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이렇게 엉뚱한 면이 있는지..정말 몰랐습니다.아무리 생각해도 웃음밖에 안 나와요.이주일 전부터..운 좋게도..꿈에 그리던 곳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게 됐어요.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곳인데, 정말 일하고 싶었던 곳이거든요.그래서 졸업을 앞두고 눈독을 잔뜩 들이고 있었는데,고맙게도 새로운 프로젝트의 캐릭터 개발을 할감각 있고 열정 있는 인턴사원을 뽑는다는 공고가 났더라구요.그래서 바로 이력서랑 자기소개서를 써서 제출했죠.그리고 며칠 후, 당당하게 합격 통지서를 받았습니다.순간, 천하를 다 얻은 것처럼 기뻤어요. 근데 출근을 하고 보니 더 기쁜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1학년 신입생 때.. 좋아하던 3학년 선배가 있었는데요,그 선배가 이 회사에 다니고 있더라구요.학교 다닐 때도..어렵고 수줍어서 말도 못 붙였는데..여기서도 마찬가지였어요.며칠 동안 슬슬 눈치만 보고 인사도 못하고 있는데..갑자기 엊그제 선배가 내 자리로 와서는 저녁을 사 주겠다고 하더라구요.그래도 과 후밴데,격려차원에서 밥 한 끼는 사줘야 선배된 도리가 아니겠냐구..그래서 있던 약속까지 다 취소하고 선배를 따라 나섰습니다.회전초밥 집엘 갔었는데, 떨려서 많이 못 먹겠더라구요.선배의 웃는 모습..그렇게 가까이에서 본 거..처음이었거든요. 저녁을 먹고 집에서 가려고 나왔는데,강남역 계단을 한 발 내려서며 선배가 물었어요."넌 어느 쪽으로 가? 난 홍대 역까지 가는데..."순간, 난 반대쪽이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같은 방향이라고 말을 해 버렸습니다.그리고 삼일 째 선배랑 같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고 있어요.선배의 눈짓에,출입문 앞에 서서 전화 통화하는 여자를 보니,아직도 사원 증을 목에 걸고 있네요. 김문정...마케팅부..친구를 만나러 가고 있는 모양입니다...약속장소를 정하고 있는 걸 보니...홍대 역, 선배가 앉았던 자리를 내게 내어주고 내리고 있습니다.김문정이라는 여자 분도 같이 내리고 있네요.언젠가 선배의 마음도 이렇게..내게 내어줄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근데 선배가 앉았던 자리에 인턴사원 사원증이 놓여있네요.오늘 나온다고 했는데..내가 깜빡했더니..선배가 챙겼나봅니다. 사실 우리 집은 강남역에서 오른쪽으로 여섯 칸만 가면 되는 잠실역이에요.근데 서른 칸을 넘게 빙빙 돌아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돌아가는 건 괜찮아요.도착지에만 정확하게 도착할 수 있다면..선배에게만 정확하게 다다를 수 있다면..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사랑에 있어선 지름길을 찾지 말라고돌아가는 그 길도 아름다운 시간이므로... - 정지영의 스위트뮤직박스 중 -
빙빙 돌아가는 남자
나한테 이렇게 엉뚱한 면이 있는지..정말 몰랐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웃음밖에 안 나와요.
이주일 전부터..운 좋게도..
꿈에 그리던 곳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게 됐어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곳인데, 정말 일하고 싶었던 곳이거든요.
그래서 졸업을 앞두고 눈독을 잔뜩 들이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새로운 프로젝트의 캐릭터 개발을 할
감각 있고 열정 있는 인턴사원을 뽑는다는 공고가 났더라구요.
그래서 바로 이력서랑 자기소개서를 써서 제출했죠.
그리고 며칠 후, 당당하게 합격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순간, 천하를 다 얻은 것처럼 기뻤어요.
근데 출근을 하고 보니 더 기쁜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학년 신입생 때.. 좋아하던 3학년 선배가 있었는데요,
그 선배가 이 회사에 다니고 있더라구요.
학교 다닐 때도..어렵고 수줍어서 말도 못 붙였는데..여기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며칠 동안 슬슬 눈치만 보고 인사도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엊그제 선배가 내 자리로 와서는 저녁을 사 주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과 후밴데,
격려차원에서 밥 한 끼는 사줘야 선배된 도리가 아니겠냐구..
그래서 있던 약속까지 다 취소하고 선배를 따라 나섰습니다.
회전초밥 집엘 갔었는데, 떨려서 많이 못 먹겠더라구요.
선배의 웃는 모습..그렇게 가까이에서 본 거..처음이었거든요.
저녁을 먹고 집에서 가려고 나왔는데,
강남역 계단을 한 발 내려서며 선배가 물었어요.
"넌 어느 쪽으로 가? 난 홍대 역까지 가는데..."
순간, 난 반대쪽이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같은 방향이라고 말을 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삼일 째 선배랑 같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고 있어요.
선배의 눈짓에,
출입문 앞에 서서 전화 통화하는 여자를 보니,
아직도 사원 증을 목에 걸고 있네요. 김문정...마케팅부..
친구를 만나러 가고 있는 모양입니다...약속장소를 정하고 있는 걸 보니...
홍대 역, 선배가 앉았던 자리를 내게 내어주고 내리고 있습니다.
김문정이라는 여자 분도 같이 내리고 있네요.
언젠가 선배의 마음도 이렇게..내게 내어줄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선배가 앉았던 자리에 인턴사원 사원증이 놓여있네요.
오늘 나온다고 했는데..내가 깜빡했더니..선배가 챙겼나봅니다.
사실 우리 집은 강남역에서 오른쪽으로 여섯 칸만 가면 되는 잠실역이에요.
근데 서른 칸을 넘게 빙빙 돌아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돌아가는 건 괜찮아요.
도착지에만 정확하게 도착할 수 있다면..
선배에게만 정확하게 다다를 수 있다면..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사랑에 있어선 지름길을 찾지 말라고
돌아가는 그 길도 아름다운 시간이므로...
- 정지영의 스위트뮤직박스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