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확산된 뒤에야 설치된 "워룸"

배규상200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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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확산된 뒤에야 설치된 '워룸'

 

 비상경제정부 체제하의 상황실 노릇을 할 비상경제상황실이 어제 설치돼 가동에 들어갔다.청와대는 하루하루 급박하게 돌아가는 경제 상황을 점검하는 일종의 워룸 (War Room)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정부 안팎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생각 떄문인지 상황실 사무실을 전시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청와대 지하 벙커에 두었다. 그러나 정부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흔적은 없고,어딘가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지 벌써 4개월이 되어가고 있다.금융위기 초기,그 위기가 미국 국경을 넘어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번지자 영국 등 몇몇 나라들이 워룸 같은 비상기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분 단위,초 단위로 바뀌는 금융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신속하게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그러나 한국 정부는 국내 금융시장이 극도의 패닉 상태에 빠져 있을 때에도 관련 업무를 총괄할 비상기구를 설치하기는커녕 부처별 각개약진과 혼선,한 발 늦은 대책 등으로 여론의 질책을 받았다.그러던 정부가 금융시장이 얼마나 진전된 지금에서야 워룸을 운영한다고 하니,뭔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뒷북치기식으로 만든 기구가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즉흥적인 업무 처리로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킨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달 전 이른바 신빈곤층 대책 마련을 지시했으나 신빈곤층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놓고 부처 간 논란만 빚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정부의 일자리 창출 계획도 뒤죽박죽이다.이 대통룡이 연일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자 지난해 말 정부 부처들은 2009년 업무 계획을 통해 너도나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보고했다.이때 나온 정부 부처들의 일자리 계획은 모두 합치면 43만개에 이른다고 한다.실업자들의 절반 이상을 고용할 수 있는 규모이다. 그러나 무슨 재원으로 어떻게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새로 운영되는 비상경제상황실이 이런 전시성 계획이나 '뒤죽박죽' 정책의 양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2009년 1월 7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