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 <400회 특집> 후기?

김영수200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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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시사프로그램을 좋아라 하지만 잘 챙겨보지는 않았던 MBC 간판 시사프로그램 100분 토론이 400회를 맞아 김제동과 신해철을 패널로 등장한다기에 재방(?)으로 보았다. 실상 재미없는 여당과 야당의 싸움으로 일관된 100분의 말싸움으로만 인식되었던 내 생각은 이번을 계기로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 정말 10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각설하고 400회 특집에 출현한 논객들에 대한 얄팍한 나의 짱구를 굴려 보고자 한다.

 

1. 손석희는 토론계의 유재석이다. (Cut의 달인)

 패널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나운서이자 사회자다. 가끔 아침에 여자친구 출근시키다가(?) 차에서 들었던 손석희의 시선집중 또한 근사한 목소리로 그의 동안에 어울리는 매끄러운 진행을 한다. 그가 하는 진행을 듣거나 보고 있노라면 '어찌 저리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 입장에서 진행을 잘할까? 그도 인간일텐데...'하는 생각이 매번 나로 하여금 뇌를 스치다 못해 때려 버리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직접 토론에 참여하는 모습을 기대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 바라지는 않는다. 뭐랄까... 한 번 자신의 견해를 밝힌 진행자가 다음 회에 나와서 중립적인 태도를 일관하는 모습은 썩 어울릴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 아냐~~

 뭐, 어쨌든 그는 그만큼 지금까지 보여왔던 것처럼 진행을 잘하는 사회자라는 것인데 진행방식 중 가장 큰 스킬은 컷팅능력이다! 이건 마치 각자 색깔이 뚜렷한 무한도전 멤버들의 난잡한 상황을 적절히 커트해서 매끄러운 진행을 유도하는 유재석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단, 프로그램이 버라이어티에서 토론이라는 것만 다를 뿐.

 이 날 손석희는 자신은 아나운서야구팀에서 7할 이상의 출루율의 보유하고 있다며 자랑질도 했다.

 

2. 나경원 의원의 황당한 발언을 하는 버릇! 오늘도 역시...

 이제 곧 47살이 되실 이 분은 올해 정치인 베스트 드레서로 뽑혔다는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워낙 외모가 출중하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 외모가 너무 아깝다. 이쁜 여자들은 대가리에 100분 토론 <400회 특집> 후기?만 찼다는 근거없는 학설(?)을 여실히 증명시켜주고 있다. 물론, 그녀도 법조계 출신이지만 이 명제에 전혀 지장이 되질 않는다.

 가령, 미 대통령 선거 중 오바마 당선이야기가 오고 가는 중에 인종차별을 깬 오바마라며 자신은 남녀차별을 깰 유력자라며 나로 하여금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였다.

 또한 그녀는 여우였다. 리서치에서 나온 50%가 조금 넘은 국민 지지여론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정부와 여당의 유리한 쪽으로 끌어다 쓸려다가 유시민에게 원펀치를 맞는다. 그 외에도 "얄팍한 핑계 후 곧바로 반격"이라는 스킬을 가지고 내내 토론에 임하였지만 쌈닭같은 모습만 보였고, 논리 또한 부제를 너무 크게 잡기만 했다. 

 결국 좌파패널들(?)의 각종 사례를 든 냉소적인 비판에도 당당하게 "귀막고 안 들려~"스킬까지 발동하여 정부의 입장을 대변함. 아마도 토론 내내 홍준표 의원이 무척이나 그리웠을 게다.

 

3. 전원책 변호사의 논점이탈에는 맥이 빠져버렸지만 카리스마는 확실했다.

 이 양반에게 예외는 없다. 일단은 다 까고 본다. 진보냐 보수냐, 우파냐 좌파냐, 현 정부냐 전 정부냐, 그 어느 것도 아니다. 그는 다 깐다. 예외는 없다. 하지만 초지일관하는 자세는 있었다. 그래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남성성이 가장 뚜렷했던 패널이기도 하다.

 물론 맘에 드는 부분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문제, 경제에 대한 정책문제에 대해서는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다. 만약 국회의원이 된다면 크로스보팅을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소신있는 사람. 하지만 왠지 그에게서 허경영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나 뿐일까. 조금은 걱정된다...ㅋ

 

4. 제성호 교수는 제발 쫌...!

 뉴라이트가 어디 가겠나. 교과서 얘기부터 유신헌법까지 100분 토론의 Worst에 당당히 선정되었다! (물론 나에게...)

 400회의 경사스런 특집에 도대체 이 인간을 왜 부른 것인가... 진중권 교수 말대로 잠시 다른 나라에서 살다온 듯하다. 그가 강조하는 법치주의의 객체는 항상 일반 시민들에게만 국한되고, 정부 및 국회의원은 항상 괄호 밖이라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 것인가?

 이 날 이 인간의 기본인식은 시민들은 항상 부족하고 무질서하다고 이 견해를 주구장창 촛불시위의 비합리성에 끌어다 쓰며, 마치 시민들은 법이 아니면 통제가 불가능한 집단으로 묘사하고 있기에 얼굴을 찌푸리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법학전공이라던데 헛배운 듯...

 

5. 이승환 변호사는 말을 좀 조리있게 해주면 안 되겠니?

 이 날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패널들은 정말 직업의식이란 것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말을 조리있게 하지 못하고 정말 주먹구구식으로 해댔다. 결국 나는 이 날 이 논객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파악하질 못했다. 하긴 한나라당의 똥구멍을 핥느라 지도 정신없었겠지.

 

6. 전병헌 의원님, 민주당에 인재가 그렇게 없습니까?

 민주당에 입담이 좋은 의원이 없는 걸까? 아니면 어제 FTA동의안의 혈투 때문에 나올 수 없었던 것일까? 한마디로 제성호 교수와 함께 들러리였다. 갑자기 만화 슬램덩크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왼손은 거둘 뿐..."

 

7. 유시민 전 장관은 오늘 마치 한 인자한 선인 같았다.

 오늘 그가 보여준 모습은 사뭇 달라보였다. 강하고 날카로우며 매서웠던 언변의 유시민을 기대하기에는 그의 현 위치가 여의치 않았나 보다. 발언 중간중간에 "무섭다", "두렵다"는 말에 내가 다 안쓰러울 정도. 

 그러나 역시 논객의 제왕 유시민다웠다. 비록 조용했지만 돋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쓴 로도 매우 유명한 사람인데 오늘 그가 보여준 것은 처럼 논리적이고 조목조목 잘 따져가며 발언을 한 유시민의 모습이었다. 상대방 입장을 생각해주며 건전하게 그리고 침착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였고, 이는 바람직한 토론의 장이 무엇인지 교과서적으로 잘 보여주었다.

 다만 옥의 티는 논리의 사례를 들 때 이것저것 광범위하게 끌어 쓰는 바람에 여우(나경원 의원)와 좆밥(제성호)에게 꼬투리를 잡혀 이전 논리가 묻혀버리는 실수를 범했다. 

 

7. 진중권 교수의 입담은 400회 특집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의 풍자와 비난, 그리고 비꼬움과 독설은 패널들 중 단연 으뜸이다. 심지어 파격적인 입담을 자랑하는 신해철의 의상 역시 그의 입담에는 묻히고 만다.

 나도 오늘 처음 안 사실이지만 그는 진보신당의 당원이면서 중앙대의 독어독문과의 겸임교수로 재직해있다. 원래 적절한 비유와 촌철살인의 말로 네티즌에게 안티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가 예전 촛불관련 100분 토론에서 주성영 의원에게 아주 제대로 원투펀치를 먹인 부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는 두 분 모두 흥분되어 있었는데 그 덕분인지 볼만한 구경거리가 제공되었지만 아쉽게도(?) 이번 토론에서는 진중권 교수는 본래의 스타일로 돌아왔기 때문에 볼 수가 없었다. 한 두번의 발언기회를 놓치지 않고 적절한 비유와 가려운 부분을 속 시원하게 긁어주는 효자손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다. 시민논객들의 웃음도 끄집어 내기도 하고 다양한 제스쳐까지 보여주며 상대패널을 요리를 해댔다. 

 본래 그는 토론함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로서 많은 발언을 얻어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항상 뼈 있는 말과 냉소적인 어조로 재치있는 일격을 가한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타겟형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그렇기에 다소 비유가 세다는 얘기도 있지만 뭐 어쩌겠나...

 이것이 그만의 스타일이고, 색깔인걸.100분 토론 <400회 특집> 후기?

 

8. 가수 신해철의 일목요연한 말주변은 멋스러웠지만 오늘은 상대를 잘못 만났어!

 대마초 합법화를 부르짖던 그가 현 정부를 까고, 제도를 비판하는 것은 고스에서 보여주던 그대로였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말을 끄집어 내어 말하곤 했다. 하지만 여러 지식인들 사이에서 이빨로 조져야 된다는 상념에 빠져 넥스트 활동 당시의 의상과 다한증 때문에 낀 장의 복장과는 전혀 안 어울리는 어려운 말과 화제를 벌려놓고,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는다.

 

9. 아무리봐도 난 너를~100분 토론 <400회 특집> 후기? 빼고, 김구라가 나오는 게 훨씬 나을 거라 생각되는데...

 김제동은 좋은 말만 한다. 나쁜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헐뜯기가 난무하는 100분 토론에 나온다고 했을 때 어찌 될지는 불보듯 뻔했다. 안 그래도 예의도 바른 총각(?)이 나이도 젤 어려놔서 험담도 못하고...  

 100분 토론이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뤄서 그런지 어록에 담길 만한 오늘 그의 발언은 장황하고 너무나 추상적이기만 했다. 차라리  시절부터 사회문제와 국회의원에게 관심을 표명해 온 김구라가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진중권의 색깔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김구라까지 나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을 듯.

 어쨌든 100분 토론 막판에 진보니 보수니, 이념이니 하는 쓸데 없는 얘기는 이젠 좀 지겹다는 김제동에게서 우리 일반 시민들의 설움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