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 미네르바 구속 파문

김영수200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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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구속된 미네르바와 관련하여 100분 토론이 진행된다기에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으며 진보성향을 가진 진중권 교수가 논객으로 나오길 바랐는데 역시나 출연! 게다가 극우파 중 한 명인 전원책 변호사가 출연한다기에 지루한 100분 토론은 절대 아니겠다 싶어 시청을 하였다. 게다가 나 역시 미네르바와 관련된 여러사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중이었기에. 

 이번 토론의 결과부터 말하자면 "버럭 전원책, 떡실신 진중권, 포기 손석희"로 요약할 수 있겠다.   

 

 

1. 손석희 아나운서

 

 이번 100분 토론은 (전원책의 포스 때문인지) 진행자와 논객들 모두 자기색깔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여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아쉬웠는데, 특히 손석희 아나운서가 그랬다. 평소의 그라면 아무리 열띤 토론에 큰 목소리가 오고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깔끔함이 겸비된 그만의 커팅기술로 매끄러운 진행을 보이곤 했는데, 15일 밤의 그는 "예, 예, 알았습니다."만 연발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2. 김성수 연대 법대 교수   

 

 100분 토론의 뉴페이스였던 그는 신인(?)답지 않게 대체적으로 침착한 어조와 논리있는 근거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 날은 같은 진보계열의 진중권보다 오히려 나은 모습을 보이는 등 보통의 떨거지 논객들과는 다른 오랜만에 참신한 모습으로 다가온 논객 중 한 명이었다. 이 날 있었던 그의 발언 중 한 가지만 소개하자면, "국민이 보기에 영장 발부 시 사유와 기각 시 사유를 서로 다르게 정하면 법원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법원의 사법적 모순을 꼬집었다.

 

 

3.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바로 위에서 말한 떨거지 논객 중 한 명이다. 이 인간은 촛불집회에 관한 토론 때도 그렇게 깨지고 왜 자꾸 나오는지 모르겠다. 서울시립대에서 월급을 잘 안 챙겨주나? 뭐, 100분 토론 출연료가 짭짤하긴 할테지...ㅋ

 그가 준비해온 히든카드 라고는 고작 미네르바가 지난 12월 29일 올린 단 6줄이었다. 이 걸 가지고 토론 내내 물고 늘어지는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 없었다. 아! 히든카드가 또 하나 있긴 했다. 미네르바가 자신의 칼럼에다 "이 돌+아이는 대가리에 든 사상이 의심스럽군...ㅋ"이라는 댓글을 가져오긴 했다.ㅋㅋ 그는 이어 미네르바에게 욕먹은 뒤 포장마차로 달려가 소주를 들이붓고, 닭똥집으로 안주를 했다는 해프닝을 발설(?)하기도 했다.

 솔직히 윤 교수를 비롯해 뉴라이터 치고 제대로 논리적인 인간을 한 번도 보질 못했다. 하이라이트는 시민논객 중 한 명이 그에서 경제학자의 양심을 걸고 이야기할 수 있냐고 물었는데 양심은 못 걸겠다고 대답하는 그에게서 논객의 기본자세가 초딩 수준이란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4. 전원책 변호사

 

 

 이 날의 MVP는 순수하게 논리적 입장에서 보면 김성수 교수여야 마땅하겠지만 역시나 전원책 변호사의 독무대였음은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참고로, 나는 이 글에서 만큼은 미네르바와 관련한 나의 논리적인 입장은 맨 마지막에 밝히고, 지금은 논객들의 분위기를 후기로 담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의 그 앞에서는 손석희의 커팅능력은 상실되었고, 진중권의 포스도 빛을 발하지 못했으며 시민논객의 발언은 아예 개+무시되었다. 

 보통 보수논객의 입장으로 100분 토론에 출연하는 그지만 대부분 그의 모습은 좌파던 우파던 뉴라이터이던 간에 무조건 다 까고 보는 성미였다. 그런 그 만의 난장판식 주장이 오늘에 이르러 찬란한 전성기를 맞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이 날은 자신에게까지 공격을 하고 혼자서 방어하는 진풍경을 연출을 한다.ㅋㅋ 그는 "옛말에 목소리 큰 사람이 장땡"이라는 선인들의 원칙을 철저히 고수한데 이어 '막무가내'와 '어거지'라는 스킬을 업그레이드하여 토론 내내 무법질주를 하였다. 여당으로서는 눈에 가시같이 여기던 진중권 교수를 캐관광시켰으니 그에게 눈물나게 고마울 터. (혹시 모르지~ 이번 일로 의원으로 꽂아줄지...ㅋ)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평소 가장 소신 있던 보수논객 중 한 명이었던 그가 흔들리지 않았나 싶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쨌든 오늘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오늘은 님이 짱 드셈~"

 

 

5.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진중권 교수의 토론 중 이 번이 가장 최악이었다. 그의 토론은 논리적인 언변과 독설로 상대방을 박살내는 것인데 이번 토론은 누가 봐도 전원책 변호사의 독무대였다. 나를 비롯하여 법을 전공하지 않는 일반 시민에게 미네르바 구속이 심정적으로나마 석방되길 기대했는데 오늘은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전 변호사의 포스가 워낙 강하기도 하였지만 오늘 그가 준비해온 멘트 역시 비교적 질이 떨어지는 것들이었다. 그가 겨우 활약한 것이라고는 상대 시민논객의 입을 다물게 만든 것 뿐이었다.

 특히 오늘은 전 변호사의 무개념 공격에 진중권도 발릴 수 있다는 새로운 개념의 구도가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미네르바' 구속에 대한 시청자 투표>

 

 

 

 

<미네르바 구속에 대한 나의 짧은 견해>

 

 이번 미네르바 파장은 단순히 한 개인의 구속여부를 벗어나 정부의 표현의 자유 침해범위, 경제적 파장, 허위사실 유포, 사이버 모욕죄, 정치적 상관 여부 등 다양한 논란거리를 낳은 큰 이슈임은 틀림이 없다.

 솔직히 자판을 두들기고 있는 지금까지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정부가 왜 그토록 이 미네르바 한 사람을 구석으로 몰고 가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전 변호사의 말대로 공익을 해칠 목적이 없더라도 공익에 해가 됐다면 '미필적 고의'로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그 피해가 명확하게 제시된 적이 없으며 설사 있더라도 하나의 포털사이트 토론방에 1시간 동안 올라갔던 글이 어떻게 20억 달러(한화 2조원)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지 솔직히 웃음밖에 나오질 않는다.

 다만, 의심해볼 수 있는 것들은 그 동안 미네르바가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판 또는 비하한 것을 두고, 모욕감을 느껴 복수를 한 것이 아니라면 소설가, 이외수의 말대로 미네르바의 죄는 허위 사실 유포죄가 아니라 (정부가 숨기고 싶은) 진실을 유포한 죄였을까? 그런 것도 아니라면 가방 끈 짧은 주제에 아는 것이 너무 많은 죄였을까?

 아무튼 이번 미네르바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은 사이버모욕죄 도입의 법적근거를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사실, 사이버모욕죄를 강력하게 추진하려는 여당의 진정한 속내는 자신들에게 향하는 국민들의 비난과 질타를 애초에 차단하려는 목적이 짙고, 이를 저지하려는 야당은 국민과 여론을 등에 업고 입김을 강화하려는 것 뿐이다), 미네르바에게 (어찌보면 그는 정부에게 반발하면 이렇게 된다라는 식의 시범타의 희생양뿐일 수도 있다) 예상보다 가혹한 처벌을 함으로써 국민이 정부에게 소위 반항하지 못하게 하려는 입막음 정책이란 생각뿐이 안 든다.

 이렇듯 높으신 양반의 생각이야 어찌됐던 간에 역시 피해 보는 사람들은 힘 없는 서민뿐이며 그나마 주어진 무기였던 소수의 창조적 목소리마저 빼앗기는 형국이 아닌가 돌연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결과적으로 이 번 사건을 통해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하면 로맨스요, 미네르바와 같이 전문대 출신 백수가 하면 불륜"이라는 결과만 낳은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