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지 않은 친구의 결혼식

정희찬2008.12.08
조회241

기억하고 싶지 않은 친구의 결혼식

 

기억하고 싶지 않은 친구의 결혼식이 지난 6일 토요일에 있었습니다. 제 친구는 노총각 딱지를 떼고 12살 연하 띠동갑네기 신부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평생 결혼하지 않을 것 같은 친구가 싱글벙글 좋아 하는 모습이 마냥 귀여워서? 저는 이번 결혼식에 단단히 잊지 못할 추억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제 욕심이 너무 컷 던 모양입니다.

 

우선 사진기에 자신 있다고 스킬컷을 담당했죠. 사실 이것만 당담해도 되는데, 그만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결혼축시를 써주겠노라 턱하니 장담을 했습니다. 뭐 그런대로 축시도 완성을 했으니 그것까지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를 저보고 낭송하라고 하니, 난감했지만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또 친구가 결혼사진을 준비하며 찍은 사진을 모아서 영상자료로 만들어 결혼식장에서 하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맡게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사진과 음악 배경을 맞춰서 그것도 제작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결혼식 전날 새벽까지 친구와 메신저를 교환하면서 야심차고 만만한 준비를 해 놓았습니다.

 

특히, 주례가 없는 결혼식이라 제가 준비해 둔 것들은 친구와 신부 그리고 하객들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이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주례사가 있었으면, 10~20분은 시간을 끌어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 텐데. 어쨌건 문제는 결혼식 당일날 렌트카의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결혼식장에 가면, 뜻하지 않게 분주 하지 않습니까? 때로 신랑신부의 축의금을 노린 도둑도 있고, 하객들의 지갑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는데, 제가 준비해 간 카메라 및 노트북, 빔프로젝트, 엠프 등 고가 장비를 분실하지 않도록 주의해야했죠.

 

그래서 렌트카를 빌려 그 장비들을 싣고 가는데, 주말을 맞이하여 길거리에 쏟아져 나온 수많은 차량들로 교통정체를 반갑게?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식 한 시간 전에 도착해서 리허설을 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는데, 리허설은 물건너 가고, 정작 결혼식 시간도 늦어버릴 것 같아서 운전대를 잡은 나의 손에 한겨울임에도 땀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이미 결혼식장에서 준비하고 있던 신랑과 친구들은 걱정이 되어 핸드폰을 계속 울리며, 저의 도착을 독촉하고 있었죠. 그러나 나의 앞에는 뱀처럼 길게 늘어선 차량의 행렬, 갑자기 서울시장이 미워지고, 서울을 집중화하려는 대통령도 미워지고, 앞에 떡 버티고 선 트럭운전사도 미워지고.....

 

어쨌건, 간신히 결혼식에 도착해 보니, 딱 1분전에 결혼식이 끝나버렸습니다. 저는 친구의 결혼식이구 무엇이고 그 자리를 피해 달아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남은 스틸컷을 위해 친구인 신랑 앞에 갔습니다. 신랑은 “너, 뭐하는 놈이야!”, 나는 “........” 신부는 원망도 웃음도 아닌 묘한 표정인 것만 같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얼마나 미안한지.......

 

저는 친구에게 미안함을 만회해 보려고, 식당에서 하객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사진에 열심히 담아두고 있는데, 신랑이 저를 부릅니다. 신랑은 “야, 신부 부모님 앞에서 ‘축시’낭송할 수 있냐?”고 합니다. 나는 어떨 결에 하객들이 분주히 식사하며 시끌벅적한 식당에서 신부의 부모님 앞에서 축시를 낭송했습니다. 그런데, 어찌나 시간이 가지 않는지, 이럴 줄 알았다면 짧게 시를 썼을 것을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낭송을 끝마쳤을 때, 박수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결혼식마다 흔히 실수들이 많은데, 이것은 좀 심한 실수를 저지른 것 같아 지금도 마음은 편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마침, 오늘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신랑이 설렘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지, 새벽 5시에 메신저를 신청해서 제가 찍었던 스틸컷 사진을 보내달라고 합니다. 평소 잠이 많은 친구가 이런 이른 시간에 일어났으니, 그 결혼식에 의미를 대략 짐작하시겠죠?

 

그래도 저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찍은 스틸 사진이 많아서 전송하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리는 시간 동안 이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저의 결혼식 지각으로 10분 만에 끝난 노총각의 화려한 결혼식이 초라하게 끝난 것만 같아서 미안한 마음뿐인데, 그것도 추억이 될까요? 그렇지만, 내가 그런 추억을 일부로 만들려고 한 것은 결코 아니다. 미안하다, 친구야! 모쪼록 신혼여행 잘 다녀오도록 하고,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과 축복을 진심으로 기원하마! 나를 용서해 다오!

 

                      http://www.cyworld.com/1004soung

 

2008년 12월 6일 결혼식 올린 싱싱한 신랑과 신부의 사진과 축시를 보실 분들은 잠시 놀러 오셔서 축복해 주시기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