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점

이채우200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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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점

탄탄하고 강한 힘을 가진 멜로드라마.

 

왕은 홍림을 진정으로 사랑한다.

그는 남성을 가지진 못했지만 남성을 사랑하고 또 질투하며 분노한다.

왕은 대리합궁을 하는 장면을 바라보며 딱히 단정짓기 어려운 복합적인

감정들로 인해 혼란스러웠을것이다.

자신의 무능함, 알지못하는 느낌과 감정에 관한 동경

그로인해 가슴속에 자리잡아가는 질투와 분노.

"사내가 된 기분이 어떠냐" 라는 그의 질문에서 왠지 모를

서글픔이 묻어나는것도, 단 한번도 정인이라 생각해본적 없다는

홍림의 절규를 듣고 슬픈눈으로 죽어가는 왕의 모습도

모두가 그 때문이리라.

 

홍림은 20여년을 자신이 동성애자로 알고 살아왔다.

그도 그럴것이 왕 이외에는 잠자리를 가져본적이 없기때문이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결국 왕비와의 잠자리를 가지게 되었고

그것은 쌓여있던 뚝이 한번에 무너지는 결과를 낳았으며,

파국으로 치닫는 비극의 서막이었다.

홍림은 대리합궁으로 인해 자신이 이성애자임을 깨닳고

왕비에게 사랑이라는 위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왕비와의 첫 합궁부터 마지막 거세를 당하기 직전까지 점점 높아지는

감정에 따라 격정적으로 변해가는 정사장면이 그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던 적나라한 섹스신들이 필수불가결한 장면들임이

그 증명이오, 백마디 말보다도 확실하게 관객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도구역시 섹스신들이었다.

왜 하필 저를 택하셨냐고 왕에게 토라진듯 묻던 홍림과

당당하게 자신이 왕비를 사랑함을 밝히는 홍림의 차이는 그것이었다.

 

원나라에서 부마국인 고려로 시집온 왕비는 10여년이 넘도록

외로움에 몸서리치다, 살기위해 또 왕을위해 대리합궁을 허락하지만

한번 알아버린 정욕으로부터 평정심을 찾는것은 불가능한것이다.

궁에서 달아나자며 그것이 원나라든 산속이든 상관없다고

다급하게 외치던 그녀가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에 가장 가까웠던

인물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 성 정체성과 불륜, 윤리, 도덕, 금기등 평범한 신파극에서는

쉽게 찾을수 없는 코드들로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형성한 쌍화점은

묵직하고 우직한 드라마로 영화의 끝을 보려한다.

80억이라는 대작사극에는 걸맞지 않게 스펙타클함은 부족하지만,

드라마의 힘을 믿고 짜임새에 모든것을 걸어버린 유하감독의 빠른 승부는

박수를 보낼만 하다.

후반부에 약간은 늘어지는 듯한 느낌도

그 "볼거리"의 부족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다른면에서의 "볼거리"는 충분히 차고 넘칠만큼

제공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주진모는 느끼하지 않았고, 조인성은 늘씬했다.

송지효는 몰라보게 발저한 모습으로 의외의 기대감을 주었다.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이슈가 되었던 섹스신들에 포커스가 맞춰지거나

다이나믹하고 선이 굵은 스펙타클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이렇게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드라마가 큰 감흥을 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날카로운 칼에 묻어있는 꿀과 같다.

는 말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