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허수지2008.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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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어둠 속에 플라타너스가 서 있고, 건은 마을 어귀에 차를 세워둔 채 길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마음이복잡한지 고개 숙여 생각에 잠긴 채 그는 입김처럼 담배 연기를 뱉었다. 인적 없는 밤길에서 그를 발견한 순간 진솔은 우뚝 멈춰 섰다. 그도 그녀를 돌아보았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진솔이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서자, 건은 담배를 버렸다.

"아직... 안 갔네요."

건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발이 안 떨어져서."

두 사람은 머뭇거리며 마주보고 있었다.

"당신은, 왜 나왔어요."

"...붙잡으려고요."

건이 숨을 들이쉬더니, 팔을 뻗어 그녀를 품 안에 안아버렸다,

진솔도 두 팔을 올려 그의 등허리를 꽉 껴안았다. 그의 숨결이 그녀의 귀밑 머리카락에 따스하게 와 닿고 건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 당신 말이 맞아. 나, 그렇게 대단한 놈 아니고... 내가 한 여자의 쓸쓸함을 모조리 구원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않아. 내가 옆에 있어도 당신은 외로울 수 있고, 우울할 수도 있을 거예요. 사는데 사랑이 전부는 아닐 테니까. 그런데..."

진솔은 눈물이 그렁한 채 건의 품에 얼굴을 묻고 듣고 있었다.

"그날 빈소에서, 난 나쁜 놈이었어요. 내내 당신만 생각났어. 할아버지 앞에서 공진솔 보고 싶단 생각만 했어요. 뛰쳐나와서 당신 보러 가고 싶었는데..정신 차려라, 꾹 참고 있었는데..."

그의 속삭이는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머리와 이마에 닿아 스쳐갔다.

"갑자기 당신이 문 앞에 서 있었어요. 그럴 땐, 미치겠어.

꼭 사랑이 전부 같잖아."

진솔은 차라리 젖은 눈을 감아버렸다.

 

 

 

 

 

-이도우 장편소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