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점심을 제대로 먹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였지만 후회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었다. 먹을 게 뭐 없을까 하고 여기저기를 뒤져 보았지만, 김이 든 통과 빅스 드로프스와 간장이 있을 뿐이었다. 종이봉지에는 오이와 그레이프 프루츠가 있었다. [배가 고픈데요, 오이를 먹어도 괜찮겠어요?]하고 나는 물었다. 미도리의 부친은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세면실에서 오이 세개를 씻었다. 그리고 접시에 간장을 조금 붓고, 김으로 오이를 감아 간장에 찍어 아작아작 깨물어 먹었다. [맛있는데요]하고 나는 말했다. [간단하고, 신선하고, 생명의 내음이 물씬 납니다. 좋은 오이입니다. 양다래 따위보다는 훨씬 좋은 음식물인 것 같습니다.] 나는 하나를 먹어치우고 두 개째에 손을 댔다. 아작아작하는 상쾌한 소리가 병실에 울려퍼졌다. 오이를 송두리째 두 개를 먹고 나서야 나는 겨우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복도에 있는 가스곤로에 물을 끓이고 차를 넣어 마셨다. [물이나 주스 드시겠습니까?] 하고 나는 물어보았다. [오이]하고 그는 말했다. 나는 방긋 웃었다. [그러세요. 김을 말아 드릴까요?] 그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시 침대를 올려 세우고, 보기 좋은 크기로 과도를 자른 오이에다 김을 감고, 간장을 찍고, 이쑤시개를 꽂아서 입에 대어 주었다. 그는 그것을 받아 거의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그것을 몇번이고 몇번이고 씹고 그리고 삼켰다. [어떠세요? 맛이 좋지요?]하고 나는 물어 보았다. [맛 있어] 하고 그는 말했다. [먹는 것이 맛있다는 건 좋은 것입니다. 살아 있다는 증거 같은 것입니다.] 결국 그는 오이 하나를 다 먹었다. 오이를 먹고나자 물을 원했기에 나는 물을 마시게 해 주었다. 물을 마시고 조금 있으니 소변을 보고싶다고 해서, 나는 침대 밑에서 뇨병을 꺼내 페니스 끝에 대 주었다. ========================================================= 얼마전에 오이를 고추장에 찍어 먹다가 생각이 난 장면이였어요. 오이 먹다가 갑자기 생각이 들었죠. 병실에 아파 누워 있는 사람과 그리고 오이를 먹는 장면을 어쩌면 이렇게 섬세하게 묘사할 수가 있을까 하구요. 그리고 하루키 소설에서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나 하다못해 피스타치오나 감자 튀김 얘기만 나와도 먹고 싶어 지는데, 이 김에 말은 오이를 간장에 찍어 먹는 장면도 기가 막혔어요. 오이를 고추장에 찍어 먹다가 간장에도 찍어 먹어볼까 하다가 그렇게 하지는 못했지만은 어쨋거나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문득 들었습니다. 어찌보면 별다른 이야기 거리가 되지 않는데도, 오이의 아작아작 씹히는 맛과 입안에 흥건히 오이즙과 김과 간장맛이 지금이라도 당장 내 입안에 맴도는 기분이랄까. 암튼 이 구절이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상실의 시대 - 미도리 아버지와 병상에서 오이를 먹는 장면
나는 점심을 제대로 먹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였지만 후회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었다. 먹을 게 뭐 없을까 하고 여기저기를 뒤져 보았지만, 김이 든 통과 빅스 드로프스와 간장이 있을 뿐이었다. 종이봉지에는 오이와 그레이프 프루츠가 있었다.
[배가 고픈데요, 오이를 먹어도 괜찮겠어요?]하고 나는 물었다.
미도리의 부친은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세면실에서 오이 세개를 씻었다. 그리고 접시에 간장을 조금 붓고, 김으로 오이를 감아 간장에 찍어 아작아작 깨물어 먹었다.
[맛있는데요]하고 나는 말했다.
[간단하고, 신선하고, 생명의 내음이 물씬 납니다. 좋은 오이입니다. 양다래 따위보다는 훨씬 좋은 음식물인 것 같습니다.]
나는 하나를 먹어치우고 두 개째에 손을 댔다. 아작아작하는 상쾌한 소리가 병실에 울려퍼졌다. 오이를 송두리째 두 개를 먹고 나서야 나는 겨우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복도에 있는 가스곤로에 물을 끓이고 차를 넣어 마셨다.
[물이나 주스 드시겠습니까?] 하고 나는 물어보았다.
[오이]하고 그는 말했다.
나는 방긋 웃었다. [그러세요. 김을 말아 드릴까요?]
그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시 침대를 올려 세우고, 보기 좋은 크기로 과도를 자른 오이에다 김을 감고, 간장을 찍고, 이쑤시개를 꽂아서 입에 대어 주었다. 그는 그것을 받아 거의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그것을 몇번이고 몇번이고 씹고 그리고 삼켰다.
[어떠세요? 맛이 좋지요?]하고 나는 물어 보았다.
[맛 있어] 하고 그는 말했다.
[먹는 것이 맛있다는 건 좋은 것입니다. 살아 있다는 증거 같은 것입니다.]
결국 그는 오이 하나를 다 먹었다. 오이를 먹고나자 물을 원했기에 나는 물을 마시게 해 주었다. 물을 마시고 조금 있으니 소변을 보고싶다고 해서, 나는 침대 밑에서 뇨병을 꺼내 페니스 끝에 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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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오이를 고추장에 찍어 먹다가 생각이 난 장면이였어요. 오이 먹다가 갑자기 생각이 들었죠.
병실에 아파 누워 있는 사람과 그리고 오이를 먹는 장면을 어쩌면 이렇게 섬세하게 묘사할 수가 있을까 하구요.
그리고 하루키 소설에서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나 하다못해 피스타치오나 감자 튀김 얘기만 나와도 먹고 싶어 지는데, 이 김에 말은 오이를 간장에 찍어 먹는 장면도 기가 막혔어요.
오이를 고추장에 찍어 먹다가 간장에도 찍어 먹어볼까 하다가 그렇게 하지는 못했지만은 어쨋거나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문득 들었습니다.
어찌보면 별다른 이야기 거리가 되지 않는데도, 오이의 아작아작 씹히는 맛과 입안에 흥건히 오이즙과 김과 간장맛이 지금이라도 당장 내 입안에 맴도는 기분이랄까. 암튼 이 구절이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