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자들의 도시(Blindness, 2008)

유대영2008.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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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자들의 도시(Blindness, 2008)

스릴러, 미스터리 | 120분 | 18세 이상 | 2008.11.20 개봉

 

원작 소설에서와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도 평범한

시민들은 어느날 갑자기 시력을 잃게된다.

 

그리고 그들은 살아있는 지옥을 경험한다.

도시와 그들이 수용된 감옥은 온갖 쓰레기와 오물들로 넘쳐나고, 도시는 하루아침에 폐허로 변해버린다.

 

눈먼 자들이 수용된 감옥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를 그대로 보여준다.

국가와 권력을 소유한 몇몇 소수의 집단들은 우리들을 그렇게 외딴곳으로 내몰아 그들과 격리시켜버린다.

(몇몇 부유층이 사는 집의 높은 담벼락과 철통같은 보안시스템은 일반대중들의 접근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동네 땅값을 떨기고 물을 흐린다며 국민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몇몇 부유층의 태도를 보라.)

 

격리된 수용소에서 보여주는 몇몇 인간들의 폭력성은

현대사회에서 국가가 일반 국민들에게 가하는 폭력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한 자루의 권총(국가권력)을 소유한자와 그에게

빌붙는 좀비같은 자들로 구성된 집단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조세제도와 같은)재산수탈과 (성상납과 같은)육체적 노동을 강요한다.

 

하지만 또 다른 집단(국가)의 리더로부터(주인공 줄리안 무어)

죽임을 당하면서 상황은 역전된다.

그 집단의 리더인 주인공은 유일하게 시력을 잃지않은 절대권력의 소유자였다.

수용소 내에서 벌어진 긴박했던 대치상황은 현대 사회에서의 국가간 전쟁의 축소판을 보여준다.

(실제로 그들은 서로간의 싸움을 전쟁으로 표현했다.)

 

수용소의 군인들까지 떠나버린 후에야 그들은 수용소를 빠져나온다.

아무도 눈앞을 볼 수 없는 폐허속에서 시력을 잃지 않은 오직 단 한 사람이 이끄는 집단만이

음식과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그들만의 공간을 얻는다.

현대 사회에서도 권력을 직접 소유한, 그리고 그(녀)를 따르는 몇몇 소수만이 누리는 혜택이 그러할 것이다.

 

가장 먼저 시력을 잃었던 일본인이

갑자기 시력을 되찾으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제 그들 모두가 다시 시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영화에서 시력의 상실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일반 국민들의 무지를 상징한다.

그리고 앞을 볼 수 있는 절대권력을 가진 단 한 사람과 그(녀)를 따르는 한 무리는 국가 또는 정부를 상징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눈이 멀었던 한 사람이 다시 시력을 되찾는 장면은

일반 국민들과 시민들이 무지함에서 벗어나 국가의

폭력성과 착취를 깨닫는 순간을, 그리고 그 (순간)에 대한 희망의 표현이다.

 

원작자인 주제 사라마구가 공산당원이면서  아나키스트적인 성향을 가졌다는 사실은  이 영화에 대한 이해를 한 층 높여줄 것이다.  톨스토이가 국가는 폭력이다라고 했듯이, 사라마구는 단순히 현대 자본주의 국가가 아닌, 역사 속 모든 종류의 국가 자체를 비판하고 있다.  

 

국가가 운영하는 공교육을 통해

배출되는 뛰어난 인재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국가가 몇몇 소수의 집단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준다.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나서서 이를 해결할 수도, 해결하려들지도 않는다.

국가는(군대와 경찰과 같은)폭력과 (테러리즘과 같은 환타지적인)위협을 통해 일반 국민들을 통제하며,

대중매체를 장악함으로써 여론을 조작한다.

그리고 대충매체를 비롯하여, 약물, 알콜, 놀이동산과 같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온갖 수단을 일반 대중들에게

보급함으로써 우리들의 사유하는 힘을 빼앗아버린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직,직간접적으로 운영하는 사업들이 무엇인지를 잘 생각해보라.)

 

국가는 일반 국민과 대중들이 비판적 사고를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국가는 우리들 대부분이 아무런 비판적 사고 없이,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그들의 통제와 명령을 따르길 원할 뿐이다.

 

국가가 두려워하는 비판적 사고를 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Tv 같은 국가의 대국민 찌라시따위는 엿바꿔 드시거나,

아니면 Tv를 판 돈으로 책과 신문을 사서 읽으면 된다.

그리고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토론을 해라. 서로의 생각과 가치를 공유해라.

 

이 세상은 단순히 좌와 우 또는 선과 악으로 나눌 만큼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 세상은 60억 가지가 넘는 생각들이 존재하며, 그(것)들 모두는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다.

우리 인간은 그 자체로서 이미 충분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