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만을 위한 싸움인가?

유주희2009.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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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잖은 이가 밥그릇 싸움이라고 냉소한다. 모든 것이 다 시장으로 내몰리는 판국에 왜 방송만 열외가 돼야 하느냐고 묻는다. 재벌이 방송하면 공정성은 뒷전일 거라는 예단은 국민을 졸로 보는 처사가 아니냐고도 반문한다. 신규 진출자들을 향해 여론 독과점화 운운하지만 현재 소수 지상파들이 사실상 여론을 독과점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진다. 잠시 말문이 막힌다. 어디선가 봤던 설익은 말들만이 입속을 맴돈다. 미디어 관련법을 왜 거부해야 되는지를 곰곰이 궁리해보지 않았던 나 자신에 대한 자책이 앞선다.

 

 

미디어 관련 법안을 거부하는 일이 밥그릇 싸움일까? 미디어 종사자로서 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이렇게 질문을 바꾸면 어떨까. 밥그릇만을 위한 싸움일까? 만약 밥그릇만을 위한 싸움이라면 여느 방송국처럼 CBS는 적극 개입이 아닌 관망을 택했어야 한다. 검찰마저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이런 파업은 누가 봐도 밥그릇을 걷어차는 행위지 밥그릇을 지키는 행위는 아니다.

 

 

왜 방송만 시장의 압력에서 열외가 되어야 하는가? 열외시켜 달라는 것이 아니다. 때론 그 시장의 압력이 정당한지 아닌지를 가려보자고 나서는 존재가 필요함을 말하기 위함이다. 방송도 시장 안에 있다. 하지만 본질상 때론 시장과 싸우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존재는 시장의 건전성면에서도 필요하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언론이 나서기 전에 그 일을 먼저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방송 통신은 경제 논리로 봐야 한다는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사실 이 대통령이 경제 논리말고 다른 각도에서 해법을 내놓았던 기억이 별로 없다.

 

 

재벌이 방송하면 공정성은 끝장 날 것이라는 판단은? 미래의 일을 단언한다면 그건 정말 바보거나 신이다. 혹시 모른다. 앞으로 공정성을 비교우위에 놓고 재벌이나 족벌 언론이 경쟁할는지도. 그러나 사람의 일은 개연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을 또한 우린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 중앙일보와 삼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상파 방송을 한다면? 더 이상의 언급은 군더더기일 뿐이다. 판단은 상식에 맡기자.

 

사진: 2009년 1월 5일 서울 목동 CBS사옥 앞 광장에서 SBS와 CBS노조가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그렇다면 독과점 부분은? 소위 조중동은 겸업 허용 논리로 현재의 상황을 지상파 독과점 체제라 지적한다. 그래서 신문과 방송의 겸업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박 용어로 격벽이라는 것이 있다. 배 밑바닥의 칸막이벽이다. 격벽은 선체의 일부가 침수해도 다른 부분의 침수를 막아 선체의 안전을 도모하는 일종의 안전판이다. 현재 신문과 방송은 길항관계에 있다. 갈등하면서도 동행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여론을 지탱해주는 역할을 한다. 나는 신문과 방송 사이에 격벽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한 일은 아닐까 생각한다. 방송이 독과점의 폐해를 낳고 있다면 신문은 끊임없이 그것을 비판하고 공론화하면 된다. 방송에 구멍이 뚫린다고 신문마저 침수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같이 죽는 건 전우애가 있을 때나 빛나는 법이다.

 

 

글_ 박재철 CBS PD / PD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