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사는세상 명대사 3 - 송혜교 현빈

노승범2008.12.10
조회1,698

 

아이에서 어른이 된다는 건

자신이 배신당하고 상처받는 존재에서

배신을 하고 상처주는 존재인 걸 알아채는 것이다.

나는 그럼 어른인가?

 

근처 학교 아이들과 구역문제로 패싸움을 했다.

그런데 재수없게 한놈의 이가 왕창 나가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그 일로 친구들은 전원 정학을 맞았다.

주도자는 나였는데 학교에서 우등생인 나를 잃고 싶지 않았다.

나는 불쌍한 어머니는 핑계로 그 부당한 처사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일을 계기로 나는 어른이 되어갔다.

어른이 된 나는 그때처럼 또 나는 배신을 하지 않는다. 배신의 기술이 더 교묘해진 것이다.

 

내가 한 배신이 이렇게 수두룩 한데... 이런 일 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같이 패싸움을 했던 친구와 만난 건 불과 몇년 전이다.

술에 취해 찾아가 미안하단 말도 못하고 엉엉 울었다.

친구놈은 뭐 그러 걸 기억하고 사냐고 내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초라한 순간이었다. 그때 다짐했다.

다신 그 누구 앞에서도 초라해지지 않겠다고

그러고 보니 배신을 당했다고 말하든 했다고 말하든 나는 초라해지는 것이 싫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참 초라한 느낌이 든다.

 

 

 

준영아 너 그냥 강준기 만나라. 나 너 못만나겠다.

사람 쪼잔하게 만들지마라.니네 엄마 때문아냐.

-장난도 아니고, 엄마 때문도 아니면 진심이란거야?

너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잘났고

우리집은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형편없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걸 굳이 뛰어넘을 생각도 하기 싫은만큼 피곤하고

암튼 너는 나하고는 그만 보는게 나을 것 같다.

-또또 심각하게 나온다. 지겨워 진짜. 그놈의 심각병

키 두고 가.

-뭐가 문제야?

갑자기 너랑 나랑 무슨 대단한 사랑을 한다고 내가 이렇게 초라한 기분을 느껴야하는지..

그 이유를 아무리 찾을래야 찾을수가 없다. 그래서 관둘라고. 키 두고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이유는 저마다 가지가지다.

누군 그게 자격지심의 문제이고, 초라함의 문제이고,

어쩔 수 없는 운명의 문제이고, 사랑이 모자라서 문제이고,

너무나 사랑해서 문제이고, 성격과 가치관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어떤것도 헤어지는 데 결정적이고 적합한 이유들은 될 수 없다.

모두, 지금의 나처럼 각자의 한계일 뿐...

 

 준영일 다시 만나면서 대체 왜 예전에 얘랑 헤어졌을까? 이렇게 괜찮은 애를..

과거에 내가 미쳤었나 싶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말은 안했지만 천만번 다짐했다. 다시는 얘랑 헤어지지 말아야지.

근데 또다시 헤어지고 말았다.

내가 저질러 놓고도 눈물이 자꾸 나려고 한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조금 미친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다시 준영일 다시 안만날 생각이다.

그게 내 한계라도...이젠 어쩔 수 없다.

 

 

 

나한테 왜 그러는지 물어보려고 왔어.

 

-그들이 사는 세상 11회 중-

 

 

 

화이트 아웃 현상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모든게 하얗게 보이고 원근감이 없어진 상태

어디가 눈이고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세상인지 그 경계를 알 수 없는 상태

길인지 낭떠러지인지 모르는 상태

우리는 가끔 화이트 아웃 현상을 곳곳에서 만난ㄴ다.

절대 예상치 못하는 단 한순간 자신의 힘으로 피해갈 수 없는 그 순간

현실인지 꿈인지 절대 알 수 없는

화이트 아웃 현상이 그에게도 나에게도 어느 한날 동시에 찾아왔다.

 

 

나한테 왜 그러는지 물어보려고왔어. 나한테 왜그래?

-몰라

늘 모든 아는 척이더니 이번엔 왜 몰라?

정말 끝내려고 이러는거야 아님 애들 사랑 싸움처럼 좋다 싫다 줄다리기 하는건데 내가 말려드는 거야?

-괜찮을거야.

무슨 뜻. 끝까지 끝내겠다는거야?

-괜찮을거야..

내가 빌어도 안돼?

넌 나보다 언제나 똑똑하니까 이번에도 그렇겠지 하고 한번ㅇ느 더 믿어야되는 거겠지?

그래 지내볼게. 근데 지내보고 그 때도 안 괜찮음 그땐 넌 죽었어.

 

 

그렇게 눈 앞이 하얘지는 화이트 아웃을 인생에서 경험하게 될 때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잠시 모든 하던 행동을 멈춰야만 한다.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다면 지금 나도 이 울음을 멈춰야한다. 근데 나는 멈출 수가 없다.

그가 틀렸다 나는 괜찮지 않았다.

 

 

 

 

미련하게도 그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주었다.그게 잘못이다.

그는 나의 애인이였고, 내 인생에 멘토였고

내가 갈 길을 먼저 가는 선배였고, 우상이였고, 삶의 지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욕조에 떨어지는 물보다 더 따뜻했다. 이건 분명한 배신이다.

그 떄 그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들

그와 헤어진 다행인 이유가 생각이 난 건 정말 고마운 일이였다.

그 때 알아봤어야해 쌀쌀맞고 독한놈.

그런데 그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고작 두어가지인데

그와 헤어져서는 안되는 이유들은 왜 이렇게 셀 수도 없이 무차별 폭격처럼 쏟아지는건가..

 

이렇게 외로울 때 친구를 불러 도움을 받는 것 조차 그에게서 배웠는데

친구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해지고 작아져도 된다는 것도 그에게서 배웠는데

나를 이렇게 작고 약하게 만들어 놓고

그가 잔인하게 떠났다.

 

-그들이 사는 세상 12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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