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교과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고은주2008.12.10
조회1,932

2008년 12월 10일

 

오늘 우리학교에서도 임시 학교운영위원회가 소집되었다.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재선정을 위한 자리였다.

 

1주일 정도 아침마다 역사 선생님들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학교앞을 지켜서고 전체 78명중 68명의 교사들이 교과서재선정

반대서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의 노골적인 협박과 강압으로  "금성교과서"만 아니면 된다고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한 교과서 교체가 강행되고 말았다.

 

교과서가 금과옥조가 아니고 완벽한 텍스트가 아니기에 수정작업은 되어져야 하고 늘 수정과정이 있어왔다. 그러면 근현대사 교과서 역시 순리에 맞게 적절한 과정과 절차를 통해 수정작업이 되어져야 할 일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특정한 입장을 반영하지 않기에 잘못된 내용이라 매도당하고 역사학자들도 역사교사들도 합의할 수없는 내용으로

수정압력을 받았다.

게다가 저자 동의없이 출판사가 교육과학기술부 수정안대로 교과서를 수정한다고 (저작권에 대한 개념도 없는가?) 발표되었다.

그런데도 내용수정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교과부, 교육청차원에서 교과서 교체를 일선학교에 공공연하게 압박하는 이런 현실은 정말 역사로 기록되어져야만 할 기가막힌 일이지 않은가!

 

이런 비극이 근현대사 교과서교체로 끝날까?

교과서포럼, 뉴라이트, 전경련이 수정을 주장하는

경제교과서, 문학교과서...이 교과서들도 역시

이런 전철을 밟아 나가지 않을까?

 

정부가 교과서 수정을 권고하고

저자들과 학계, 교사들이 수정안을 거부하면

출판사가 수정하도록 지시하고

전국의 각 학교에 해당교과서를 교체하도록 압박하고

그래서 해당교과 교사들이 그것을 거부하거나 말거나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통과시키고...

 

국가 권력이 상식과 정도에서 벗어난 일들을 법적으로 하자없다며교묘하고도 조직적으로 자행하는 이런 일들은 비극적이지만 켤코 낯설지 않은 인류의 과거사를 떠올리게 한다.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노동조합원을 숙청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가톨릭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도였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                            -마르틴 니묄러

 

결국 교사위원들은 모두 퇴장하고 난 상태에서  

근현대사 교과서 교체를 하기로 하고 구체적 내용을 학교장에게 일임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학교운영위원회가 끝난후

"역사교과서는 역사교사가 선택하게 해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회의장 앞을 지켰던 우리학교 역사선생님들은 눈물을 쏟았다.

그런 선생님들의 눈물을 바라보며 뭐라 말을 해줘야하나... 한참동안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운영위원회가 열리면 결과가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게 불을 보듯 뻔하다고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얘기하던 나 스스로가 부끄럽고 미안하고...참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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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11일

 

아침에 학교에 와서 어제 쓴 글을 전체 선생님들께 보냈다.
"자괴감으로 가슴을 치는 밤을 지내고 아침을 맞이하니 삶은 다시 시작됩니다.
뜻을 함께 해주신 많은 샘들의 마음이 있기에
그래도... 희망을 가져봅니다."
이렇게 위로의 말을 덧붙여서...

그랬더니 **샘께서 최근에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라고 답글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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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쪽의 똥 냄새나는 지원 덕에 당선되어 놓고서도 그 기름지고 뻔뻔한 얼굴을 여전히 내밀고 계신 공정택 서울 교육감만 역사 교과서 교체에 열을 올리나 싶었는데, 드디어 경기도 교육청도 소속 고등학교들에게 압력을 가하기 시작한 것 같다.

 

다행히 우리 학교 역사 선생님들은 교과서 교체와 관련한 교과 협의회 등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고(비록 그 의지가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지는 지켜봐야 하는 문제이겠지만), 많은 선생님들이 이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역사 교과서가 잘못 되었다면 검인정 과정에서 걸렀어야 하는 것이고, 그래도 정 껄끄럽다면 저자의 수정이 먼저다. 이게 규칙이고 순서 아닌가. 그런데 한편에서는 법치국가니, 원칙이니, 정의니 하면서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쪽을 향해서는 '정부가 두렵지 않냐'면서 이런 식의 행동을 하는 것은 '반칙'이 아닌가?

 

그나마 우리 학교는 좀 나은 것 같은데, 결국 교과서를 쉽게 교체하기로 한 학교들은 도대체 무슨 짓들인지 모르겠다. 다른 과목도 아니고 '역사' 교사라는 분들이 이렇게 쉽게 자신의 소신을 접고, 편하게 그저 하라는 대로 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게 마음이 편치 않는 건 여러 다른 선생님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친일이 청산되지 못하고, 독재를 찬양하는 인간들이 그 지저분한 입으로 민주주의와 정의를 지껄이고 다녔던 것에 대해, 그 수많은 자료와 증언들, 수없이 많은 고통받은 사람들의 기억,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할, 그래서 그것이 학교에서 다음 세대를 향해 교육되어야 할 사실과 역사가 아니라면, 그것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라면 도대체 무엇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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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샘글이요 다른샘들께 알려도 될까요?
같이 공유했으면 좋겠어요.
샘이 직접 하시면 제일 좋구요.
부담스러우시면 저나 다른 샘이 **샘이름 빼고 올리구요

 

**샘>역사 선생님들에 대한 내용이 조금 있는데, 불편하시지 않을지...
이름은 빼 주시면 좋겠습니다. 별로 나서지 않다가 느닷없이 저를 드러내는게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고...
하여튼 힘 내시길 바랍니다. 저도 많이 착잡하네요. 회의가 막 쓰나미처럼 밀려옵니다...
비약 같지만 문학 교과서도 이제 이육사 대신 이광수랑 서정주만 가르쳐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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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느끼는 착찹함과 막막함이
이 어둠속 작은 불씨라는 걸 어렵게 다시 생각해낸다.


이래서 우리는....나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