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모든 대학교에 고함

임혁준200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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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시작은 중세 유럽이다. 이곳은 법을 초월하는 곳으로 교회에 대한 비판, 왕정에 대한 비판도 할 수 있었다.

즉, 대학의 근원은 비판정신과 숭고한 이상인 것이다.

그들의 비판정신과 이상을 지키기 위해서 대학 내부에 자율적으로 사법기관과 감옥 등을 만들고 그들이 더욱 풍부한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책을 읽도록 하였다.

지금도 남아있는 그 시대의 대학 도서관은 현대의 것과 비교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대학에서 연구하던 것은 형이상학적인 것이지 형이하학적인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대학은 어떠한가?

대학마다 취업률을 자랑하고 유명그룹의 간부를 초빙해 와서 강연 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그에 반해 대학의 시작이었던 철학, 문학 등은 돈벌이가 시원찮다는 이유로 괄시당하고 심지어 폐강에 이르기도 한다. 우리학교에 지원했을 때 철학과가 없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젠 더 이상 처음의 대학이 아니다. 초기의 대학생들이 품었던 청운과 높은 이상은 이제 보다 효율적인 돈벌이와 취업으로 바뀌었다.

법조인들이 법조인의 선서를 하고,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할 때, 사명감과 정의감으로 그들의 가슴을 가득 채웠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의 김용철 변호사 사건이 알려주듯, 노무현 정부의 쌀직불금 사태가 알려주듯 그리고 각종 비리가 알려주듯 그들의 끝은 시작과 같지 않았다.

아직도 기억한다. 처음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문학소년과 햇살 가득한 교정을 꿈꾼 나에게 고등학교는 한낱 입기기관이었고, 학생들을 열성적으로 가르치리라 믿은 교사들은 우수한 학생만을 편애하고 합격률에 목을 매는 점수의 노예였다.

대학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학에 가면 학과에 상관없이 수많은 문학 작품과 서로의 생각에 대한 교감, 이야기 등을 꿈꾼 나에게 대학은 토익점수를 요구하고, 자격증을 요구하고 높은 학점을 요구하는 또 하나의 퇴폐적 교육기관일 뿐이었다.

나는 대학이 이랬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자격증을 요구하지 말고, 토익 점수를 요구하지 말고, 빠른 취업을 요구하지 말고, 높은 학점을 요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천천히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더 많은 생각을 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훌륭한 인성을 가르치고, 지성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모든 것들을 가르쳤으면 한다.

남에게 나를 애써 증명하기 위한 자격증과, 번듯한 회사, 훌륭한 명함은 그 후의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