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는 9세에 베아트리체와 사랑에 빠졌고 9년후 우연히 길에서 다시 만난 그녀의 정중한 인사 한 번에 평생 그녀를 가슴에 품고 살았다. 피천득은 일생에 단 세 번 만난 아사꼬가 평생 못잊을 여인이었고, 김유정은 목욕탕에서 나오는 명월관 기생 박녹주에게 반해 벼락 같은 열애에 빠졌다. 나이 서른에 폐결핵으로 요절한 이 문학청년의 ‘너를 사랑하노라’던 혈서는 기생 녹주로부 터 한 번의 답도 얻지 못했다. 괴테의 페르소나 베르테르는 로테의 단정함에 반해 치유되지 못할 긴긴 열병을 앓다 죽음 으로 사랑을 마감(혹은 완성)했다. 사람들은 사랑에 대해 흔히 ‘인연’의 잣대를 들이밀지만, 한 번의 마주침을 평생 안고 갔던 저 신화적 인물들을 보면 중요한건 ‘인연’도, ‘대상’도 아닌 것만 같았다. 베아트리체였기 때문에, 아사꼬, 로테였기 때문에 평생을 안고 가는 사랑이 아니라, ‘단테’였기 때문에, ‘김유정’, ‘피천득’, ‘베르테르’였기 때문에 평생을 안고갔던 거라고. 그런 가슴을 가진 사람이라면 사실은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렇게 사랑했을거라고 생각했다. 너도 그러하리라고. 그렇게 뜨거운 가슴으로 평생을 질주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은 나이지만, 그런 뜨거운 가슴을 지닌 너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굳이 나일 필요는 없을거라고, 그래서 안도했고 조금은 슬펐었다. 때때로 너에게 묻고 싶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니, 기다리면 그런 순간이 온다고, 사람도 사랑도 진심으로 기다리면 얻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 대답은 알고 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100도가 되버리는 너. 그래, 그 모습 그대로여라. 그 모습으로 좋아했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인연
단테는 9세에 베아트리체와 사랑에 빠졌고 9년후 우연히 길에서 다시 만난 그녀의 정중한
인사 한 번에 평생 그녀를 가슴에 품고 살았다.
피천득은 일생에 단 세 번 만난 아사꼬가 평생 못잊을 여인이었고,
김유정은 목욕탕에서 나오는 명월관 기생 박녹주에게 반해 벼락 같은 열애에 빠졌다.
나이 서른에 폐결핵으로 요절한 이 문학청년의 ‘너를 사랑하노라’던 혈서는 기생 녹주로부
터 한 번의 답도 얻지 못했다.
괴테의 페르소나 베르테르는 로테의 단정함에 반해 치유되지 못할 긴긴 열병을 앓다 죽음
으로 사랑을 마감(혹은 완성)했다.
사람들은 사랑에 대해 흔히 ‘인연’의 잣대를 들이밀지만, 한 번의 마주침을 평생 안고 갔던
저 신화적 인물들을 보면 중요한건 ‘인연’도, ‘대상’도 아닌 것만 같았다.
베아트리체였기 때문에, 아사꼬, 로테였기 때문에 평생을 안고 가는 사랑이 아니라,
‘단테’였기 때문에, ‘김유정’, ‘피천득’, ‘베르테르’였기 때문에 평생을 안고갔던 거라고.
그런 가슴을 가진 사람이라면 사실은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렇게 사랑했을거라고 생각했다.
너도 그러하리라고. 그렇게 뜨거운 가슴으로 평생을 질주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은 나이지만, 그런 뜨거운 가슴을 지닌 너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굳이 나일 필요는 없을거라고, 그래서 안도했고 조금은 슬펐었다.
때때로 너에게 묻고 싶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니, 기다리면 그런 순간이 온다고, 사람도 사랑도 진심으로 기다리면
얻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 대답은 알고 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100도가 되버리는 너.
그래, 그 모습 그대로여라. 그 모습으로 좋아했으니, 그것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