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감기라고 말하는 우울증...①

박소은200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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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즐거운 이야기를 들어도,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흥겹고 신나는 댄스음악을 들어도 우울함이 가시지 않습니다.

우울함의 감정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몇 주일이고, 몇 달이고 계속 된다면 우리의 삶은 결코 만족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우울증은 우리의 생활에 장애를 가져오는 정도에 있어서 어느 내과적, 외과적 질환에 못지 않습니다. 또한 질환의 경과가 장기적이며, 중증의 우울증에서는 자살이라는 치명적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자신이 우울증에 빠져 있다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입니다.

우울증은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시작되기 보다는 서서히 기간을 두고 시작되는 경우가 흔하며, 사람의 기분이란 것이 체온계 같은 것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이 우울증에 걸려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마음의 감기라고 말하는 우울증...① P a r t # 1. 우울증일지도 모르는 여러 감정에 대하여 마음의 감기라고 말하는 우울증...①

 

우울증에 걸려 느끼는 우울함과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우울함은 큰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한마디로 말하면, 병으로서 우울함은 질과 양이 모두 무겁다는 것이다. 강도도 세고 시간도 길며, 본인이 느끼는 괴로움도 심하다. 당연히 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도도 훨씬 심각하다.

 

무엇을 보고 듣든 즐거운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텔레비전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아무리 웃기는 행동을 해도, 주변의 사람들이 흥에 겨워 떠들어대도, 귀여운 아이가 다가와 볼을 대고 비벼도 기쁘지 않다.

우울의 본질은 '에너지 결여'나 '뇌의 브레이크 기능이 지나치게 발달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병으로서의 우울한 기분이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너무 슬퍼서 눈물이 마구 나오는 감정 상태가 아니다. '공허함'이라고 표현하는 게 오히려 적절해 보이는 '허전하고 외로운 감정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사소한 자극에도 기분이 상하여 쉽게 화를 내는 것이다. 이럴 때에는 어떤 조언이나 친절한 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주위 사람을 망연자실하게 만든다.

 

당연히 비관적이고 패배적이 되며 나쁜 것만 눈에 보인다.

살아갈 자신이 없다.

암담한 생각만이 머릿속을 맴맴 돌뿐이다. '맴맴 돈다'는 말은 우울증 환자의 사고 패턴을 잘 표현한 말이다. 원상형으로 생각들이 맴맴 돌고, 그 사이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사이클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우울증 환자가 종종 생각하는 것이 자살이다.

'이렇게 괴로운 상태에서 벗어나는 길은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병이 아닌 일상적인 우울함일 때는 아무리 괴로워도 정말로 죽겠다고 생각하는 일이 드문데, 우울증에 걸리면 '죽으면 가장 편하다'는 기분이 절로 든다. 자살 소망은 우울증의 본질적인 부분이다. '극단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점에도 우울증 특유의 사고 패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우울증에 가벼운 정도의 망상이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망상이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거나' '주위에서 아무리 설득해도 생각을 고치지 않는'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관념이다.

우울증의 망상은 '자기 부정'이다. 정신병의 망상은 '누군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와 같은 '피해망상'이 대부분이다. 우울증의 망상이 '자신'을 문제로 삼는데, 정신병의 망상은 '자신과 대립하는 인간과 세상'을 문제로 삼는다고 할 수 있다.

우울증의 망상은 아주 침울하다. 별로 실수한 일도 없는데 '여러 사람들에게 폐를 끼쳤으니 죽음으로 죄를 씻을 수밖에 없다'며 비판적이고 자책적인 일이 많다.

생각하는 내용이 매우 인간적이어서 조금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걸 깨달을 것 같은데, 의외로 생각하는 정도가 완고해 좀처럼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지만 전혀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의욕이란 희망이나 재미가 있어야 생기는 것이니 생기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스스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할 수 없고, 날마다 해서 손에 익은 일이나 가사 일, 식사나 씻기 같은 기본적인 행동에도 의욕이 없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 시작한다. 심할 때에는 마치 '인형'처럼 되어버리며 주변이 심하게 지저분해진다.

기질적으로 게으른 사람도 있으니, 극도로 게으른 사람과 우울증이 무엇이 다르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귀찮은 것'과 '우울증의 우울'이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괴로움이 있는지 없는지'에 달려 있다. 우울증은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하며 자신을 몰아세우지만 괴롭기 때문에 할 수 없다. 그래서 불안하고 스스로 들볶으며 자책하게 된다. 단순한 '게으름뱅이'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도 "어쩌지?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은 할지 언정 결국엔, "에이, 모르겠다"하고 넘겨버린다. 따라서 별로 괴로워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설명한 기분, 생각, 의욕은 우울증 환자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이것이 주변 사람(가족, 친구, 회사 동료 같은 가까운 사람)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당연히 주변에서 보면 "항상 우울해하고, 생각이 어두우며 의욕이 없다", "전과 다르게 전혀 생기가 없다"고 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미소 우울증'이라는 것이 있다. 우울증인데도 표정은 언제나 웃고 있는 유형을 말한다. 마음속은 전형적인 우울증의 패턴을 따르지만, 심하게 무리를 해서 밖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노력을 한다. 주변 사람들한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해서이기도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웃으며 살아온 우울증 환자 특유의 슬픈 처세술이기도 하다. 더구나 주위 사람들에게 우울하다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하는 노력이 들키지 않도록 더욱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활동적이고 밝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노력도 초기 단계에서만 가능하며, 증세가 심해지면 불가능하다.

이것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면 한 번쯤은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우울증에 걸리면 거의 잠을 자지 못한다. 불면증은 매우 지치고 힘든 증상인데 우울증의 불면증은 더욱 힘이 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밤새도록 잠들지 못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줄곧 맴맴 돌기 때문이다.

우울증에 걸리면 한숨도 자지 못하는 것처럼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적으로 '잠드는 것은 쉬운 편이나 금방 잠이 깨버리는 것'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이에 견주어 노이로제는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이 구별이 꼭 맞는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지나치게 잠만 자는 유형도 있기 때문인데, 그것은 '비정형 우울'이라는 다소 예외적인 유형으로 나중에 자세히 소개하겠음.

 

대부분 식욕이 떨어진다. 우울증에 걸리면 모든 욕구가 저하되기 때문에 당연히 먹고 싶은 욕망도 없어진다. 보통사람은 먹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기도 하는데 우울증 환자는 먹는 즐거움을 잃어버리고 자연스럽게 먹는 양도 매우 감소한다. 그 결과 당연히 살이 빠진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식욕이 여느 때보다 증가하고 그 결과 뚱뚱해지는 유형도 있다. 이 유형은 건강해져서 식욕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뭔가 채워지지 않은 것을 채우기라도 하려는 듯' 마구 먹어 대는 것이다. 이것 또한 '비정형 우울'로, 나중에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음.

 

우울증의 다른 특징은 몸 상태가 나빠지는 것이다. 여러가지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데 쉽게 피곤해지고 두통, 손발저림, 한기, 오한, 구강 건조증, 현기증, 어깨 결림, 구토, 심한 변비 등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들은 흔히 '자율신경증상'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의학용어를 사용하는데, 정말 자율신경에 병이 생겼다기보다는 '아무리 검사를 해봐도 이상이 없는데 몸은 자꾸 안 좋은 것'을 의미한다.

마땅한 이름이 없어 붙인 이름이므로 정식 병명이라고 할 수 없으나 우울증의 신체 증상이 꼭 이 '자율신경실조증'이라고 말하고 싶은 때가 많다.

일정한 부위의 증상을 호소하는 게 아니라 아픈 곳이 몸 여기 저기로 옮겨 다니고, 내용도 막연한 편이다.

 

 

심하게 우울했더라도 아주 좋은 일이 생기면 보통 우울한 기분이 가시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울증은 아무리 좋은 일이 생겨도 우울한 기분이 없어지지 않는다. 복권이 당첨돼도, 실력을 인정받아 승진을 해도, 좋은 상으로 받아도 우울한 기분이 도무지 없어지지 않는다. 없어지기는커녕 더 나빠지는 일도 있다.

우울증의 계기를 마련하는 사건의 공통점은 '원래 상황에서 어떤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울증의 원인은 '불행'이라기보다 '변화'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문제가 해결되어도 우울한 기분은 없어지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울증을 '기분의 일차적인 병'이라고 하는 것이며, '어떤 일'이 '진짜 원인'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기분이 울적해지면 누군가에게 기대로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자연스럽다. 특별히 훌륭한 조언을 해주지 않아도 그저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물론 '제발 그냥 놔두기'를 바라는 일도 있다. 이럴 때는 우울함이 다소 심각한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우울증이라면 더욱 극단적인 양상을 보인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며 방에 틀어박혀버리고 가족이나 아주 친한 사람과도 만나지 않는다.

이럴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본인은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괴롭기만 한데도 정작 만나고 있을 때는 방글방글 웃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심한 괴로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는 완전히 지쳐서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버리곤 한다. '보통 우울'일 때에는 많이 위로해주고 용기를 주는 것이 좋지만, 우울증일 때에는 '그냥 놔두는 것'이 가장 좋을지도 모른다.

 

우울할 때에는 원래부터 좋아한 취미나 오락에 몰두해서 기분 전환을 하는 사람이 많다. 노래방에 가서 소리소리 지르거나 여행을 가서 스트레스를 풀고 기분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우울증일 때에는 이러한 레저 활동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기운을 고갈시켜 더욱 나빠지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경증 우울'의 경우는 이런 기분 전환 활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검사 없이 주위의 판단만으로, 경증 우울과 일반적인 우울증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권유에도 계속 싫다는 대답이 나올 때는 너무 지나치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단순히 주위 사람들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서 억지로 움직일 때는 더 큰 피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