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앉는 자리가 넷이라 복도 건너 보이는 한명과 이쪽의 세명은 나를 뺀 채 내기를 하고 있었다.
수학여행 왔을 적에 조잘대는 신나는 그때처럼.
내기의 내용은 미처 궁금하지 않았고, 나는 책을 읽고 간간히 지나가는 풍경을 여유롭게 보고 있었는데, 그 여유는 사진기를 가져오지 않아서 조급해하며 사진찍을 까닭이 없어서 그랬던 듯 싶다.
복도 건너에 앉은 친구는 우리쪽을 열심히 내다보며 이야기를 했고, 그 친구가 앉은 자리 맞은 편엔 말 없이 수줍은 듯한..무뚝뚝해 뵈지는 않는 프랑스 남자와 무뚝뚝해 뵈는 중년의 프랑스 아줌마가 있었다.
이들이 어째 프랑스 인인가 알았느냐하면, 기차는 암스텔담에서 국경을 넘어오던 중이라, 어떤 구간이 지나려하자 한사람 한사람한테서 열차표와 여권을 검사하던 가운데 서로 이방인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호기심에 빤히 한사람씩의 검사과정을 놓치지 않고 잘 보고 있어서 그랬었다.
프랑스 여권.
그들이 가진 표.
그리고 무뚝뚝한 여자와 수줍어뵈는 남자는 일행인지 일행이 아닌지조차도 알수 없을 만큼 말이 없었다.
도대체 기차에서 왜 저렇게 을씨년스런 표정으로 앉아있어야 하는 걸까? 을씨년스럽다 못해 지루해뵈기까지 한다.
그들에게 어떤 기분이 풀리지 않을만한 일이라도 있어서일까, 아니면 이 안에 앉은 딱 절반의 서양인들 모두처럼 얼굴굳은 그 표정이 기차탈 때의 공식표정이어서 그랬던 걸까?
옛날에 우리나라에 놀러온 서양인들이 주로 하던 말이
김포공항에 도착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딱딱히 굳어있다고 놀라왔다고 했던 게 기억난다.
그들, 여행자들은 기분좋게 여행을 다니기 마련이니
여행중 어지간히 곤란한 일이 생긴 경우가 아니라면
괜히 딱딱한 표정으로 다닐리 없다.
그러나 어느 여행을 갔었어도, 유럽사람들,
특히나 여행자가 많이 찾는 도시의 유럽인들만큼
무표정하고 매정하게 대하는 이들을 나는 만난 적이 없었다는 것을 말해둔다.
오히려 동남아시아를 다닐적에,
그 어떤 이들을 만나도 여행자들에게 웃어주던
그 여유로움, 마음의 넉넉함이 담뿍 느껴지던 그들과
비교조차 안되던 그 딱딱한 자신들이 우리를 향해 말한 모순된 정의...
그걸 나는 그 기차안에서 느끼고 있었는데...
어쨋거나, 내기는 시작되었다.
나는 내기에 참여할까 말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딱히 재미 넘치지 않는 내기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었긴 했는데,
만원정도의 별로 상금이 좋지 않아서가 두번째 이유.
세번째는, 서너시간 남은 동안 가는 기차안에서 책도 읽고 싶었고,
경치구경도 좀 더 여유로이(이 이상 여유롭다간 지루해질라나?)
하고 싶어서였기도 했는데, 그때 그렇게 서너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생각하길...할 걸 그랬지..란 지금도 12년째 매년 여름이면 후회를
하고 있는 나.
그리고 네째는 사실 여행다니면서 너무 밤늦게 돌아다니면 안전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나이 스물 다 넘어서 이 혈기 왕성한 젊은 것들을 단지 학교에서 주최하는 유럽행차에 참여했다는 그것만으로 통금시간을 정해놓은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밤시간, 파리의 밤시간....아, 나에겐 단 한번 뿐인 기회였을지도 모를 일이었거늘...
내가 놓친 것이다, 누굴 탓하랴.
그래, 그래서 이글을 쓰기까지 하는 것이다.
루쏘의 에밀을 읽고 있던 남자.
분명 프랑스말로 된 껍데기 허연색에 고동색 글씨로 써진
딱 재미없어 뵌 그 책을 자신도 역시 재미가 없었던지 뒤적이며
말하고 싶어 죽겠어...란 표정으로 그냥 가만히 앉아서 멀끔멀끔
눈치만 살피던 그 청년.
차장이 아까 표와 여권살필 때 자그마한 목소리로 '위(oui)'라고 하는 걸 듣긴 했지만, 도대체 더 이상은 짐작할 수 없는 목소리.
왜 그 책을 읽느냐고 묻고 싶기도 했고,
내 손에 든 수첩에다 앞 사람의 그림과 지루한 표정을 그려 보여주기라도 하면서 말을 건네고 싶었는데,
그냥 지나갔다.
그 서너시간 서로 멀뚱멀뚱 난 다만 네명과 복도 건너 자리를 바꿨던 까닭은 이남자 때문이었는데, 이 남자는 나한테 도무지 시선을 주지 못한다. 눈만 딱 제대로 마주쳐도 말 걸려고 했는데, 아무리 내가 쳐다봐도 딴데만 본다.
한번 이상 분명히 눈이 마주치긴 했었다.
그런데 한번은 서로 놀라 딴데보기.
두번째는 탐색전.
세번째는 탐색전에서도 말이 걸어지지 않아 서로 마주치지 않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하면서 딴전.
아마 그랬었을 것이다. 그 사람도 말이 안통할 것 같은 나한테
"말을 걸어서 길게 이어갈 수 없었음을 짐작하고 말하고 싶은 그 속내를 내내 눈길 서로 딴데보며 마주앉아 지루해하기 놀이"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나 혼자 생각으로-_-v)
Nord de Paris - 파리북역
기차가 파리 북역에 도착하기 앞서 서너시간 쯤 남겨두었을 때,
비교적 붙어다니던 우리 다섯은 가까이 앉았다.
다만, 앉는 자리가 넷이라 복도 건너 보이는 한명과 이쪽의 세명은 나를 뺀 채 내기를 하고 있었다.
수학여행 왔을 적에 조잘대는 신나는 그때처럼.
내기의 내용은 미처 궁금하지 않았고, 나는 책을 읽고 간간히 지나가는 풍경을 여유롭게 보고 있었는데, 그 여유는 사진기를 가져오지 않아서 조급해하며 사진찍을 까닭이 없어서 그랬던 듯 싶다.
복도 건너에 앉은 친구는 우리쪽을 열심히 내다보며 이야기를 했고, 그 친구가 앉은 자리 맞은 편엔 말 없이 수줍은 듯한..무뚝뚝해 뵈지는 않는 프랑스 남자와 무뚝뚝해 뵈는 중년의 프랑스 아줌마가 있었다.
이들이 어째 프랑스 인인가 알았느냐하면, 기차는 암스텔담에서 국경을 넘어오던 중이라, 어떤 구간이 지나려하자 한사람 한사람한테서 열차표와 여권을 검사하던 가운데 서로 이방인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호기심에 빤히 한사람씩의 검사과정을 놓치지 않고 잘 보고 있어서 그랬었다.
프랑스 여권.
그들이 가진 표.
그리고 무뚝뚝한 여자와 수줍어뵈는 남자는 일행인지 일행이 아닌지조차도 알수 없을 만큼 말이 없었다.
도대체 기차에서 왜 저렇게 을씨년스런 표정으로 앉아있어야 하는 걸까? 을씨년스럽다 못해 지루해뵈기까지 한다.
그들에게 어떤 기분이 풀리지 않을만한 일이라도 있어서일까, 아니면 이 안에 앉은 딱 절반의 서양인들 모두처럼 얼굴굳은 그 표정이 기차탈 때의 공식표정이어서 그랬던 걸까?
옛날에 우리나라에 놀러온 서양인들이 주로 하던 말이
김포공항에 도착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딱딱히 굳어있다고 놀라왔다고 했던 게 기억난다.
그들, 여행자들은 기분좋게 여행을 다니기 마련이니
여행중 어지간히 곤란한 일이 생긴 경우가 아니라면
괜히 딱딱한 표정으로 다닐리 없다.
그러나 어느 여행을 갔었어도, 유럽사람들,
특히나 여행자가 많이 찾는 도시의 유럽인들만큼
무표정하고 매정하게 대하는 이들을 나는 만난 적이 없었다는 것을 말해둔다.
오히려 동남아시아를 다닐적에,
그 어떤 이들을 만나도 여행자들에게 웃어주던
그 여유로움, 마음의 넉넉함이 담뿍 느껴지던 그들과
비교조차 안되던 그 딱딱한 자신들이 우리를 향해 말한 모순된 정의...
그걸 나는 그 기차안에서 느끼고 있었는데...
어쨋거나, 내기는 시작되었다.
나는 내기에 참여할까 말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딱히 재미 넘치지 않는 내기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었긴 했는데,
만원정도의 별로 상금이 좋지 않아서가 두번째 이유.
세번째는, 서너시간 남은 동안 가는 기차안에서 책도 읽고 싶었고,
경치구경도 좀 더 여유로이(이 이상 여유롭다간 지루해질라나?)
하고 싶어서였기도 했는데, 그때 그렇게 서너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생각하길...할 걸 그랬지..란 지금도 12년째 매년 여름이면 후회를
하고 있는 나.
그리고 네째는 사실 여행다니면서 너무 밤늦게 돌아다니면 안전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나이 스물 다 넘어서 이 혈기 왕성한 젊은 것들을 단지 학교에서 주최하는 유럽행차에 참여했다는 그것만으로 통금시간을 정해놓은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밤시간, 파리의 밤시간....아, 나에겐 단 한번 뿐인 기회였을지도 모를 일이었거늘...
내가 놓친 것이다, 누굴 탓하랴.
그래, 그래서 이글을 쓰기까지 하는 것이다.
루쏘의 에밀을 읽고 있던 남자.
분명 프랑스말로 된 껍데기 허연색에 고동색 글씨로 써진
딱 재미없어 뵌 그 책을 자신도 역시 재미가 없었던지 뒤적이며
말하고 싶어 죽겠어...란 표정으로 그냥 가만히 앉아서 멀끔멀끔
눈치만 살피던 그 청년.
차장이 아까 표와 여권살필 때 자그마한 목소리로 '위(oui)'라고 하는 걸 듣긴 했지만, 도대체 더 이상은 짐작할 수 없는 목소리.
왜 그 책을 읽느냐고 묻고 싶기도 했고,
내 손에 든 수첩에다 앞 사람의 그림과 지루한 표정을 그려 보여주기라도 하면서 말을 건네고 싶었는데,
그냥 지나갔다.
그 서너시간 서로 멀뚱멀뚱 난 다만 네명과 복도 건너 자리를 바꿨던 까닭은 이남자 때문이었는데, 이 남자는 나한테 도무지 시선을 주지 못한다. 눈만 딱 제대로 마주쳐도 말 걸려고 했는데, 아무리 내가 쳐다봐도 딴데만 본다.
한번 이상 분명히 눈이 마주치긴 했었다.
그런데 한번은 서로 놀라 딴데보기.
두번째는 탐색전.
세번째는 탐색전에서도 말이 걸어지지 않아 서로 마주치지 않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하면서 딴전.
아마 그랬었을 것이다. 그 사람도 말이 안통할 것 같은 나한테
"말을 걸어서 길게 이어갈 수 없었음을 짐작하고 말하고 싶은 그 속내를 내내 눈길 서로 딴데보며 마주앉아 지루해하기 놀이"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나 혼자 생각으로-_-v)
뭐 나도 기차에서 내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 호기심과 궁금증은 아직도 그 기차에 두고 왔는 양
여전히 궁금하다.
에밀을 왜 읽고 있었던가 프랑스 청년 1?
=-=-=-=-=-=-=-=-=-=-=-=-=-=-=-=-=-=-=-=-=-=-=-=-=-=-=-=-=-=
1996년 7월 14일 프랑스 혁명기념일 파리로 넘어가던
기차간을 잊지 못하는 1인.
파리북역에 도착하고 나서도 내내 발길 떨어지지 않던 지나가는
여인 1.
이로써 알 수 있는 것 :
첫째, 남자랑 기차는 내리면 다 황이다.
둘째, 기회가 있을 때 최선을 다해 꼬시자.
셋째, 아무리 못생겨도 자신감이 당신을 훨씬 멋져보이게 한다.
넷째, 시간 지나면 다 후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