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 타짜

이소영2009.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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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매가박스에서 시사회-

영화평론M : 타짜/

 

난 화투를 하나도 칠 줄 모르고 용어도 거의 아는 게 없는데 이 영화에는 정말이지 수많은 화투 "전문용어"들이 나온다. "섯다, 기술자, 설계자, 뒷장까기, 공사, 기리, @끗, @땡" 등 수시로 나오는 전문용어들에 처음엔 좀 혼란스럽기도 했으나, 단순히 이런 전문적이고 사실적인 화투판의 묘사에 치중하지 않고 이 바닥에서 펼쳐지는 예측불허의 승부와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화투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그 재미만은 절대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화투를 제대로 알고 있다면 그 재미는 배가 되고도 남겠지만...

 

조승우는 훨씬 대범해지고 선이 굵어진 연기력이 일필휘지로 강한 전개를 유지하는 영화가 잘 어우러진 듯 싶다. 영화에선 고니라는 인물이 여러 타짜들을 만나면서 실력을 쌓고 자신 역시 대단한 실력의 타짜가 되어가지만, 철이 좀 덜 들고 충동적인 모습도 보여서 정마담 말마따나 가지고 싶게 만들만큼 보호본능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렇게 빈틈없는 면모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면모를 동시에 소유한 고니의 모습은 이전에 과 에서 대립된 이미지를 멋지게 소화한 조승우에게 너무도 안성맞춤이었다.

 

정마담 역의 김혜수가 이 영화에서 풍기는 카리스마란 가히 압도적이다. 정마담이라는 배역의 옷을 입고 풍기는 포스는 실로 장난이 아니다. 똑똑하고 섹시하면서도 절대 남자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성적 대상으로도 이용되지 않는, 너무 나서지도 않고 그렇다고 소극적이지도 않게 자신의 영역 안에서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는 정마담의 모습은, 단순히 이런 범죄스릴러 영화에서의 전형적인 팜므파탈이라고 하기에는 그 영향력과 카리스마가 여느 남자배우들을 압도할 만큼 강했다.

 

백윤식은 고니가 맨 처음 만나게 되는 타짜로서 타짜로 가는 법을 확실히 전수하면서도 동시에 도박의 악마성을 가장 먼저 일깨우기도 하는 평경장이란 캐릭터는 나오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시종일관 영화에 중요한 무게감을 얹어주는 역할이다

 

손보다 입이 더 바쁜 듯한 서민형 타짜 고광렬 역의 유해진은 소재도 그렇고 해서 자칫 어두울 수 있는 분위기를 띄우는 데 큰 역할을 해준 감초 캐릭터다.

 

정말이지, 이 영화에 나온 배우들 중에 연기 못하는 배우들은 맹세코 아무도 없다.

 

이 영화는 범죄스릴러긴 하지만서도 기본적으로 로드무비의 형식을 띠고 있다. 처음엔 고니의 고향인 남원에서 시작해 아직 덜 자란 고니의 모습을 비춰준 뒤, 이후 부산, 군산, 서울 등 전국을 오가면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는 고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 사람과의 이야기가 끝나면 다른 한 사람과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식인데, 거기다가 러닝타임까지 2시간 20분이라 지루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능수능란한 연출력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미 그의 순서는 지나갔다 싶은 인물이 다시 등장하면서 극의 전개를 확 뒤바꿔버리고, 우리가 알고 있던 상황이 실은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는 것이라고 뒤집으면서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끔 영화는 흘러간다. 믿었던 이가 배신을 하고, 이런 갑작스런 상황에 주인공들의 계획도 순식간에 바뀌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대체 누가 선한 인물이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궁금증의 극치를 달리게 한다. 매 지역 매 판마다 펼쳐지는 화려한 기술(손을 가지고 펼치는 수가지의 기술들은 마치 마술을 보는 듯 신통하게 펼쳐진다)과 배신, 그로 인한 목숨을 건 나날들은 "화투"라는 소재와 어울리지 않게 매우 세련된 세트와 촬영기술과 어우러져 관객의 심장 박동을 끊임없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키며 놓아주질 않는다.

 

영원한 친구도 원수도 없는 타짜들의 세계
꾸준한 긴장감과 감정을 재공한다
거기에 유능한 배우들의 힘도 컷다고 생각한다
조금 긴 런닝타임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보낸 나는
조승우의 손에서 놀아나는 화투장처럼 영화에 놀아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