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자, 당나귀의 나라 - 9 [여신이 있는 곳] 2008.07.29 [셀축] 이 호스텔의 단점이 딱 하나있다면, 꿈자리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잠시 눈을 붙이면 수 십편의 꿈과 내가 함께 뒹굴어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꿈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터의 기운이 센가? 그에 비해 이 곳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참 좋다. 여유로운 분위기와 따뜻한 바람. 마치 갓 나온 부드러운 우유 식빵의 속살같은 아침. 사람도, 차도 드문 드문한 한적한 길을 휘~돌다가 에페스 고고학 박물관 앞에서 멈춰섰다. 에페스 유적들이 이 곳에 다 모여있겠구나. 박물관 안은 유럽의 여느 박물관과는 다른 분위기를 띄고 있다. 무겁고, 어려운 공기가 아닌 친근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으니깐... 아마 어릴때 읽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에로스의 귀여운 자태. 비너스의 아름다운 자태. 그리고 한 눈에 반해버린 아르테미스(다이아나) 여신. 처녀의 신, 사냥의 여신,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이 여신의 조각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나는 이 여신이 가진 성격 중 '건강한 강함'과 '자애로움' 이 두 모습이 찾아내느라 한 발자국도 이동할 수 없다. 신화 속의 인물이든,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든... 멋진 이들은 일부러 티내지 않아도 그 자체에서 그러한 기운이 풍겨나온다. 지금 내가 아르테미스(다이아나) 여신 앞에서 저절로 존경의 눈빛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것 처럼. 이 여신을 조각한 조각가는 어떤 눈으로 이 여신을 바라본 것일까? 누군가의 가치를 표현해주는 예술가들. 그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서 눈을 뜨는 우리들. 결국 이 관계 덕분에 우리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또 뜬다. 고고학은 터키라는 나라에서 빠질 수 없는 학문이다. 그들의 조상이 남겨둔 흔적이 귀하고 귀한 역사인데다가, 이렇게 도처에 널려있으니... 사이몬(호스텔의 직원)의 말로는 몇 달 전, 한 고고학자가 이 곳에 와서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적지를 발견하여 큰 화제가 되었다고 했다. 아마 10년 후에는 이 곳이 고고학 1순위 나라가 되지 않을까? 물론 그 가치를 아는 터키인들이 열정적으로 나서면 나설수록... 박물관을 나와 셀축이 주는 평화로운 분위기를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셀축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는 책과 지도를 가방 깊숙히 넣었다. 때론 낯선 곳과 친해지는데 정보책보다는 두 다리와 두 눈이 더 유용하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길을 따라 걷고, 또 걷는다. 셀축의 초등학교는 참 아담하네. 쉬는시간에 이 곳의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하며 운동장에서 놀까? 나는 초등학교때 쉬는 시간만 되면 운동장으로 나가서 늘 피구를 하곤 했다. 각 반 별로 친한 친구들을 다 끌어내어 두 편으로 나누고는 신나게 공을 던지고, 피하고... 그렇게 공 하나로 나와 친구들은 학교 운동장에서 신나는 시간을 보냈었다. 슈퍼마켓 앞 작은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인 아저씨들이 수박을 쪼개 먹으며 수다를 나눈다. 먹음직스러운 수박 한 쪽을 내게 건네면 씨~익 웃는 그들에게 나는 고마움의 인사로 씨~익 웃었다. 그렇게 셀축의 길을 걷다가 도착한 곳이 '이자베이 자미'. 참 여성스러운 이 자미 안에 들어서니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다. 그 옆에 서서 나는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신에게 인사를 드린다. "저는 이 곳이 참 좋아요. 이 곳으로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화려하던 이스탄불의 자미에 비해서 내부가 심플한 이자베이 자미는 내부 정원이 참 사랑스럽고 온화하다. 마치 이름값을 하듯... 자미 앞에는 성 요한의 교회가 있었다. 성 요한이 예루살렘에서 쫓겨나 노년을 보낸 곳. 성모 마리아를 모셨던 곳, 그가 숨을 거둔 곳이 내 눈 앞에 있다. 성서 속에서, 성당 속에서만 만나던 이의 흔적을 실제로 본다는 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다. 성 요한의 교회에 쓰여진 돌 중 상당 부분은 아르테미스(다이아나) 여신의 신전을 만들때 쓰였던 돌을 들고 와서 지었다고 한다. 덕분에 아르테미스 신전은 지금 기둥 하나만 남아있고, 성 요한의 교회는 거대한 규모의 안뜰과 현관, 본당, 예배당, 세례장이 남아있다. 미로 찾기를 하듯 돌과 돌 사이를 걸어다니며 성인의 흔적을 찾아보려 애쓰지만 그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그를 기리던 사람들이 그를 위해 세운 이 교회의 장엄한 흔적만이 있을 뿐. 작년 일본의 하코다테에서도 성 요한 교회를 본 적이 있는데, 그 교회는 참 아기자기했던 것 같다. 그런 것을 보면 같은 성인을 기리는 교회등의 건물도 시대나 나라의 성향에 따라 분위기가 참 많이 다르네. 마치 본질은 하나인데, 보고 느끼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모두 다른 것 처럼. [일본 하코다테에 있는 성 요한 성당] 뜨거운 햇살을 뒤로 하고 숙소로 들어오니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집이 최고라는 말이 있듯이, 여행지에서 나의 집은 호스텔이니깐. 게다가 이 숙소엔 멋진 직원과 여행자들이 있지 않은가. 때론 서로의 멋진 여행을 위해 조언자가 되고, 때론 말동무가 된다. 나눈 혼자 이 곳에 있는데도, 실은 혼자가 아니다. "다음 여행지는 어디에요?" "아직 정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터키 동남부에 있는 디야르바크와 하산케이프가 제 목적지에요. 그 곳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거든요. 하산케이프 다리도 봐야하고." "그럼 다음 여행지는 하산케이프인가요?" "아니요. 나는 목적지까지 가는 길도 즐기고 싶네요. 하산케이프까지 가는 방법은 참 쉬워요. 지금 당장이라도 비행기를 타면 1시간이면 도착하고, 버스를 타면 하루만 소비한다면 그 곳에 도착하지요. 그렇게 되면 나는 그 곳까지 가는 길에 숨겨진 보물같은 곳들을 놓칠지도 몰라요. 셀축처럼요. 아마도 다음 여행지는 올림포스! " "우리들은 올림포스에서 3일을 보냈지요. 아마 그 곳만큼 아름다운 곳도 없을꺼에요. 특히 밤하늘은 믿을수가 없을 정도로 멋져요. 올림포스를 위하여 건배~!" 어젯밤 함께 여행 이야기를 나눴던 미국인 여성들이 내게 선물을 남기고 이스탄불로 떠났단다. '손전등과 물휴지'. 올림포스에서는 밤에 불빛이 없다니 조심하라고 하더니... 아마 이 손전등은 그 곳을 지나온 여행자가 그 곳에 갈 여행자에게 줄 수 있는 지도와 같은 것이 아닐까? 고맙습니다. 그들이 남기고 간 선물들을 가방에 넣은 나는, 오늘밤 올림포스로 향하는 마지막 버스를 타기 위해서 길을 나섰다. 이 호스텔과 셀축 그리고 사이몬. 나는 지금 떠나지 않으면 한동안 이 곳을 떠나지 못하리라. 가야할 곳이 있는 사람은 그 목적을 잊기 전에 일어서야 하니깐. 1
꽉자, 당나귀의 나라 - 9 (터키셀축)
꽉자, 당나귀의 나라 - 9
[여신이 있는 곳]
2008.07.29 [셀축]
이 호스텔의 단점이 딱 하나있다면,
꿈자리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잠시 눈을 붙이면
수 십편의 꿈과 내가 함께 뒹굴어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꿈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터의 기운이 센가?
그에 비해 이 곳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참 좋다.
여유로운 분위기와 따뜻한 바람.
마치 갓 나온 부드러운 우유 식빵의 속살같은 아침.
사람도, 차도 드문 드문한 한적한 길을 휘~돌다가
에페스 고고학 박물관 앞에서 멈춰섰다.
에페스 유적들이 이 곳에 다 모여있겠구나.
박물관 안은 유럽의 여느 박물관과는 다른 분위기를 띄고 있다.
무겁고, 어려운 공기가 아닌 친근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으니깐...
아마 어릴때 읽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에로스의 귀여운 자태.
비너스의 아름다운 자태.
그리고 한 눈에 반해버린 아르테미스(다이아나) 여신.
처녀의 신,
사냥의 여신,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이 여신의 조각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나는 이 여신이 가진 성격 중 '건강한 강함'과 '자애로움' 이 두 모습이 찾아내느라
한 발자국도 이동할 수 없다.
신화 속의 인물이든,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든...
멋진 이들은 일부러 티내지 않아도 그 자체에서 그러한 기운이 풍겨나온다.
지금 내가 아르테미스(다이아나) 여신 앞에서 저절로 존경의 눈빛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것 처럼.
이 여신을 조각한 조각가는 어떤 눈으로 이 여신을 바라본 것일까?
누군가의 가치를 표현해주는 예술가들.
그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서 눈을 뜨는 우리들.
결국 이 관계 덕분에 우리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또 뜬다.
고고학은 터키라는 나라에서 빠질 수 없는 학문이다.
그들의 조상이 남겨둔 흔적이 귀하고 귀한 역사인데다가,
이렇게 도처에 널려있으니...
사이몬(호스텔의 직원)의 말로는 몇 달 전,
한 고고학자가 이 곳에 와서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적지를 발견하여
큰 화제가 되었다고 했다.
아마 10년 후에는 이 곳이 고고학 1순위 나라가 되지 않을까?
물론 그 가치를 아는 터키인들이 열정적으로 나서면 나설수록...
박물관을 나와 셀축이 주는 평화로운 분위기를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셀축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는 책과 지도를 가방 깊숙히 넣었다.
때론 낯선 곳과 친해지는데 정보책보다는 두 다리와 두 눈이 더 유용하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길을 따라 걷고, 또 걷는다.
셀축의 초등학교는 참 아담하네.
쉬는시간에 이 곳의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하며 운동장에서 놀까?
나는 초등학교때 쉬는 시간만 되면 운동장으로 나가서 늘 피구를 하곤 했다.
각 반 별로 친한 친구들을 다 끌어내어 두 편으로 나누고는 신나게 공을 던지고, 피하고...
그렇게 공 하나로 나와 친구들은 학교 운동장에서 신나는 시간을 보냈었다.
슈퍼마켓 앞 작은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인 아저씨들이
수박을 쪼개 먹으며 수다를 나눈다.
먹음직스러운 수박 한 쪽을 내게 건네면 씨~익 웃는 그들에게
나는 고마움의 인사로 씨~익 웃었다.
그렇게 셀축의 길을 걷다가 도착한 곳이 '이자베이 자미'.
참 여성스러운 이 자미 안에 들어서니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다.
그 옆에 서서 나는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신에게 인사를 드린다.
"저는 이 곳이 참 좋아요. 이 곳으로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화려하던 이스탄불의 자미에 비해서 내부가 심플한 이자베이 자미는
내부 정원이 참 사랑스럽고 온화하다.
마치 이름값을 하듯...
자미 앞에는 성 요한의 교회가 있었다.
성 요한이 예루살렘에서 쫓겨나 노년을 보낸 곳.
성모 마리아를 모셨던 곳,
그가 숨을 거둔 곳이 내 눈 앞에 있다.
성서 속에서, 성당 속에서만 만나던 이의 흔적을 실제로 본다는 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다.
성 요한의 교회에 쓰여진 돌 중 상당 부분은
아르테미스(다이아나) 여신의 신전을 만들때 쓰였던 돌을 들고 와서 지었다고 한다.
덕분에 아르테미스 신전은 지금 기둥 하나만 남아있고,
성 요한의 교회는 거대한 규모의 안뜰과 현관, 본당, 예배당, 세례장이 남아있다.
미로 찾기를 하듯 돌과 돌 사이를 걸어다니며 성인의 흔적을 찾아보려 애쓰지만
그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그를 기리던 사람들이 그를 위해 세운 이 교회의 장엄한 흔적만이 있을 뿐.
작년 일본의 하코다테에서도 성 요한 교회를 본 적이 있는데,
그 교회는 참 아기자기했던 것 같다.
그런 것을 보면 같은 성인을 기리는 교회등의 건물도
시대나 나라의 성향에 따라 분위기가 참 많이 다르네.
마치 본질은 하나인데, 보고 느끼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모두 다른 것 처럼.
[일본 하코다테에 있는 성 요한 성당]
뜨거운 햇살을 뒤로 하고 숙소로 들어오니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집이 최고라는 말이 있듯이,
여행지에서 나의 집은 호스텔이니깐.
게다가 이 숙소엔 멋진 직원과 여행자들이 있지 않은가.
때론 서로의 멋진 여행을 위해 조언자가 되고,
때론 말동무가 된다.
나눈 혼자 이 곳에 있는데도, 실은 혼자가 아니다.
"다음 여행지는 어디에요?"
"아직 정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터키 동남부에 있는 디야르바크와 하산케이프가 제 목적지에요.
그 곳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거든요. 하산케이프 다리도 봐야하고."
"그럼 다음 여행지는 하산케이프인가요?"
"아니요.
나는 목적지까지 가는 길도 즐기고 싶네요.
하산케이프까지 가는 방법은 참 쉬워요.
지금 당장이라도 비행기를 타면 1시간이면 도착하고,
버스를 타면 하루만 소비한다면 그 곳에 도착하지요.
그렇게 되면 나는 그 곳까지 가는 길에 숨겨진 보물같은 곳들을 놓칠지도 몰라요.
셀축처럼요.
아마도 다음 여행지는 올림포스! "
"우리들은 올림포스에서 3일을 보냈지요.
아마 그 곳만큼 아름다운 곳도 없을꺼에요.
특히 밤하늘은 믿을수가 없을 정도로 멋져요.
올림포스를 위하여 건배~!"
어젯밤 함께 여행 이야기를 나눴던 미국인 여성들이
내게 선물을 남기고 이스탄불로 떠났단다.
'손전등과 물휴지'.
올림포스에서는 밤에 불빛이 없다니 조심하라고 하더니...
아마 이 손전등은
그 곳을 지나온 여행자가
그 곳에 갈 여행자에게 줄 수 있는 지도와 같은 것이 아닐까?
고맙습니다.
그들이 남기고 간 선물들을 가방에 넣은 나는,
오늘밤 올림포스로 향하는 마지막 버스를 타기 위해서 길을 나섰다.
이 호스텔과 셀축 그리고 사이몬.
나는 지금 떠나지 않으면 한동안 이 곳을 떠나지 못하리라.
가야할 곳이 있는 사람은 그 목적을 잊기 전에 일어서야 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