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명 GK에 열광하던 때가 2001년이었다. 티뷰론이 채워주지 못했던 부분들, V6 엔진과 보다 높은 강성을 지닌 차체를 우리는 GK에서 얻길 원했다. GK는 그 해 투스카니로 탈바꿈했다. 척박한 스포츠카 공화국에서 투스카니는 혁명적인 열사였다. 넉넉한 배기량과 보다 단단해진 하체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전도했다.
하지만 가슴 한 구석에는 늘 뒷바퀴굴림 스포츠카에 대한 동경이 가시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년. BK에 관한 자료가 나돌고, 드디어 2007년 11월 미국 LA 모터쇼에 BK의 쇼카가 등장했다. 국산 최초 뒷바퀴굴림 스포츠카. 이 타이틀 하나로 우리의 관심은 태평양을 건너 LA로 향했고, 움직이지도 않는 쇼카를 보면서 온갖 추측이 홍수를 이뤘다.
2008년 3월, 이번엔 모두의 관심이 뉴욕으로 쏠렸다. 나는 실제로 뉴욕행 비행기 티켓을 구입할 뻔했다. BK는 제네시스 쿠페라는 이름으로, 실제 움직이는 모습을 드러냈다. 경쾌한 드리프트 시연은 덤이었다. 이때부터 완벽한 사진이 나돌기 시작했고, 2008년 5월에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한국 마니아들과 첫 대면식을 치렀다.
일련의 모든 과정들을 거쳐 제네시스 쿠페는 지난 10월 제주도에서 양산차 시승행사를 갖고, 드디어 판매를 개시했다. BK에서부터 시작된 나의 궁금증은 지금 내 손에 쥐어진 스마트키 하나 안에 모두 집약되어있다. 그리고 버튼을 누르면 2년 동안 쌓아온 궁금증이 풀릴 것이다.
제네시스 쿠페는 상당한 덩치를 지니고 있다. 길이 4.6미터, 너비 1.8미터에 이른다. 여기에 19인치 알루미늄 휠과 붉은색 브렘보 디스크 로터로 자세를 잡는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에서 수입 쿠페에서 늘 느껴왔던,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압박감이 느껴진다. 정지 상태에서도 달리는 느낌을 주는 전형적인 쐐기형 스타일과, 뒷바퀴굴림이기에 표현 가능한 짧은 프런트 오버행도 눈여겨볼만하다.
제네시스 쿠페의 핵심은 인테리어에 있다. 2008년 현재, 현대의 '차 만들기'가 어떤 수준에 도달해있는지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플라스틱 재질이 다소 거친 감을 주지만, 전체적으론 완성도 높은 품질과 물 흐르는 듯한 장치 구성, 그리고 메탈과 블랙의 적절한 컬러조합이 그 동안 쌓아온 내공을 짐작케 한다.
특히 버튼과 다이얼 하나하나가 손끝에 닿는 느낌은 수입차와 비교해서 떨어지지 않거나 몇몇 어설픈 일본 브랜드보다는 오히려 우수하다. 동시에 인테리어에는 엘레강스와 퍼포먼스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도 역력하다.
그가 제네시스라는 이름을 쓰고 있을 동안은 현대로서는 럭셔리 쪽 비중을 조금 더 높일 것이다. 내심 벤틀리 플라잉스퍼와 컨티넨탈 GT와의 관계 같은 걸 탐냈을지도 모른다.
스타트 버튼을 눌러 엔진음과 배기음을 들어보면 현대가 이 참에 제대로 한번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른 부분을 제쳐두고 액셀을 밟을 때마다 움찔거리는 뒷바퀴와 붕붕거리는 머플러의 음색이 두 귀를 달아오르게 한다.
새로운 쿠페는 퍼포먼스 부분에서도 기대감을 가질 만하다. 최고출력 303마력으로, 모두가 바라던 300마력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올라간 람다 3.8 엔진은 에쿠스에서 무게나 잡던 때와는 이야기가 다르다. 쿠페는 본격적인 달리기를 위한 요소를 꼼꼼하게 채택하고 있다.
우선 엑셀 페달은 바닥과 붙어있는 오르간식 타입을 사용한다. 수동기어에서 힐앤토를 쓰기 쉬운 자세를 만들어내며 자동기어에서도 액셀 전개를 보다 강력하게 수행할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페달에 이어 스티어링 휠은 도톰하게 손에 잡히며 스포츠 주행에 알맞은 지름을 지녔다.
특히 엄지가 닿는 부분을 돌출 시켜 안정적인 포지션 연출을 돕는다. 또 다시 자랑해도 아깝지 않은 시트. 그리고 날개를 펼친 듯 설계한 사이드미러는 낮게 깔린 쿠페의 좌우 시야를 제대로 확보한다. 구조적으론 스포츠성이 꽤 훌륭하다. 하지만 시각적으로는 그리 달갑지는 않다.
투스카니에 있던 멀티게이지가 아쉽고, 패들시프트는 기아 로체가 아니라 이 차에 달았어야 했다. 그리고 세단 것과 비슷하게 생긴 기어레버도 좀 손봐야 한다.
일단 달리기 시작하고 나자, 뒤에 말한 아쉬운 것들은 더욱 절실해진다. 제네시스 쿠페는 속도를 더할수록 점점 더 뒷바퀴굴림이라고 크게 외친다. 의도적인지는 몰라도, 뒷바퀴를 굴리지만 항상 모든 네바퀴가 무겁게 땅바닥에 달라붙은 듯한 느낌을 주는 수입 쿠페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이 말은, 엔진이 올라갔어도 앞이 좀 가볍다는 소리다.
그래서 매우 이상적인 이 차의 주행 방법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는 것이다. 자제제어장치들이 붙어있긴 하지만 급작스런 액셀 전개는 움찔거리는 엉덩이를 동반한다. 주변이 좀 넓은 공간이라면, 과감하게 핸들을 돌리는 동시에 과도한 토크를 뒷바퀴로 몰아라. 뒤가 미끄러진다고 느껴질 때면 액셀 페달로 토크를 조절하면서 스티어링 휠을 미끄러지는 반대방향으로 돌려라.
제네시스 쿠페라면, 운전에 능숙하지 않더라도 드리프트나 제자리 돌기 같은 행위를 보란 듯 쉽게 해낼 수 있다. 그냥 폼 잡고 싶거든 'D' 레인지에서 액셀 페달과 브레이크를 함께 밟은 상태에서 엔진을 달아오르게 한 브레이크를 놓는 동시에 스티어링 휠을 돌려보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비명을 지르는 뒷바퀴를 느낄 것이다.
컨트롤을 요하는 뒷바퀴를 갖추었기 때문에 이 차에게는 패들시프트가 '절실히' 필요하다. 같은 행위를 한 손으로 걸치고 있는 상태에서 시도한다면, 곧 그대의 왼손이 엉키는 걸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물론 프로들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이 차를 사는 모두가 프로일 리는 없다.
악랄하게 다그치지 않는다면, 제네시스 쿠페는 그랜드투어러 쿠페 역할도 충분히 수행한다. 코너링에서 돋보였던 버킷 시트는 사실 장거리 승객에게도 훨씬 편할 수도 있다. 보다 안정적인 직진 돌파력을 위해 타이어 규격도 앞 뒤를 달리했다.
느긋하게 뒷바퀴로 전달되는 최대토크 38.6kg·m을 즐겨가며 항속을 시작하면, 자동 6단 변속기는 이 차를 제네시스 세단으로 탈바꿈 시킨다. 하지만 액셀 페달에 힘을 주기 시작하면, 엔진과 배기가 음역을 바꿔가기 시작한다. 수치적으로 이 차는 시속 0→100km 가속을 6.5초 안에 끝내버리기로 돼있다.
엔진은 수월하게 요구에 화답한다. 솟구치는 rpm은 7천에 설정된 레드존 가까이로 몰아가며 시속 200km를 넘어 230km까지 들락거리게 떠민다. 고속 직진 안정성에 관해서 제네시스 쿠페는 분명 블라인드 테스트가 필요하다. 왜 이번엔 그토록 좋아하는 수입차 비교 시승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고속에서는 풍절음 차단에도 상당한 신경을 쓴 노력이 엿보인다. 그런데 액셀 페달을 뗐다가 다시 가속할 때는 분명 경쟁력이 떨어진다. 한 박자 굼뜨게 반응하는데, 미션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잘 모르는 모양이다. 드로틀이 닫히고 다시 열릴 때 미션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계산해내는 과정에 있어서는 아직 수입 쿠페들이 우위에 있는 건 사실이다. 토크컨버터가 달린 제품이 가진 한계일 수 있지만, 현대의 빠른 학습능력으로 볼 때 언젠가는 더블 클러치를 사올지도 모른다.
제네시스 쿠페는 이제 걸음마를 뗐다. 스포츠 루킹카의 시작이 스쿠프였다면, 이제부터는 스포츠카의 시작이다. 특히 현대가 상당히 높은 품질과 마무리에 도달한 시점에서 나온 차인지라 완성도는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만약 수동 모델을 고른다면 직접적으로 출력을 조율하는 맛이 훨씬 더할 것이다.
아주 여유로워서 G37 쿠페 같은 차를 5천만 원 넘게 주고 사야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하지만 제네시스 쿠페 380 GT는 그 차보다 2천만 원 정도 싸다. 남은 2천만 원을 이 차에 투자한다면, G37 쿠페 부럽지 않을 수도 있겠다. 물론 브랜드 가치의 차이는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영국의 같은 외국 평가기관의 순위에서는 현대가 인피니티를 만드는 닛산 보다 몇 계단 더 앞서있다. 물론 이제 겨우 첫 뒷바퀴굴림 쿠페를 만들어놓고 호들갑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직접 만져보니 그 호들갑은 바로 일본산 쿠페들의 목을 정통으로 겨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BK는 제네시스 쿠페
코드명 GK에 열광하던 때가 2001년이었다. 티뷰론이 채워주지 못했던 부분들, V6 엔진과 보다 높은 강성을 지닌 차체를 우리는 GK에서 얻길 원했다. GK는 그 해 투스카니로 탈바꿈했다. 척박한 스포츠카 공화국에서 투스카니는 혁명적인 열사였다. 넉넉한 배기량과 보다 단단해진 하체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전도했다.
하지만 가슴 한 구석에는 늘 뒷바퀴굴림 스포츠카에 대한 동경이 가시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년. BK에 관한 자료가 나돌고, 드디어 2007년 11월 미국 LA 모터쇼에 BK의 쇼카가 등장했다. 국산 최초 뒷바퀴굴림 스포츠카. 이 타이틀 하나로 우리의 관심은 태평양을 건너 LA로 향했고, 움직이지도 않는 쇼카를 보면서 온갖 추측이 홍수를 이뤘다.
2008년 3월, 이번엔 모두의 관심이 뉴욕으로 쏠렸다. 나는 실제로 뉴욕행 비행기 티켓을 구입할 뻔했다. BK는 제네시스 쿠페라는 이름으로, 실제 움직이는 모습을 드러냈다. 경쾌한 드리프트 시연은 덤이었다. 이때부터 완벽한 사진이 나돌기 시작했고, 2008년 5월에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한국 마니아들과 첫 대면식을 치렀다.
일련의 모든 과정들을 거쳐 제네시스 쿠페는 지난 10월 제주도에서 양산차 시승행사를 갖고, 드디어 판매를 개시했다. BK에서부터 시작된 나의 궁금증은 지금 내 손에 쥐어진 스마트키 하나 안에 모두 집약되어있다. 그리고 버튼을 누르면 2년 동안 쌓아온 궁금증이 풀릴 것이다.
제네시스 쿠페는 상당한 덩치를 지니고 있다. 길이 4.6미터, 너비 1.8미터에 이른다. 여기에 19인치 알루미늄 휠과 붉은색 브렘보 디스크 로터로 자세를 잡는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에서 수입 쿠페에서 늘 느껴왔던,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압박감이 느껴진다. 정지 상태에서도 달리는 느낌을 주는 전형적인 쐐기형 스타일과, 뒷바퀴굴림이기에 표현 가능한 짧은 프런트 오버행도 눈여겨볼만하다.
제네시스 쿠페의 핵심은 인테리어에 있다. 2008년 현재, 현대의 '차 만들기'가 어떤 수준에 도달해있는지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플라스틱 재질이 다소 거친 감을 주지만, 전체적으론 완성도 높은 품질과 물 흐르는 듯한 장치 구성, 그리고 메탈과 블랙의 적절한 컬러조합이 그 동안 쌓아온 내공을 짐작케 한다.
특히 버튼과 다이얼 하나하나가 손끝에 닿는 느낌은 수입차와 비교해서 떨어지지 않거나 몇몇 어설픈 일본 브랜드보다는 오히려 우수하다. 동시에 인테리어에는 엘레강스와 퍼포먼스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도 역력하다.
그가 제네시스라는 이름을 쓰고 있을 동안은 현대로서는 럭셔리 쪽 비중을 조금 더 높일 것이다. 내심 벤틀리 플라잉스퍼와 컨티넨탈 GT와의 관계 같은 걸 탐냈을지도 모른다.
스타트 버튼을 눌러 엔진음과 배기음을 들어보면 현대가 이 참에 제대로 한번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른 부분을 제쳐두고 액셀을 밟을 때마다 움찔거리는 뒷바퀴와 붕붕거리는 머플러의 음색이 두 귀를 달아오르게 한다.
새로운 쿠페는 퍼포먼스 부분에서도 기대감을 가질 만하다. 최고출력 303마력으로, 모두가 바라던 300마력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올라간 람다 3.8 엔진은 에쿠스에서 무게나 잡던 때와는 이야기가 다르다. 쿠페는 본격적인 달리기를 위한 요소를 꼼꼼하게 채택하고 있다.
우선 엑셀 페달은 바닥과 붙어있는 오르간식 타입을 사용한다. 수동기어에서 힐앤토를 쓰기 쉬운 자세를 만들어내며 자동기어에서도 액셀 전개를 보다 강력하게 수행할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페달에 이어 스티어링 휠은 도톰하게 손에 잡히며 스포츠 주행에 알맞은 지름을 지녔다.
특히 엄지가 닿는 부분을 돌출 시켜 안정적인 포지션 연출을 돕는다. 또 다시 자랑해도 아깝지 않은 시트. 그리고 날개를 펼친 듯 설계한 사이드미러는 낮게 깔린 쿠페의 좌우 시야를 제대로 확보한다. 구조적으론 스포츠성이 꽤 훌륭하다. 하지만 시각적으로는 그리 달갑지는 않다.
투스카니에 있던 멀티게이지가 아쉽고, 패들시프트는 기아 로체가 아니라 이 차에 달았어야 했다. 그리고 세단 것과 비슷하게 생긴 기어레버도 좀 손봐야 한다.
일단 달리기 시작하고 나자, 뒤에 말한 아쉬운 것들은 더욱 절실해진다. 제네시스 쿠페는 속도를 더할수록 점점 더 뒷바퀴굴림이라고 크게 외친다. 의도적인지는 몰라도, 뒷바퀴를 굴리지만 항상 모든 네바퀴가 무겁게 땅바닥에 달라붙은 듯한 느낌을 주는 수입 쿠페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이 말은, 엔진이 올라갔어도 앞이 좀 가볍다는 소리다.
그래서 매우 이상적인 이 차의 주행 방법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는 것이다. 자제제어장치들이 붙어있긴 하지만 급작스런 액셀 전개는 움찔거리는 엉덩이를 동반한다. 주변이 좀 넓은 공간이라면, 과감하게 핸들을 돌리는 동시에 과도한 토크를 뒷바퀴로 몰아라. 뒤가 미끄러진다고 느껴질 때면 액셀 페달로 토크를 조절하면서 스티어링 휠을 미끄러지는 반대방향으로 돌려라.
제네시스 쿠페라면, 운전에 능숙하지 않더라도 드리프트나 제자리 돌기 같은 행위를 보란 듯 쉽게 해낼 수 있다. 그냥 폼 잡고 싶거든 'D' 레인지에서 액셀 페달과 브레이크를 함께 밟은 상태에서 엔진을 달아오르게 한 브레이크를 놓는 동시에 스티어링 휠을 돌려보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비명을 지르는 뒷바퀴를 느낄 것이다.
컨트롤을 요하는 뒷바퀴를 갖추었기 때문에 이 차에게는 패들시프트가 '절실히' 필요하다. 같은 행위를 한 손으로 걸치고 있는 상태에서 시도한다면, 곧 그대의 왼손이 엉키는 걸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물론 프로들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이 차를 사는 모두가 프로일 리는 없다.
악랄하게 다그치지 않는다면, 제네시스 쿠페는 그랜드투어러 쿠페 역할도 충분히 수행한다. 코너링에서 돋보였던 버킷 시트는 사실 장거리 승객에게도 훨씬 편할 수도 있다. 보다 안정적인 직진 돌파력을 위해 타이어 규격도 앞 뒤를 달리했다.
느긋하게 뒷바퀴로 전달되는 최대토크 38.6kg·m을 즐겨가며 항속을 시작하면, 자동 6단 변속기는 이 차를 제네시스 세단으로 탈바꿈 시킨다. 하지만 액셀 페달에 힘을 주기 시작하면, 엔진과 배기가 음역을 바꿔가기 시작한다. 수치적으로 이 차는 시속 0→100km 가속을 6.5초 안에 끝내버리기로 돼있다.
엔진은 수월하게 요구에 화답한다. 솟구치는 rpm은 7천에 설정된 레드존 가까이로 몰아가며 시속 200km를 넘어 230km까지 들락거리게 떠민다. 고속 직진 안정성에 관해서 제네시스 쿠페는 분명 블라인드 테스트가 필요하다. 왜 이번엔 그토록 좋아하는 수입차 비교 시승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고속에서는 풍절음 차단에도 상당한 신경을 쓴 노력이 엿보인다. 그런데 액셀 페달을 뗐다가 다시 가속할 때는 분명 경쟁력이 떨어진다. 한 박자 굼뜨게 반응하는데, 미션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잘 모르는 모양이다. 드로틀이 닫히고 다시 열릴 때 미션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계산해내는 과정에 있어서는 아직 수입 쿠페들이 우위에 있는 건 사실이다. 토크컨버터가 달린 제품이 가진 한계일 수 있지만, 현대의 빠른 학습능력으로 볼 때 언젠가는 더블 클러치를 사올지도 모른다.
제네시스 쿠페는 이제 걸음마를 뗐다. 스포츠 루킹카의 시작이 스쿠프였다면, 이제부터는 스포츠카의 시작이다. 특히 현대가 상당히 높은 품질과 마무리에 도달한 시점에서 나온 차인지라 완성도는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만약 수동 모델을 고른다면 직접적으로 출력을 조율하는 맛이 훨씬 더할 것이다.
아주 여유로워서 G37 쿠페 같은 차를 5천만 원 넘게 주고 사야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하지만 제네시스 쿠페 380 GT는 그 차보다 2천만 원 정도 싸다. 남은 2천만 원을 이 차에 투자한다면, G37 쿠페 부럽지 않을 수도 있겠다. 물론 브랜드 가치의 차이는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영국의 같은 외국 평가기관의 순위에서는 현대가 인피니티를 만드는 닛산 보다 몇 계단 더 앞서있다. 물론 이제 겨우 첫 뒷바퀴굴림 쿠페를 만들어놓고 호들갑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직접 만져보니 그 호들갑은 바로 일본산 쿠페들의 목을 정통으로 겨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에디터/황인상 사진/최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