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팀 연구의 경제가치는?

손기영200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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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이야기 78   황우석팀 연구의 경제가치는? 

 

황우석 팀 줄기세포 연구의 경제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2005년 당시만 해도 언론은 이런 전망치를 보도했다.

 

"황교수 줄기세포 연구 경제가치 2015년 최대 33조"

"비록 최근 생명윤리 논란에 휩싸여 있지만 황 교수를 비롯한 국내 생명공학계의 줄기세포 연구가 지속된다면 2015년쯤에 우리나라는 최대 33조원의 국부를 창출해 낼 것으로 전망됐다." - 세계,2005

 

이를 근거로 지금도 어떤 사람은 연간 33조원의 경제가치를 말한다. 어떤 사람은 330조원이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33원이라고 한다. 누구 말이 맞을까?

 

33조원이든 33원이든간에 황우석 팀 연구의 경제가치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일정한 오해가 있다. 그들의 연구 성과를 마치 자동차나 휴대폰을 만드는 제조업의 잣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은 오해이다. 그들의 연구 성과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제조업의 관점이 아니라, 세포를 이용해 환자의 상처를 근본적으로 복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재생치료 의료서비스'의 관점에서 볼 때만 그 진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제조업이 아닌 의료서비스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함. 줄기세포 연구는 약을 개발하듯이 대량생산이 가능한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고 일종의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을 목표로 하는 것이므로, 제조업이 아닌 의료서비스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함."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05

 

제조업이 아닌 의료서비스업이다? 여기에는 무서운 차이가 숨어있다. 그런데 대부분 이 차이를 간과한 채 옆길로 새고 만다. 어떤 차이인가?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제조업은 불경기를 제일 먼저 탄다. 제 아무리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어도 요즘 같은 불황기를 만나면 우후죽순이다. 심하면 공장이 멈추고 구조조정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의료서비스는 다르다. 차를 팔고 집을 파는 한이 있어도 병마와 싸우는 가족의 치료비는 생명이 끊어지지 않는 한 어떻게든 유지한다. 전 세계 만국공통의 순리이다. 오죽하면 긴 병 앞에 효자 없다는 말이 나올까? 끝모를 난치병이 주는 경제적 부담은 갈수록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어마어마한 사회적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 자기 세포의 힘을 빌어 면역 거부반응 없이 상처 난 부위를 근본적으로 복구할 수 있다면, 한 발 더 나아가 손상된 장기까지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그런 치료서비스의 혜택을 누가 마다할 까? 사이언스지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 치료법이 실용화되면 미국에서만 약 1억 3천만 명, 세계적으로 25억6천만 여명의 난치병 환자가 치료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치료환자수(사이언스).jpg

2003년말 현재 치매나 뇌졸중 등 뇌질환으로 요양이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은 무려 62만 명에 달하고, 여기에 소요되는 치료비 등 관리 비용만 연간 3조 4천억원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쯤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배 이상 늘고 이에 따라 파킨슨병, 뇌졸중, 알츠하이머성 치매 등 노인성 뇌질환 환자의 수도 두 배로 늘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무지막대한 과거·현재·미래 난치병 환자와 그 가족들의 의료부담을 '근원적 복구'라는 희망으로 대체시킨 게 바로 황우석 팀이 연구하는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이용한 재생치료법이다. 앞으로 난치병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한 맺힌 부담을 기반으로 형성될 2015년 경 세계의료시장의 약 5%만 세포치료법이 대체하더라도, 아직은 세계 톱이 아닌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수준을 감안하더라도, 약 6조원에서 최대 33조원의 국부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당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전망치였다.

33조원그래프.jpg

또 한 가지 제조업과의 차이점은 '원가 계산 방식'이다.

제조물의 가격은 원자재, 공장설비, 인건비 등의 원가가치를 산정해 매겨진다. 그러나 의약품이나 세포치료법은 그렇지 않다. 약의 원료나 공장부지, 인건비를 감안해 약값이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약이 만들어지기까지 그 안에 담겨진 정보의 가치가 곧 약의 가격이다. 환자 한 명 한 명을 치료하기까지 그 안에 담겨진 정보의 가치가 곧 세포치료법의 가치이다. 이를테면 환자의 세포를 떼어내 핵이식 시키는 방법에 대한 정보, 이를 줄기세포로 배양시키는 정보, 특정세포로 분화시키는 정보, 임상시험을 통해 세포가 환자 몸 속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환자 유형별로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정보, 이처럼 수많은 정보 하나하나가 특허라는 '지적재산'으로 보호되고 매겨지며 궁극적으로 세포 치료법에 대한 단가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포 치료법은 물건을 찍어내는 제조업이 아니라 지식정보 산업이다. 약에 대한 정보를 사면 약은 공짜로 준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재생치료가 본격화되면 '줄기세포 특허만 사면 치료는 공짜로 해 준다'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특허의 가치가 무엇보다 큰 분야가 바로 이 분야라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오바마도 매케인도 종교계 반대를 무릅쓰고 배아줄기세포 지원을 약속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줄기세포 특허획득을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자국 정부 지원을 받으며 경쟁하고 있다.

 

또 다른 차이점은 '막대한 파급효과'에 있다.

만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내가 사는 지역에 공장이 들어온다고 하면...왠지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심하면 '결사반대' 플래카드가 나부낀다. 그런데 일급 병원이 들어온다고 하면 어떨까? 그 날부터 주변 아파트 값이 들썩인다. 상권이 산다. 유동인구가 많아지는 관계로 서비스 일자리가 창출된다. 그래서 실제 내가 사는 수도권 지방자치 단체장치고 일급 병원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줄기세포 재생치료가 상용화된다는 것은 제품찍어내는 공장 몇 개 세운다는 말이 아니다. 황우석 줄기세포를 갖고 실제로 난치병 환자를 고칠 수 있는 '초특급 병원'이 우리나라 곳곳에 생겨난다는 것을 뜻한다.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과 임상센터가 있고 옆에는 줄기세포 연구소와 대학, 이종간 장기연구센터, 그 옆에는 신약개발센터, 그 옆에는 환자가족 등이 묶을 호텔과 각종 문화여가시설, 그 옆에는 각종 바이오 기업이 한 자리에 모여 형성하는 '줄기세포 치료벨리'가 세워진다는 의미이다. 그런 전문병원 단지가 전 세계 환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인천 공항 옆에 청주 공항 옆에 제주 공항 옆에 서해와 동해 항만 옆에 국내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세워진다는 청사진이었다. 그런 청사진 아래 정부는 과학자에게 24시간 경호를 붙였던 것이다.

 

"연구치료센터를 유치할 경우 당장 줄기세포 실험 성공으로 혜택을 받을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50여만 명에 이를 전망임." "그 경제적 파급효과는 직접적 대체효과 외에도 신규시장 창출효과 및 1,2차적 파급효과 등을 감안한다면 상상을 초월할 전망."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05

 

꿈인가? 그렇지 않다. 일본은 이미 현실로 옮기고 있다.

고베클러스터.jpg

일본 고베 시에 조성되고 있는 '재생의료 클러스터' 조감도면이다. 고베 시는 1995년 고베 대지진으로 인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복구하고 고령화 사회 의료복지의 질 제고를 목적으로 인공 섬을 조성, 이곳에 첨단연구단지와 병원, 각종 부대 시설 등 재생치료와 관련된 연구와 생산, 소비시설을 한 공간에 집적시킨 클러스터를 기획하고 있다. 공항과 인접해 국내외 치료여행객을 맞을 계획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9개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있다. 이 가운데 보스톤 바이오 클러스터에서는 매사츄세츠 종합병원(MGH) 이 바이오 연구와 실용화를 이끌며 MIT, 하버드를 능가하는 특허보유 기관으로 떠오르고 있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05.12 참조)

 

이런 사례를 보면 결국 황우석팀 연구의 최대 수혜자는 황우석 박사 자신이 아니라 우리나라 대학병원과 의과학자, 그리고 불황을 모르는 치료클러스터 조성으로 안정된 일자리를 얻게 될 우리 후손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꿈이 통째로 날아갔다. 이제 그 공백을 다른 나라가 메우고 있다.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8살 영국 소녀 쇼니아는 줄기세포 치료를 받기 위해 중국 베이징의 텐탄푸화(Tiantan Puhua) 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멕시코 소녀가 시력을 회복했다는 말을 듣고 눈물을 펑펑 흘린 그의 부모는 거액의 치료비(2개월에 18,000 파운드)를 지역 독지가의 도움을 받아 마련하고 중국 행 비행기에 올랐다.

 

선천적인 근위축증으로 병원으로부터 18살을 넘기기 힘들다는 판정을 받은 8살 영국 소년 스펜서의 어머니는 이탈리아로 가 줄기세포 치료를 받는 것이 꿈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병원은 아직 사람에게 줄기세포 치료를 할 단계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스펜서의 엄마는 언젠가 이탈리아로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비를 마련키 위해 오늘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모금활동을 눈물겹게 벌인다.

 

폐기능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던 30대 스페인 여성 클라우디아 카스티요는 자신의 골수 줄기세포를 배양시켜 만든 '맞춤형 장기'를 면역거부 반응 없이 이식받아 웃음을 되찾았다. 수술에 참가한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마틴 비어첼 교수는 "20년 후에 가장 흔해질 수술은 바로 연구실에서 환자의 줄기 세포로 배양한 장기를 손상된 장기로 대체하는 재생의학수술이 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한국일보, 2008)

 

이처럼 재생치료의 시대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그 시기를 큰 걸음으로 앞당길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 가장 근접한 황우석 연구팀은 연구조차 못하고 있다. 만일 지금처럼 과학자들 손발을 묶어놓고 특허마저 홀대한다면 대한민국 줄기세포의 경제가치는 0원이다. 10년이 가도 100년이 가도 0원이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 국민들만큼, 딱 그만큼만 위정자들이 눈을 떠 국력을 모은다면, 대한민국 줄기세포의 꿈은 33조원 그 이상의 국부를 우리 후손들에게 약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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