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키운 건 무능한 이 정부다

배규상2009.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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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키운 건 무능한 이 정부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로 알려진 박모씨가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혀의로 그제 구속 수감됐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담당 판사는 "(미네르바의 글이) 외환시장 및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기업에게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으로 전송했다'는 등 2건의 글이 한 멀쩡한 시민을 구속 처벌해야 할 정도로 국가 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표현의 자유 운운하기 조차 멋쩍을 만큼 치졸한 짓이다.

 기업들의 연말 결산을 앞두고 원ㆍ달러 환율을 끌어내리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12월 말 외환시장에 노골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 당국자는 미네르바가 문제의 글을 올리기 며칠 전 기자들에게 비보도를 전체로 '달러 수급 조절을 위해 수출입 기업,공기업,금융기관에 협조를 요청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를 입중할만한 추가 정황증거는 여럿 더 있다.정부가 은행ㆍ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협조 요청'을 했다지만,정부 영향력을 감안할 때 그것은 사실 '강력 지시'라고 보아도 무방하다.미네르바가 주장한 긴급 공문 형식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별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정부는 뒤에선 '환율 조작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일을 해놓고는 미네르바가 이를 문제 삼자 시장 혼란등의 책임을 물어 처벌에 나선 꼴이다.

 검찰이 미네르바가 쓴 280여건의 글 중 문제를 삼은 것은 단 2건이다. 나머지는 개인적 의견을 피력한 것이어서 처벌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그러나 정부와 검찰이 내심 문제 삼고자 했던 것은 정부를 비판하고 조롱한 이런 글들이 아니었을까 싶다.정부ㆍ여당과 보수신물들은 미네르바의 학력 등을 들어 '가짜에 놀아난 대한민국'식으로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염치없는 일이다.미네르바를 키운 건 무능한 이 정부이다.이 정부는 금융귀기를 전후해 거꾸로 가는 정책과 헛발질 처방으로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정부가 미네르바를 엉터리,가짜로 몰아세우기에 앞서 '엉터리,가짜보다 못한 정부'라는 따가운 질책에 먼저 겸허히 머리를 숙이는 것이 순서다.

 

 

2009년 1월 12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