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말하다

노진아2008.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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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말하다

남자의 친구는 오늘도 한참을 늦습니다

춥네 아후 추워

길거리에서 오른발 왼발을 번갈아 서성거리던 남자는

 기다림이 20분을 넘어가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죠

 

야 토요일 오후에 길 막히는 거 예상 못 했어?

 

헌데 뻔뻔한 이 친구 하는 말이라고는

토요일 오후에 자기가 늦을 걸 예상 못 했냐며

어디 들어가서 기다리랍니다

 

야 됐어 너 버스 안에서도 막 뛰어 그냥 앉아서 오면 죽어 알았지

 

전화를 탁 끊고는 주위를 둘러보니 한숨이 절로 납니다

답답한 곳에 들어가는 걸 워낙 싫어하는 이 남자

그래서 그녀와 헤어진 후엔 한번도

아니 그녀와 만나는 동안에도 좀처럼 찻집같은 덴 가지도 않는 사람이죠

물론 그녀가 너무 더워하거나 너무 추워하거나

혹은 다리가 아프거나 신발이 불편하거나

감기에 걸리거나 몸이 좋지 않거나 그럴 땐

텁텁한 실내공기를 견디며 얼마든지 견디며

찻집에 몇시간씩 앉아있곤 했지만요

 

그런 이유로 이 남자에게 찻집이란 건 오롯이 그녀와 연결되어있습니다

유리문을 열 때 딸랑 작은 종소리

주문하시겠습니까 종업원의 말

세번을 접게 되어있는 메뉴판

각설탕을 담아놓은 조그마한 그릇

등 뒤에서 들려오는 두세명 여자들의 심도없는 말소리

 

들어갈까 주위를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찻집에 간 게 언제였나 생각을 해보다가

그녀와 헤어진지가 벌써 이렇게 됐구나 아득해지고

그러다가 어느 찻집 문앞에 서서 차마 그 문을 열진 못하는 남자

그 사이에 그제야 도착한 친구는 괜히 실실대며 그럽니다

야 내가 그렇게 좋아? 길에서 마중하게

그 말에 그 남자는 그저 시끄럽다고 커피값이 너무 비싸서

 안 들어가는 것 뿐이라고

오늘 밥은 니가 사라 그렇게만 말을 합니다

 

세상에 왜 그렇게 찻집이 많은지 그대를 알고 나는 처음 알았죠

그대와 헤어진 후 나는 다시 궁금해졌습니다

세상엔 왜 그렇게 많은 찻집이 있어야하는지

그대가 없어 찻집에도 들어갈 수 없었던 오늘

떨며 추워하며

 

사랑을말하다

 

 

-푸른밤,그리고성시경입니다

-그림:Vampire Zombie"Have a s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