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휴먼프로서 MB 미화…제작진 "뭐가 문제냐"

윤호민2009.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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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휴먼프로서 MB 미화…제작진 "뭐가 문제냐" 이 대통령 오찬초청·편지·후원 소개…시청자 "5공 전두환 장군 보는 줄 알아" KBS 휴먼프로서 MB 미화…제작진 "뭐가 문제냐" 2009년 01월 09일 (금) 20:08:44 조현호 기자 () KBS 휴먼프로서 MB 미화…제작진 "뭐가 문제냐"

KBS가 어려운 이웃의 삶을 전하는 프로그램에서조차 이명박 대통령을 홍보하는 듯한 내용으로 꾸며 "MB 홍보방송이 되기로 작정한 것이냐"는 누리꾼과 시청자들의 냉소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8일 밤 방송된 KBS 은 1년 간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사람들의 다시 만나본다는 취지에서 ' 동행 1년, 희망을 만난 사람들' 편을 내보냈다. 모두 5명의 대상자를 선정해 방송됐는데 이 중 40대에 얻은 딸을 업고 노점 일을 하던 최승매씨를 다시 만나는 코너에서 돌연 이명박 대통령이 여기 저기서 등장했다.

KBS 뉴스 이어 미담 프로그램 마저 이명박 대통령 선행 미화

  KBS 휴먼프로서 MB 미화…제작진 "뭐가 문제냐"     ▲ 지난 8일 밤 방영된 KBS .    이 코너에선 지난해 12월23일 청와대가 어려운 이웃 초청 오찬 간담회를 주최한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전한 축사부터 시작했다. 이 자리엔 지난해 7월 에 출연한 최승매씨도 참석했다.

"다 힘들고 고되시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마시고 잘 하시게 되면은 아마 제 생각에는 내년 일년이 지나면 그래도 좀 웃을 일도 생기지 않겠는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 몇 분 텔레비전에서 얼굴을 본 사람이 있습니다. 옆에 있는 최승매씨도 지난 번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그때는 매우 거칠게 보이더만 오늘은 매우 싹싹하게 보이네요."(이명박 대통령)

KBS는 이 자리에 대해 "장사 실패로 진 빚을 갚기 위해 두 살박이 수민(둘째 딸)이를 데리고 노점하던 승매씨를  비롯해 200여 명의 어려운 이웃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최씨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애들을 위해서 열심히 산 것 밖에 없는데 이렇게 청와대에까지 초청을 받고 이러니까 정말 영광스럽고요 앞으로 이제 애들을 위해서 더 열심히 일을 하고 살아야겠다고 용기를 얻었어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출연자 중 최승매씨 사연 재조명…이 대통령 편지·부인 김윤옥씨 후원 소개

  KBS 휴먼프로서 MB 미화…제작진 "뭐가 문제냐"     ▲ 지난 8일 밤 방영된 KBS . 이날 방영분 출연자 최승매씨 딸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편지.    KBS는 장사 실패로 2년 전부터 애를 업고 노점 일을 하며 고된 나날을 보냈던 최씨의 사연을 소개한 이후 시청자들의 사랑이 이어졌다며 "그 중 수진(첫째 딸)이에게 특별한 의미가 든 편지 한 통이 왔다"면서 발신자를 소개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인이 담긴 편지였다는 것이다.

"수진이를 꼭 한 번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편지로 먼저 마음을 전합니다. 저도 어린 시절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랐고 그래서인지 수진이와 같은 학생들을 보면 늘 마음 한켠이 저려옵니다. 수진이가 공부하며 꿈을 키우는 데 힘이 되고 싶습니다."(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편지 중에서)

  KBS 휴먼프로서 MB 미화…제작진 "뭐가 문제냐"     ▲ 지난 8일 밤 방영된 KBS .    KBS는 "방송 후 지금까지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매월 일정액을 후원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큰 딸 이수진 양은 "편지에 적힌 대로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시니까 공부 열심히 해서 저도 대통령 할아버지처럼 존경받는 사람 되고 싶어요.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시청자·누리꾼 "대다수 국민 정권에 당하는데 PD는 뭘 미화하려는가…전두환 장군 보는듯"

이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시청자게시판에 찾아가 '5공시절 전두환을 보는 줄 알았다'며 냉소와 비난을 퍼부었다. 30여 의 비난 댓글을 달았다.

"대다수 국민들이 이명박(대통령)한테 열나게 당하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 담당 PD는 뭘 그렇게 미화하려고 하시나? 정말 5공시대 전두환 장군을 보는듯…실망이 넘 크다."(허용구)
"이젠 동행이라는 이 좋은 프로그램까지 변질되려 하다니…제발 권력에 아부하지 않는 공정한 방송이 되어 주세요."(윤정희)
"우리 사회의 어렵고 희망을 찾아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을 위해서는 이런 프로그램이 더욱 그 빛을 발해야 하는데, 느닷없이 부자를 위해 정책을 펴겠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대통령이 불쑥 튀어나오다니요.…정권의 선전 선동의 도구가 되었다는 느낌 착잡합니다. 제작진 여러분, 스스로 수치와 명예심을 한 번 되새겨 보기 바랍니다."(박언호)
"PD분 이명박 손잡고 딴나라당으로 동행하세요."(손정환)
"제작자들은 이제 자존심이나 긍지도 권력 앞에 다 버리고 굽히고 말았는가. 그럴 바엔 아예 청와대 방송이라 하든지 MBS라고 방송국이름부터 바꾸는 게 떳떳하지 않겠나."(김용희)

  KBS 휴먼프로서 MB 미화…제작진 "뭐가 문제냐"     ▲ 9일 현재 KBS 시청자게시판에 올라온 제작진 비난 글들.    

 

일반적인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렇게 냉담한데 제작진의 의견은 어떨까.

"PD분 손잡고 딴나라당으로 동행하라…방송이름을 'MB'S로 바꿔라"

을 총괄하고 있는 총책임자는 대뜸 문제될 게 없다고 단언했다.

김덕기 외주제작국 EP는 9일 "크게 문제될 게 있느냐. 대통령이 방송에 나온다고 문제되느냐. 어려운 사람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대통령이 격려하는 장면이 방송에 나오는 게 문제가 되나"고 반박했다.

김 EP는 "제작진에서 아이템을 선정해 한 해 가장 감동적인 사례를 모아 정리하는 차원에서 기획된 것으로 양극화시대에 이렇게 어렵게 열심히 사는 사람을 보고 대통령이 격려하는 것이 방송에 나올 수 있지 않느냐"며 "이게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재차 강조했다.

김덕기 외주제작국 EP "뭐가 문제냐…대통령 선행 공개 가능…미화라는 시각이 더 문제"

'이렇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복지정책은 소홀하고 1%를 위한 정책을 만드는 데 동분서주하고 있는 대통령이 이런 튀는 선행 한 번 했다고 그렇게 미화되는 건 오히려 본질을 왜곡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전하자 김 EP는 이렇게 반박했다.

"미화라고 보긴 어렵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격려를 하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소개한 것이다. 해당 본인에게도 큰 힘이 됐을 것이다. 대통령이 재벌위주의 정책을 편다 안편다하는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선행은 선행차원에서 소개할 수 있는 것"이라며 "미화라고 보는 시각이 문제다."

한편, 이번 프로그램을 직접 연출한 '타임 프로덕션'의 권성훈 PD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과정에서 최승매씨가 12월23일 초청받았다는 연락을 해줘서 이 내용을 넣게 됐다"며 "청와대로부터는 촬영을 위한 허가 정도의 협조를 받았다"고 말했다(이 프로그램은 KBS가 아닌 '타임 프로덕션'이 제작한 외주제작 프로그램이다).

직접 연출한 PD "이채로운 미담, '재미있겠다'싶어…'MB 홍보용' 우려도…있는그대로 봐야"

권 PD는 "어차피 정치색이 있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이 청와대까지 초청됐다는 건 이채로운 하나의 이벤트로 볼 수도 있어 그저 '재미있겠다' 싶어 제작한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이 욕도 많이 먹고 있지만 미담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지않느냐. 더하고 덜할 것도 없이 순수한 의미에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KBS의 뉴스·프로그램이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급격히 친이명박 성향으로 바뀌며 조직 문화도 퇴행하고 있다는 내부 우려가 많은데 이렇게 방송할 경우 비판이 더 많으리란 생각은 못해봤나'라는 질문에 권 PD는 "그런 염려를 안 한 것은 아니다. 홍보용으로 비춰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도 이명박 정권 싫어한다. 하지만 정치적 선입견을 빼고 보면 훈훈한 이벤트 아니냐"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