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유 마시는 여자 -

주동희2009.01.28
조회106
- 우유 마시는 여자 -

 

입맛이 없네요.

 

밤새 뒤척였더니 혓바늘까지 돋았어요.

 

그냥 우유나 한 잔 마시고 출근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우유를 하니씩 매일 배달시켜 마시고 있어요.

 

아침에 우유 한 잔씩 마시니까 기분도 상쾌해지고 좋더라구요.

 

그래서 다리미를 사은품으로 받고 1년 치를 계약해버렸죠.

 

 

어제 영호 선배한테 그렇게 말한 건...거짓말이었어요.

 

지금은 혼자인 내가 좋다고,

 

아직은 그 누구도 마음에 담을 여유가 없다고 말한 건..거짓말이에요.

 

사실은 혼자 있는 시간,

 

너무 외롭고, 허전하고..견딜 수 없이 우울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또 다시 섣불리 연애를 시작하고 싶진 않아요.

 

 

아직 그 사람도 정리가 되지 않았어요.

 

며칠 전에도 그 사람이 술에 취해서 전화를 했습니다.

 

그 전화를 끝까지 받지 말았어야 하는데,

 

결국은 받아서...방황하지 말고 집에 들어가라고 타이르고...

 

넋두리를 받아주고...

 

그러니 그 남자가...희망을 갖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

 

이런 내 성격이 정말 나도 싫어요.

 

 

영호 선배의 마음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동안 모른 척 했을 뿐이죠.

 

근데 그 사람과 헤어졌다는 얘길 어디서 들었는지,

 

갑자기 연락을 자주 하고 부쩍 날 챙기기 시작하더라구요.

 

나도 그런 영호 선배가 싫지 않았으니까.

 

전화하면 반갑게 받아주고,

 

저녁 사주겠다고 하면 못 이기는 척 나가서 얻어먹고..그런 거겠죠.

 

하지만 사귈 마음은 없었어요.

 

그냥 편하니까..재밌으니까 만난 건데..

 

근데 선배는 이 때쯤이면 고백해도 좋겠다..싶었나 봐요.

 

애매한 나의 행동이 또 상처를 준 거죠.

 

 

옷을 갈아입고 우유를 꺼낼까 하다가,

 

그냥 이른 새벽 시간이라서 잠옷 바람으로 현관문을 열고 있습니다.

 

현관문 손잡이에 걸려있는 나일론 가방에서 우유를 꺼내고 있는데,

 

갑자기 앞 집 여자가 현관문을 열고 나와서

 

바닥에 놓여있는 신문을 주워들고 있네요.

 

무슨 일로 오늘은 저렇게 일찍 일어났는지 모르겠어요.

 

늘 내가 출글할 때까지 신문이 바닥에 뒹굴고 있거든요.

 

 

앞 집 여자와 어색한 눈인사를 나누고

 

현관문을 닫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유를 투명한 컵에 따라 마시며 결심하고 있어요.

 

똑 부러지게 살자,

 

헤어진 남자 전화는 받지 말고,

 

사귈 생각 없는 남자는 만나지 말고..행동을 분명히 하자..

 

당분간 연애는 쉬자..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정확한 마음을 전하라고,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자꾸 오해하고 싶어지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