

좋아하는 일을.

 

도전은 용기있는 자만이 할 수 있다.

 

 

 

 

 

 

추신의 추신.

(만화책을 독파하며 얻는 특기...자질구레한 몇가지..

1. 한권을 정독하고 나면 그 그림을 비슷하게 그릴 수 있음.

2. 만화책을 읽고 나면 관련 교양지식을 습득->잡학다식해짐

   예:신의 물방울->와인에 대해 교양이 쌓임.얕게...;;

3. 속독이 가능해짐.

4.불타는 감성을 갖게 됨

소설을 독파하며 얻는 자질구레 특기...

1. 맞춤법 교정

2. 글짓기에 도움

3. 중세 (무기, 몬스터, 작위, 등 기타 시대 배경) 지식 습득

4. 당시 쏟아져 나오던 인터넷 연재작가 들의 소설책을 비평할 수 있게 됨. 줄거리와 등장인물 설정의 식상함, 배경묘사실력 부족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