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자, 당나귀의 나라 - 9 (터키셀축)

곽자경2008.12.20
조회72

꽉자, 당나귀의 나라 - 9

[여신이 있는 곳]

 

 

 

꽉자, 당나귀의 나라 - 9 (터키셀축)


 

 

 

 

 

2008.07.29 [셀축]

 

 

 

 

이 호스텔의 단점이 딱 하나있다면,

꿈자리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잠시 눈을 붙이면

수 십편의 꿈과 내가 함께 뒹굴어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꿈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터의 기운이 센가?

 

 

 

그에 비해 이 곳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참 좋다.

여유로운 분위기와 따뜻한 바람.

마치 갓 나온 부드러운 우유 식빵의 속살같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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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차도 드문 드문한 한적한 길을 휘~돌다가

에페스 고고학 박물관 앞에서 멈춰섰다.

에페스 유적들이 이 곳에 다 모여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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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자, 당나귀의 나라 - 9 (터키셀축)

 

 

 

 

 

박물관 안은 유럽의 여느 박물관과는 다른 분위기를 띄고 있다.

무겁고, 어려운 공기가 아닌 친근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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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어릴때 읽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에로스의 귀여운 자태.

비너스의 아름다운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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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눈에 반해버린 아르테미스(다이아나) 여신.

처녀의 신,

사냥의 여신,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이 여신의 조각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나는 이 여신이 가진 성격 중 '건강한 강함'과 '자애로움' 이 두 모습이 찾아내느라

한 발자국도 이동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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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의 인물이든,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든...

멋진 이들은 일부러 티내지 않아도 그 자체에서 그러한 기운이 풍겨나온다.

지금 내가 아르테미스(다이아나) 여신 앞에서 저절로 존경의 눈빛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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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신을 조각한 조각가는 어떤 눈으로 이 여신을 바라본 것일까?

누군가의 가치를 표현해주는 예술가들.

그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서 눈을 뜨는 우리들.

결국 이 관계 덕분에 우리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또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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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은 터키라는 나라에서 빠질 수 없는 학문이다.

그들의 조상이 남겨둔 흔적이 귀하고 귀한 역사인데다가,

이렇게 도처에 널려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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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몬(호스텔의 직원)의 말로는 몇 달 전,

한 고고학자가 이 곳에 와서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적지를 발견하여

큰 화제가 되었다고 했다.

 

아마 10년 후에는 이 곳이 고고학 1순위 나라가 되지 않을까?

물론 그 가치를 아는 터키인들이 열정적으로 나서면 나설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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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나와 셀축이 주는 평화로운 분위기를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셀축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는 책과 지도를 가방 깊숙히 넣었다.

때론 낯선 곳과 친해지는데 정보책보다는 두 다리와 두 눈이 더 유용하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길을 따라 걷고,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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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축의 초등학교는 참 아담하네.

쉬는시간에 이 곳의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하며 운동장에서 놀까?

 

나는 초등학교때 쉬는 시간만 되면 운동장으로 나가서 늘 피구를 하곤 했다.

각 반 별로 친한 친구들을 다 끌어내어 두 편으로 나누고는 신나게 공을 던지고, 피하고...

그렇게 공 하나로 나와 친구들은 학교 운동장에서 신나는 시간을 보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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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 앞 작은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인 아저씨들이

수박을 쪼개 먹으며 수다를 나눈다.

먹음직스러운 수박 한 쪽을 내게 건네면 씨~익 웃는 그들에게

나는 고마움의 인사로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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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셀축의 길을 걷다가 도착한 곳이 '이자베이 자미'.

참 여성스러운 이 자미 안에 들어서니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다.

그 옆에 서서 나는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신에게 인사를 드린다.

 

"저는 이 곳이 참 좋아요. 이 곳으로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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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던 이스탄불의 자미에 비해서 내부가 심플한 이자베이 자미는

내부 정원이 참 사랑스럽고 온화하다. 

마치 이름값을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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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미 앞에는 성 요한의 교회가 있었다.

성 요한이 예루살렘에서 쫓겨나 노년을 보낸 곳.

성모 마리아를 모셨던 곳,

그가 숨을 거둔 곳이 내 눈 앞에 있다.

성서 속에서, 성당 속에서만 만나던 이의 흔적을 실제로 본다는 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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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요한의 교회에 쓰여진 돌 중 상당 부분은

아르테미스(다이아나) 여신의 신전을 만들때 쓰였던 돌을 들고 와서 지었다고 한다. 

덕분에 아르테미스 신전은 지금 기둥 하나만 남아있고,

성 요한의 교회는 거대한 규모의 안뜰과 현관, 본당, 예배당, 세례장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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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찾기를 하듯 돌과 돌 사이를 걸어다니며 성인의 흔적을 찾아보려 애쓰지만

그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그를 기리던 사람들이 그를 위해 세운 이 교회의 장엄한 흔적만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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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자, 당나귀의 나라 - 9 (터키셀축)


 

꽉자, 당나귀의 나라 - 9 (터키셀축)


 

 

 

작년 일본의 하코다테에서도 성 요한 교회를 본 적이 있는데,

그 교회는 참 아기자기했던 것 같다.

그런 것을 보면 같은 성인을 기리는 교회등의 건물도

시대나 나라의 성향에 따라 분위기가 참 많이 다르네.

마치 본질은 하나인데, 보고 느끼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모두 다른 것 처럼.

 

 

 

 

꽉자, 당나귀의 나라 - 9 (터키셀축)


[일본 하코다테에 있는 성 요한 성당]

 


 

 


 

 

 

뜨거운 햇살을 뒤로 하고 숙소로 들어오니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집이 최고라는 말이 있듯이,

여행지에서 나의 집은 호스텔이니깐.

 

 

 

 

꽉자, 당나귀의 나라 - 9 (터키셀축)

 

 

 

 

게다가 이 숙소엔 멋진 직원과 여행자들이 있지 않은가.

때론 서로의 멋진 여행을 위해 조언자가 되고,

때론 말동무가 된다.

나눈 혼자 이 곳에 있는데도, 실은 혼자가 아니다.

 

 

 

 

꽉자, 당나귀의 나라 - 9 (터키셀축)

 

 

 

 

"다음 여행지는 어디에요?"

 

 

"아직 정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터키 동남부에 있는 디야르바크와 하산케이프가 제 목적지에요.

 그 곳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거든요. 하산케이프 다리도 봐야하고."

 

 

"그럼 다음 여행지는 하산케이프인가요?"

 

 

"아니요.

 나는 목적지까지 가는 길도 즐기고 싶네요.

 하산케이프까지 가는 방법은 참 쉬워요.

 지금 당장이라도 비행기를 타면 1시간이면 도착하고,

 버스를 타면 하루만 소비한다면 그 곳에 도착하지요.

 그렇게 되면 나는 그 곳까지 가는 길에 숨겨진 보물같은 곳들을 놓칠지도 몰라요.

 셀축처럼요.

 아마도 다음 여행지는 올림포스! "

 

 

 

"우리들은 올림포스에서 3일을 보냈지요.

 아마 그 곳만큼 아름다운 곳도 없을꺼에요.

 특히 밤하늘은 믿을수가 없을 정도로 멋져요. 

 올림포스를 위하여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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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함께 여행 이야기를 나눴던 미국인 여성들이

내게 선물을 남기고 이스탄불로 떠났단다.

'손전등과 물휴지'.

 

 

 

 

올림포스에서는 밤에 불빛이 없다니 조심하라고 하더니...

아마 이 손전등은 

그 곳을 지나온 여행자가 

그 곳에 갈 여행자에게 줄 수 있는 지도와 같은 것이 아닐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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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남기고 간 선물들을 가방에 넣은 나는,

오늘밤 올림포스로 향하는 마지막 버스를 타기 위해서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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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스텔과 셀축 그리고 사이몬.

나는 지금 떠나지 않으면 한동안 이 곳을 떠나지 못하리라.

가야할 곳이 있는 사람은 그 목적을 잊기 전에 일어서야 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