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 우리가 그렇게 덤덤해 보여?

박은지2008.12.13
조회249
- 그래? 우리가 그렇게 덤덤해 보여?

- 그래? 우리가 그렇게 덤덤해 보여?
 
남자는 친구의 말에 좀 충격을 받습니다.
남자가 여자친구와 통화하는걸 듣더니, 친구가 그렇게 말했거든요
 
- 야, 니네 커플 참 희한하다.
여자친구가 출장간다는데 넌 걱정도 안 돼? 잘 갔다 와. 갔다와서 전화해. 이게 뭐냐?
배웅은 못가더라도 최소한 도착하면 전화해. 이건 해야하는 거 아냐?
무슨 한 50년 같이 산 사람 같애. 니네 둘 아직 좋아하는 거 맞긴 맞냐?
 
처음엔 별 간섭을 다한다며 친구에게 면박을 주던 남자.
그런데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기분이 좀 그렇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처음엔

그러니까.. 그러니까 5년전엔 지금과 많이 달랐죠.
 
그래. 그 때 같았으면 내가 출장지까지 쫓아갔겠지?
아니다. 그 때 같았으면 출장을 못 가게 했겠지? 회사가 다 뭐야.

하루종일 내 옆에 딱 붙들어놓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은 게 내 소원이었는데.. 하, 참.
 
희미하게 좀 허탈하게 혼자 웃어보는 남자.
그러다 문득 어떤 위기감도 찾아왔죠.
 
'근데, 그럼 정말 그 때가 진짜 나에게 마지막 설렘이었나?
이젠 다시 누굴 보면서 설레고 그런 일은 없을까?'
 
생각해보니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또 그래야 하고,
사귄지 5년, 이제 곧 결혼도 할텐데..
다른 여자를 보고 마음이 설레면 그것도 문제일 테니까.
 
그리하여 남자는 여자친구가 돌아오는 날

작은 이벤트를 벌이기로 결심합니다.
 
'그래. 우리도 다시 불꽃을 태워보는 거야.
다른 여자한테 설렐 게 아니라, 우리끼리 다시 설레면 되잖아?'
 
자기가 생각해도 기특한 작전.
남자는 꽃까지 사들고 그녀의 집 앞에서 오돌오돌 기다리다가,
 
- 야, 야. 미정아 여기.. 여기야 여기.
놀랐지? 깜짝 놀랐지? 자, 꽃 받아. 어때? 생각도 못했지?
 
그런데 그녀의 반응.
 
- 왜 이래? 무슨 일 있어?
이 꽃은 뭐야? 설마 돈 주고 산 건 아니지?
 
한껏 신이 났던 남자는 여자의 반응에 그만 기분이 확 나빠졌겠죠? 아주 화악.
 
- 에휴, 됐다. 내가 너하고 무슨 설렘은 무슨..

개가 풀 뜯어먹는 소리지..
 
그런 남자를 가만히 지켜보던 여자친구.
제법 느물느물한 미소로 남자의 엉덩이를 툭 건드리며 하는 말.
 
- 왜 설레고 싶었쪄? 그래서 이렇게 추운데서 기다린거야?
아유, 우리 예쁜 영감. 이리 와. 내가 뽀뽀해줄게.
 
여자친구에게 얼굴을 붙들린 채 일방적으로 키스를 당하며
남자는 그제야 입가로 삐질삐질 웃음이 새어나옵니다.
 
'그래, 설렘은 무슨..
아유, 옛날엔 뽀뽀 한 번 할려면 5박 6일 작전을 짜야 됐는데
그 짓을 다시 어떻게 해. 지금이 훨씬 좋지.
 
살다보면 어느 날은 다시 또 설레기도 하겠죠?
 
쉬흔이 된 그녀가 스무살 적처럼 고와보이는 날.
일흔된 그녀가 쉬흔살 처럼 예뻐보이는 날.
주체 못할 열정 대신, 아주 안정적인 뜨뜻함으로.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