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진중권·신해철 ‘어록’ 빛난 "100분 토론"

이강율2008.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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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100분 토론’ 400회 특집 '2008 대한민국을 말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입담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MBC 은 18일 400회를 맞아 시청자들이 뽑은 최고의 논객 9명을 초청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전병헌 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뿐 아니라 신해철, 김제동 등 연예인들도 함께 자리했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제성호 중앙대 교수 등 학계 인사도 참석했다. 시청자들이 최고의 진보·보수 논객으로 뽑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사정상 불참했다.

이날 은 400회 특집으로 ‘2008 대한민국을 말하다’는 주제 아래 2부에 걸쳐 120분 동안 진행됐다. 1부는 시청자가 직접 뽑은 올해 주요 이슈에 대해 9명의 패널들이 정답을 맞히는 형식의 이색적인 랭크쇼로 진행됐다. 2부에서는 19일로 취임 1년을 맞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와 전망에 대해 패널들의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 MBC 400회 특집방송 ⓒMBC

 

‘촛불’ 여전히 뜨거운 감자

미국발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이어 올해 가장 뜨거웠던 이슈 2위로 꼽힌 ‘광우병 파동과 촛불정국’은 여전히 뜨거운 이슈였다. 촛불정국에 대해 이날도 역시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촛불정국의 일차적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정보의 왜곡이나 과장도 다소 있었던 것이 안타깝다”며 특히 “촛불시위의 성격이 6월 정도부터 바뀌었다. 정부에서 문제 삼는 것은 촛불시위를 불법으로 변질시킨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가수 신해철은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포용성의 부족”이라며 “설사 촛불시위가 불법시위로 변질되는 양상을 보였더라도 그것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가느냐, 겁주고 체포하는 방향으로 가느냐의 문제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정부는 전혀 포용성이 없어 보인다. 그런 것은 국민들에게 대단히 위협적인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후반부에 불법시위가 됐다고 하는데 쇠고기 파동으로 사실상 추가협상하고 대통령이 두 번이나 사과했음에도 촛불이 모여드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 에 대해 제작진을 고발하고 검찰 수사를 하는 것 자체가 시위의 불법성 여부와는 별개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북악산에 올라가 자신보다 자식들 건강을 생각하는 어머니들의 세심한 배려를 미처 생각 못했다면서도 결국 유모차 부대까지 수사해버리는 모양새를 보면 시위의 불법성 여부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민주주의의 성숙성, 새로운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나경원 의원은 “촛불시위에서 국가가 약해지고 시민사회가 강해진 모습을 볼 수 있다”며 “그럴수록 시민사회의 책임성이 강조돼야 한다”고 맞섰다. 또 촛불정국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거리 시위에 함께 한 것에 대해 “강하게 대립할 때 의회가 완충 역할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400회 중 300회를 이끌어온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MBC

 

진중권 “악플 받아도 모욕감 안 느낀다”

2008년 이슈 4위를 차지한 최진실, 안재환 등 잇단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을 두고도 논쟁이 불붙었다. 특히 최진실의 죽음을 두고 정치권에서 이슈가 된 사이버모욕죄가 논란이 됐다.

전병헌 의원은 “사이버모욕죄의 가장 큰 폐해는 친고죄 성격을 없앴다는 것”이라며 “모욕은 이해 당사자가 모욕이라고 느껴야 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이버모욕죄는 제3의 기관인 수사기관이 늘 인터넷 공간을 감시, 통제하다 자의적으로 판단, 그것으로 처벌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의 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제성호 교수는 “표현의 자유도 보호할 가치가 있지만 동시에 거기에 한계가 있다”며 “익명성을 이용해 타인에 대해 인신공격하고, 엄청난 상처를 주는 것은 문제다. IT 강국으로서 인터넷상의 표현에 절제, 품격 갖추자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송인 김제동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미국에서 하드 파워 대신 소프트 파워가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며 “IT 역시 기술적인 하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인간의 마음이 있다. 사이버상의 문제도 선플 운동이나 인간의 마음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진중권 교수 역시 “주관적 모욕감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가장 욕먹는 사람 중 하나인 나는 온갖 욕설에도 모욕감을 하나도 안 느끼는데 경찰이 모욕감 느낀다고 나서서 수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이어 “경찰이 인력의 한계가 있는데 나 같은 사람이 모욕당하는 것에 관심이 있겠나. 결국 사이버모욕죄가 보호할 사람은 뻔하다. 대기업, 관료, 의원들일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민주주의 ‘후퇴’ 지적…국민 49.7% “지난 1년 잘못했다”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을 평가하는 2부 토론은 패널 간 의견이 더욱 첨예하게 대립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진중권 교수는 “노무현 정권 때만 해도 소위 대통령을 욕하는 게 국민 스포츠였다”며 “그런데 지금은 경제를 예측(미네르바 사건)해도 사법처리에 대한 협박을 받는다. 자율성이 살지 않는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수 신해철 역시 “이명박 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권위주의가 부활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주제로 에 나왔을 때는 주위 사람들이 여론에 뭇매 맞을까 걱정했는데 오늘 이명박 정부를 주제로 한다니까 ‘너 큰일난다’, ‘보복 당한다’는 얘기를 한다”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아니라 사람들이 그 정도로 위협감을 느낀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시민 전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보수주의 이념이 아니라 절차의 문제”라며 “대통령이 교과서나 방송, 지식인이 맘에 들지 않을 수 있지만,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정상적 절차를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다음 정권이 또 그렇게 할 거 아니냐. 그러면 생각, 이념이 다른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사회에 법치, 민주주의 다 없어지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전원책 변호사도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에 대해 쓴 소리를 내뱉었다. 전 변호사는 “지난 1년은 한 마디로 혼돈의 상태였다”며 “이는 이명박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은 노무현 정권이 이념 투쟁에 골몰하고, 민생을 도외시해 그 반대급부로 탄생했다”며 “그러면 겸손해야 하는데 점령군 행세를 해버렸다”고 꼬집었다.

특히 전 변호사는 ‘고소영’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킨 인사 실책, 경제팀의 정책 실패 등을 문제로 지적하며 “앞으로 대대적인 인사개혁부터 해서 제대로 된 비전을 갖고 로드맵을 만들어 신뢰를 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도 냉혹했다. 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이명박 정부에 대해 49.7%의 국민들이 잘못했다고 응답했다. 잘했다는 응답은 6.5%에 그쳤다. 내년에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40.8%로 나타나 기대감을 드러냈다.  

 

 

▲ 400회 특집방송에 출연해 수많은 어록을 남긴 가수 신해철 ⓒMBC

 

유시민·진중권·신해철 ‘어록’ 빛나

이 시대 최고의 입담꾼들이 모인 만큼 400회 특집 방송에서는 수많은 ‘어록’들이 탄생했다. 특히 유시민 전 장관과 진중권 교수, 가수 신해철의 어록이 빛났다.

먼저 유시민 전 장관의 ‘고양이와 쥐’의 비유가 눈길을 끌었다. 유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주장을 펴던 도중 고양이와 쥐의 비유를 들었다.

“힘 있는 사람이 꼴 보기 싫은 것을 다 바꿔 버리는 것이 용납되는 사회로 가고 있다. 자기 생각을 두려워하지 않고 표현하는 것이 대한민국과 이북의 다른 점이다. 지금은 무섭단 말이죠. (상대편에서 계속 이를 부인하자) 고양이는 쥐를 잘 모른다. 고양이는 발톱을 움직이며 별것도 아닌데 왜그러냐고 하지만 막다른 골목에 몰린 쥐의 심정을 모른다. 지금은 고양이 편에 계시니까….”

신해철의 어록도 빛났다.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자질은 여야를 막론하고 청소년들이 보기에 그다지 모범적 모습은 아닌 것 같다. 동방신기, 비를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할 게 아니라 국회 자체를 유해 장소로 지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 19금이다.”

(올해 가장 기분 좋은 뉴스를 뽑아보라는 질문에) “올해는 별로 기분 좋은 뉴스가 없었다. 국가 엘리트주의 스포츠의 폐해에 집중하는 편이라 베이징 올림픽 얘기도 하고 싶지 않다. 죽어도 한 가지 뽑으라면 넥스트 신보 발매 정도 아닐까(웃음). 악플 2만개.”

(사이버모욕죄에 대한 논의 도중)“욕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는데 난 거의 영생의 길에 도달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를 가장 근본적으로 파고들어 커뮤니케이션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데서 출발해야지 처벌한다고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

(나경원 의원이 사이버모욕죄로 처벌만 하자는 게 아니라 인터넷 교육도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하자) “교육하자는 게 일제고삽니까!”

진중권 교수도 빠지지 않았다.

“어제 YTN 해직기자 모임에 갔는데 나라가 보일러냐 거꾸로 가게 그런 말을 하더라. 현재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 나는 CEO이고, 너넨 사원이다. 나는 두뇌고 너넨 수족이다. 그런데 두뇌 속에 삽 한 자루밖에 없는 게 큰 문제다. 전망 내고, 검증받고 사회적 합의를 받아야 한다. 요즘 대통령을 보면 깜짝쇼를 한다. 기업 망년회에 가거나 시장에 나타나 목도리를 주고 배추 산다. 그래서 경제가 산다면 얼마나 좋겠나. 사진 몇 장으로 경제 살리겠다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