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말하다

노진아2008.12.05
조회12,144
사랑을말하다

몰랐지

헤어지는 게 이런 건지

그러니까 내가 겁도 없이 그래 그러자 했겠지

니가 깨끗하게 정리해야 하는 거니까 이러는 거야 말을 하면서

내가 선물했던 시계 커플링 사진

그것들을 다 돌려줄 때까지도 나는 믿는 구석이 있었어

 

그래도 설마

그런 생각

 

우리가 사랑한 세월이 얼만데

정리하자 그 한마디에 그 시간들이 다 정리가 될까

헤어지지 말자 영원히 사랑하자

그 말들이 다 무효가 될까 그건 말이 안된다

그런 생각

 

니가 갈게 말하고 일어나고

내 눈에서도 눈물같은 게 막 나려고 하고

그래야할 것 같아서 친구들 불러내서 술도 마시고

그러면서도 나는 설마 이게 끝일까 했었지

우리가 사랑한 세월이 얼만데 설마

 

그러다 너한테 전화를 할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처음으로 느꼈던 것 같애

전화기가 내 손안에 있는데 전화를 할 수 없었을 때

내가 왜 전화를 하면 안되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제일 자주 걸던 번호였는데

왜 이제는 안된다는 거지

너무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용감히 전화를 걸었는데

들리는 목소리는 없는 번호입니다

 

귀가 멍멍해졌던 것 같애

파도속에 잠긴 내 발을 내려다볼 때처럼

나는 가만히 서있는데 세상이 울렁거렸다

 

밀려왔다가 밀려가고

니가 왔다가 니가 가고

 

나를 둘러싼 세상이 그렇게 울렁거리는 걸 보다가

거울 속에 있는 내 얼굴이 울음으로 터질 것 같은 걸 보다가

나는 그제야 내가 지금 이별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았지

 

전화번호는 그대로 두지 그랬습니까

내가 당신에게 전화해도 나쁜 말은 하지 않았을 텐데요

내가 그렇게 그렇게 단숨에 싫었습니까

다시 나한테 전화를 받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습니까

당신 정말 그날 모든 걸 다 끝냈습니까

 

뒤늦은 이별

이젠 혼자 해야하는 이별

 

사랑을말하다

 

 

 

 

-푸른밤,그리고성시경입니다

-사진:Eugenio Eugen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