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피해망상 PT.1

신주현2009.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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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피해망상 PT.1

오늘 밤 미끄러지는 꿈 속으로 다가간 나는

아연실색한 바나나를 보고야 말았다.

 

세상사의 풍파 속에 내던져진 바나나.

이리 차이고 저리 차였어. 버려진 신발짝보다 못한...

그 신발에 밟혔어.

아스러진 바나나는 비명 한마디 못 지르고 울고 있어.

 

난 바나나가 싫다고 했어. 난 바나나가 싫다고 했어.

홍콩할매보다 싫은 바나나가 싫다고 했어.

몽고반점같은 지워질리 없는 상처투성이가 싫다고 했어.

쉽게 질려버리는 바나나따위 개똥같은 세상에 던져버리라구 했어.

 

파멸의 콜렉션이라도 되는 양

바나나따윈 개똥같은 세상에 던져버려.

그.리.고

외치도록 해. 바나나따윈 꺼져버려라구.

 

꿈 속에서조차 부조리한 바나나의 외형.

노란 것이 길쭉한 매끈한 곡선미까지...

너를 먹고 있으면 왠지 내가 지구탈출을 해야 할 것 같아.

 

난 바나나가 싫다고 했어. 난 바나나가 싫다고 했어.

똥치기소녀처럼 우울한 바나나가 싫다고 했어.

세 번만에 벗겨지는 바나나가 싫다고 했어.

쉽게 쉽게 허용하는 너 따위는 개똥같은 세상에 던져버리라구 했어.

 

 

- 바나나를 극히 싫어하는 한 남자의 독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