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배 (虛舟)

임용덕200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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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기다린 적이 한 두번은 아니건만

이토록 외로워해 본 적이 없다 

 

계집아이의 앙증맞은 구두발에 밟히어도 마냥 웃고 

누워버린 소주병의 설움도 대신 안아 주었건만

이토록 마음이 무거워 본 적이  없다

 

사계절의 바닷바람을 알몸으로 기꺼이 받아 내며

벗겨진 허물마져도 이력이라 좋아했지만

나는 여전히 빈배이다

 

누구라도 내게 몸을 실어 먼여행을 떠나가 준다면

내 아껴둔 세월을 덤으로 주었을텐데.....

지금껏 일렁이는 파도를 이고도 그 자리인데

하긴 누군들 나를 떠나 보낼까

 

무심히 지나는 여객들이 원망스럽다

가끔은 노를 들어 허공에 휘휘 젓고는

셔터소리 끝나면 이내 떠날 시간이다.

 

그래도 혹시나 나를 뜨워줄까

기다리다 지쳐버린 내 마음은 망부석이 된다.

 

내리쬐는 삼복 빛을 알몸으로 버티다가.....

살을 에이는 찬바람을 대책없이 마주하다가.....

살가운 파도가 들어 눅눅해진 뱃머리가 자맥질을 해대면

이젠 그대 실을까 기쁜 몸서리를 치지만

아직 빈바다의 저녁은 싸늘하기만 하다.

 

 

글,사진:순수비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