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비파 레몬 -에쿠니 가오리

엄민지2008.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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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색깔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색깔일까를 한참 궁금해하다가

청아한 레모네이드 색깔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햇살이 쏟아지는 여름 날

시원한 레모네이드 잔에 쏟아지는 그 청아한 노란 빛.

나에게 에쿠니 가오리는

그런 날 마시는-

왠지 마음이 불안해지는 그런 날 마시는 레모네이드 한 잔.

 

슬퍼지는 새벽.

 

왜 사람들은 사랑하는 때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지 못할까.

왜 우리는 헤어져야만 하는걸까.

 

인생에서 딱 한 번만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너를 사랑하기 전으로 돌려달라고 할까

아님 너와 헤어지기 전으로 돌려달라고 할까

 

비누거품처럼 솟아오르는 끝없는 궁금증들.

 

 

에미코는 해가 지는 시간이 싫었다.

가게가 바쁘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다보면 모든 것을 잊었다.

그러다 손님의 발길이 끊기고, 유리창 너머 푸르죽죽한 하늘로 눈길이 가면 이유도 없이 가슴이 술렁거리고 불안해졌다.

 

마리에는 뭔가를 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젊고 자신의 정열을 믿을 수 있고

무언가가 뒤틀려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

생활의 자잘한 부분까지 스스로 해결하는 데 길들기 전의 나이.

타인과 자신 사이에 놓인 어둠이 무엇인지 모색하기가 귀찮아지면 이미 때는 늦는다.

 

"다양한 시기가 있는 법이지요."

"정말 그런가봐요."

도우코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눈 앞에 있는 남자의 친절함에 감사,라기보다는 감동했는데, 나중에는 그 말이 어딘가에 와 닿은 정도가 아니라 '단박에 파고든 느김'이었다고 몇번이나 되새기게 된다.

 

"웬일이냐고 자꾸 묻지 마세요."

고개를 숙인 채, 자기 무릎 위에 올려놓은 두 손-손수건을 접고 있다-를 쳐다본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니까."

 

후회 비슷한 감정에 휩싸일 것도 알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떠도 혼자, 밤에 잘 때도 혼자, 크리스마스나 새해 인사를 해 줄 상대도, 생일을 축하해줄 상대도 없다.

목욕을 하고서 캔 맥주 하나를 땄는데, 다 마시지 못했다고 나머지를 마셔줄 사람도 없다.

알고 있었던 일이다.

 

시노하라의 부재.

에미코 자신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시노하라라는 인간은 그립지도 아쉽지도 않은데,

시노하라의 부재는 때로-아니 종종, 하루 종일-견딜 수가 없다.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곁에 있고 싶다고 상대가 나를 필요로 하면 나는 욕망을 억누르지 못한다.

더 필요시 되고 시은 욕망, 모든 것을 빼앗기고 싶은 욕망.

 

I was born to love you with every single beat of my he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