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황에도!!!

김동현200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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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실물경제의 침체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기업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울러 취업자 증가폭이 지난 5월부터 차츰 줄기 시작해 지난달에는 3년8개월 만에 가장 적은 9만7천명을 기록하며 일자리 한파가 시작됐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대량으로 인원을 감축했다가 경기 회복 시기에 다시 인력을 충원하는데 애를 먹은 경험 탓인지 일부 주요 그룹들은 경기불황에도 채용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일자리 창출 드라이브 때문에 '눈치'를 보는 탓도 있겠지만 중장기적인 성장방안 확보차원에서 적정 규모의 신규 인력 유입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신 원가절감 노력이나 경영혁신 등을 통해 경기불황을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채용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그룹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 7천500명을 포함해 모두 2만500명을 채용한다는 당초 계획대로 채용을 대부분 완료했다.

삼성 관계자는 "경제가 다소 어렵더라도 채용계획은 흔들림없이 간다는 방침이고, 그에 따라 계획된 채용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며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갖고 있는 상징성도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 신입사원 채용 등 고용 측면에서 급격한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는 대신 원가와 기술 경쟁력 강화, 공급망관리(SCM) 고도화 등을 통해 불황을 극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올해 초 채용 목표치보다 오히려 200명 늘어난 4천500여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하고 수정없이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 및 전자 부문 등 미래형 자동차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자 연구개발본부 내 관련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경력사원 채용 공모를 하는 등 전문 연구인력도 확충하고 있다.

이 그룹 관계자는 "인력 감축이나 채용규모 축소 대신 구매부터 생산, 차량관리 등 전 과정에 걸쳐 시스템을 혁신하고 원가를 절감하는 노력을 통해 불황을 극복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차량 부품의 전자화와 친환경 차량 관련 기술개발이 향후 자동차 산업의 생존책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 사정이 좋지 않더라도 연구 개발 인력을 확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SK그룹도 연초 채용계획보다 50% 늘어난 3천여명(신입사원 1천200여명, 경력사원 1천800여명)의 인력을 뽑기로 한 채용계획을 그대로 집행하기로 했다.

SK는 3분기 현재 전체 채용의 76%가량인 2천300여명을 뽑았으며, 신입사원 730여명, 경력사원 670여명 등 모두 1천400여명을 선발 중이다.

LG그룹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도 올해 하반기 대졸 신규인력 채용인원을 지난해 같은 기간의 배 이상인 2천900명으로 늘렸다.

당초 1천900명을 뽑을 예정이었으나 상반기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좋았고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 신규 인력 추가 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태양광사업 등 LG그룹의 미래성장사업에 대한 투자가 가시화하면서 연구개발(R&D) 인력을 중심으로 채용이 확대됐다.

LG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가 여전히 안갯속 국면이라 아직 내년도 채용규모를 확정하진 못했다"면서 "그러나 핵심사업과 미래성장사업을 위한 핵심인력들은 경기가 어려워도 지속적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TX그룹도 악화하는 경영 환경에도 당초 세운 채용 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기업에 속한다.

STX그룹은 올 하반기에 대졸 신입사원 750명, 경력사원 500명 등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1천250여명을 뽑기로 하고 면접 등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작년 하반기 채용 규모(730명)에 비해 71.2%나 늘어난 수치이다.

STX그룹은 주력 업종인 조선과 해운 시황 침체가 가속하는 등 경영 사정이 나빠지고 있음에도 강덕수 회장의 인재 채용 의지에 따라 계획을 단행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의 양강 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롯데와 신세계도 올해 채용 규모를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예정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 해외 사업 확대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현재 하반기 공채를 1차 면접까지 진행한 상태로, 애초 계획대로 백화점은 100여명, 마트는 80여명 수준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신세계 역시 내년에 이마트 신규 출점과 백화점의 부산 센텀시티점, 영등포점 리뉴얼 오픈 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앞두고 있어 인력 채용을 줄일 이유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신세계는 작년 하반기 공채로 뽑은 90명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해에는 100명 정도를 채용할 계획이다.

국내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는 중소형 여행사들의 경우 부도와 감원의 한파가 몰아치고 있지만 대형 여행사들은 직원들을 보듬으며 '따뜻한 봄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IMF 때도 인위적인 감원을 하지 않았던 하나투어는 올해 경기 침체 속에서도 감원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대신 월급을 제외한 나머지 경비를 대폭 줄이면서 비상 경영을 하고 있다.

하나투어측은 "여행업은 대규모 투자를 하는 사업도 아니고 직원들이 합심하면 위기를 기회도 만들 수 있다. 직원들에게 기본 생활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며 믿음을 줘야 나중에 회사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따라 구조조정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투어 또한 단기 휴직제를 시행하기는 했지만 역시 감원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일단 불필요한 경비를 최대한 줄이면서 임직원들이 단결해 위기를 돌파하자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 중단에 경기 침체까지 겹친 현대아산은 이미 구조조정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재택근무 등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량을 조정하며 감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대북 사업 특성상 금강산 관광 재개 시 경험이 있는 직원들이 바로 투입돼야 하는데다 경기 침체 등 여러 가지 난관을 많이 겪어왔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측은 "우리는 회사 설립 초기부터 숱한 난관을 겪어왔지만 직원들끼리 서로 믿어주는 신뢰 속에서 이만큼 성장해왔다"면서 "주변 환경이 어렵더라도 서로 조금씩 양보해 끝까지 잘 버텨 도약의 기회로 삼자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제약업계도 대부분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지난해 수준의 공채를 실시했다.

동아제약의 경우 예년과 마찬가지로 약 100명을 채용했으며 한미약품은 지난해 298명에 이어 올해 신입사원 공채에서도 295명을 선발했다. 유한양행은 올해 지난해보다 65명이 늘어난 265명을 뽑았고 중외제약 역시 20명이 증가한 160명을 채용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영업사원의 이직률이 높은 탓도 있지만 내수업종인 제약산업은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대체로 채용인원을 유지하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