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치에 대한 짧은 식견

임상혁200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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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언제부터인가 본인은 우리나라의

정치에 대한 비판을 되도록 삼가고 있다. 정치에 대해서 아는 것이

턱없이 부족한 사람으로서, 정책의 합리성을 판단하고, 정책이

사회나 경제에 미칠 영향이나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자격 미달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본에게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는

조건으로 일본의 강점기 만행을 꼬투리잡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고,

이의 연장선상인 정책 추진으로 고속도로도 놓았고, POSCO (구

'포항제철주식회사')도 설립하는 등 '잘 살아보자.'는 생각 하나로

장기 집권을 해가며 국민들을 괴롭혔지만, 오늘날 '헌법을 파괴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얻은 대신에 '대한민국의 경제를 다져놓은'

대통령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국민의 비판 정신을 희석시키기 위해

프로야구를 시작하여 역사의 비난을 받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야구 종목 금메달을 안겨주어 우리나라에

감격을 선사하게 된 계기를 마련한 사람이 (얼떨결에?) 되었다. 

당시에는 어리석고 미친 짓이었어도, 훗날 역사가 어떻게 판단할지

알 수 없는 이 사회의 모든 일에 대해서, 본인은 비판을 조심스럽게

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정부 정책이 미래에

어떻게 이점이나 장점으로 작용할지 모르기 때문에, 가능하면 믿고

따르기로 한 것이다. 정책을 펴는 그 때 그 때 비판을 일삼기에는

내 자신이 너무나 무지(無知)하기 때문이다. 단, 정책의 내용보다는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비교적 뻔히 보이는 문제의 윤곽을

그려보는 것은, 국민으로서 그만 둘 이유가 없다.

 

   지금 욕을 바가지 째로 먹고 있는 이명박 정부나, 바로 전 정부를

이끌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국민의 신뢰를 얻기란 참 힘들다.

이상하게 다른 나라들보다 유난히 힘들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변질된 단합력 때문이라 생각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정작 자신은 할 수 없으면서 누군가 그 일을 하게

되면 '내가 해도 그것보다는 잘 하겠다.'는 심리와, 지도자를 믿고

따르는 것에 자존심 상해 하는 묘한 국민성이 큰 원인 같다. 일단

정부에서 무언가를 추진하겠다고 하면, 야유를 하듯이 일단은 반대

부터 하고 보자는 점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물론 정책이나 정부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진심어린 비판을

하는 이들도 있으나, 본인이 문제시하는 것은 다른 글을 통해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 군중심리이다. 누가 되었든 그 대통령은 나중에

퇴임을 할 때 '당신을 대통령으로 뽑기를 잘 했다.'는 말은 웬만해

들을 수가 없다. 정책이 어떻든 신념이 어떻고 무슨 일을 하든 일단

비판으로 시작해서 비판으로만 끝나는 야당이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여당을 비난할 경우 여당이 반박을 해도, 국민들이 나서서

여당한테 "너희가 잘 한 게 뭐 있다고" 한 마디 버럭 쏘아붙이면,

여당은 할 말이 없다. 잘 한 게 있다고 말을 하면 그건 자살행위다.

그 이유는 위에 언급했듯이 지도자를 믿고 따르기를 좋아하지 않는

국민성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가 여당을 응원한 적은 거의 없다.

20여 년 살아오면서 지켜보건대 여당이나 대통령이 나름대로 잘

한 것을 보고 "잘 했다."고 칭찬하는 야당은 없었다. 여당을 칭찬

하면 자연스레 '야당이 못한다.'는 결론을 야당 스스로 내기 때문?

일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진심으로 상대의

장점을 못 찾겠다고 한다.

   대통령 선거운동 때 자신의 재산을 환원하겠다는 공약이 당선 후

소식이 없어서 야당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고,

그 때 때마침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월급을 사회에 기부해왔다는

사실을 말한 정부에게도 어느 정도 잘못이 있다. 하지만 그 발표에

칭찬 한 마디는 해주고 공약을 운운하는 모습을 야당을 보여줄 줄

모른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는 그들 말로 '도대체 잘 한 일이 아무

것도 없는 집권정당'의 문제가 우선한다. 국민과 야당에게 깔끔한

정치로 신뢰감을 안겨 준 적이 과연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투표율이 낮아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누구에게 맡겨도 정치판은 개판일

것이라는 생각이 확고하기 때문에, 이제는 국민들은 집권정당이나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해도 일단 물고 늘어지고 일단은 무조건

씨니컬한 태도로 일관한다. 인터넷을 통한 여론이나 토론의 장, 또

대중들과 같이 호흡하는 공인들은 일단 반정부적인 말을 하기만

하면 인기를 얻는다.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의 장점을 짚어주거나

조금이라도 옹호를 하면 그 사람은 '우파'로 몰리고 정계(政界)에

지인이 있냐고 의혹을 받는다. 통상적으로 좌파나 중도좌파로 분류

되는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에도, 정부의 편을

들면 그 때는 '우파'다. 반정부적이면 선(善)이고 정부 편에 들면 악

(惡)이다. 반정부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이고, 정부를

까는 사람은 무조건 영웅이다. (지금도 그렇다)

   우리나라의 정치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20여 년 동안 살면서 쌓은 얼마 안 되는 식견으로는 이렇게 요약을

할 수 있었다.

 

 

 

   소신(所信)

 

   이미 우리나라는 정부가 무엇을 하든지 국민이 신뢰를 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그럼 이러한 시점에 가장 필요한 점은 무엇인가...?

첫번째는 소신이다. 추진하고 싶은 정책이 있으면 소신껏 추진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니고 있었던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큰

약점은 소신이 아닌 '소심'이었다. 대통령이 너무 착했던 것이다.

뭐든 좀 하려고 하면 반대를 하니까, 금방 번복을 한다. 추진력

없이'싫음 말구'식의 정치를 폈던 것이 전 정부의 약점인데 반해,

현 이명박 정부는 - 강점일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치명적 약점인 -

추진력 하나만큼은 강하다. 정말 이 방법이 국민을 위한 것이고

나라를 위한 것이면 누가 뭐래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하는데, 일단

현 정부는 '밀어부치는' 힘은 충분히 갖고 있다.

 

 

   대화(對話)

 

   다만 문제는, 타당하고 합리적인 정책/계획을 추진하는 것인지

검증을 받고 충분한 의견을 교환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자주 생략

된다고 (심지어는 무시당한다고) 국민이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을 섬기겠다.'던 이명박 정부에게서 대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설사 대화라고 정부가 말하더라도, 그것은 대화보다는 '일방통보'

혹은 심지어 '명령'에 가깝다. '이렇게 하기로 했으니 따라 와라,

이의 있나?' 하는 상명하달식의 정책 수행을 하고 있어서, 대화를

제기할 것이라 기대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곧바로 정치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사실 '정치 무관심'은 이미 진행중이다)

당선 이후 이제 1년이 지났는데, 너무나 단기간 에 효율적으로(?)

현 정부의 이미지를 확고히 쌓아버렸다.

   레스토랑의 웨이터가 고객에게 무엇을 드시겠냐고 묻지도 않고

아무 음식이나 대령하는 것은 어머니가 제 자식에게 식사를 내놓는

것과 같고, '섬겼다'고 할 수가 없다. 현 정부는 손님이 무얼 드시고

싶은지 안다고 확신하고 아무거나 내놓는 웨이터인 셈이다. 박정희

시대에는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자는 일념이 있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닥치고 따라와' 하는 식의 정책이 어느 정도 통했다. (아마도

그가 총칼을 쥐고 있는 군출신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노력은 지금 어느 정도 빛을 발하였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 때는

국민이 (자의든 타의든) 따라와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박정희 때와

다르다. 그 때에 비해서 국민들의 머리털이 많이 자랐고, 몰라 볼

정도로 민주주의가 발전했기 때문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이렇게

하자.'고 해서 국민들이 절대로 순순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런데

이명박(혹은 그의 정부)은 군인(혹은 군대)이 아니라, 옛날 방식을

썼다가는 모두 파멸에 이른다. (이 대통령도 그 점은 알 것이다)

그래서 현 정권이 좀 그나마 비슷한 방법으로 (경찰이나 검찰?)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방법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그래서 대화가 필요한 것이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약속을 가장

제대로 지킬 수 있는 방법도 이 방법일 것이다.

   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은 지시하는 것에는 상당히 능통한

모양이다. 허나, 무릎 꿇고 자신보다 낮은 사람과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를 해본 적은 있는지 묻고 싶다. (물론 선거 운동할 때는 제외)

사실 방금 언급한 이런 행동을 앞으로 꾸준히 하여도 국민들에게

(노태우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보통 사람'이나 친근한 대통령의

이미지는 얻기 힘들다. 하지만, 노력하는 모습은 적어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본인은 그냥 평범한 국민이다. 내가 어떻게 날뛰어 본들 이 나라

정치를 바꿀 수는 없다.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나 한 명이라도 힘껏

내 의견을 피력하고 정치를 비판하며 나라를 바꾸겠다는 신념으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정치나 정책과 관련된 나의 식견이나 판단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살아오면서 깨닫고는, 누가 나라 살림을

맡든 그들이 추진하는 정책에 따르려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글을 통해 혹은 직접 말을 통해서 본인이 의견을 내놓는 것들은,

'대운하 건설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FTA 협정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사상이나 철학이 어떻든, 일단 그들이 분명

나보다는 그 분야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짧은 본인의

식견으로도 이해를 할 수 없는 현상이 관찰될 때...

 

   그 때 나는 펜을 들 (keyboard를 두드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