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나는 산책을 하다가 골목길에서 버려진 폐품 속에서 한 손녀가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권했던 이주향의 저서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1996년, 명진출판)을 우연히 발견하고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여자의 과거를 묻는 남자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수많은 책들 중에 손자도 아닌, 손녀가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이 책을 권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앞둔 여성이 과거의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갖은 것을 이제 결혼할 남자에게 고백해야 할지 말지 고민하는 편지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었다. 저자는 21세기를 바라보는 시점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사랑이 평등한 관계가 아닌, 불평등한 권력(힘의 논리)이 작용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책에서 “남자가 성에 대해 자유로우면 영웅 대접을 받고 여자가 성에 대해 자유로우면 깨진 쪽박 취급을 받는다.”며 남자의 동정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여성의 순결은 문제 삼고 있다고 왜곡된 권력을 지적한다.
저자는 연산군의 백모인 박씨 부인의 자살사건을 예시로, “조선시대는 여성의 정조가 곧 여자의 생명이었다. 이때 나타나는 표현이 몸을 버린다는 것이었다.”면서 박씨 부인은 조카 연산군에 의해 정조를 못 지킨 것이 두려워 자결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정조를 안 지킨 여자, 혹은 몸을 버린 여자라는 죽음의 낙인을 받았기 때문에 살 수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남자들은 여자를 죽게 했으면서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왕이 아니더라도, 남자는 여자로 인해 죽을 정도의 양심이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조차 없는 봉건사회의 가부장제의 권력이 있었기 때문이라 지적이다. 오늘날에도 남자들 중에는 여자의 정조나 순결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저자는 “순결이나 정조가 여자를 한 남자에게 묶어 두기 위한 사회적 전략이었음을 똑똑히 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라고 역설한다.
다시 편지로 돌아가서, 저자는 편지의 여주인공에 “지금의 남자에게 과거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면서 “과거는 걸림돌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 형성의 거름이다. 이미 거름이 되어 현실의 힘이 된 과거를 굳이 끄집어낼 필요가 있을까?”라며 “과거를 얘기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사람에게 거짓 태도를 보이는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어쩌면 가부장 문화의 때를 완전히 벗어버리지 못했을 상대방이 떠 안을 수밖에 없는 짐을 떠넘기지 않는 것일 뿐이다.”고 충고한다.
이 책은 이미 12년 전에 출판되어 당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유명한 책이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외면하고 있던 나에게 우연히 이 책이 손에 들어온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손녀가 할아버지에게 이 책을 선물한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이었을까? 혹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조선시대로 착각하고 여자의 과거를 따지고 묻는 시대착오적인 남자들이 많기 때문은 아닐까?
과거를 숨기는 여자들의 심리를 밝힌다면?
과거를 숨기는 여자들의 심리를 밝힌다면?
지난 27일, 나는 산책을 하다가 골목길에서 버려진 폐품 속에서 한 손녀가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권했던 이주향의 저서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1996년, 명진출판)을 우연히 발견하고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여자의 과거를 묻는 남자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수많은 책들 중에 손자도 아닌, 손녀가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이 책을 권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앞둔 여성이 과거의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갖은 것을 이제 결혼할 남자에게 고백해야 할지 말지 고민하는 편지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었다. 저자는 21세기를 바라보는 시점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사랑이 평등한 관계가 아닌, 불평등한 권력(힘의 논리)이 작용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책에서 “남자가 성에 대해 자유로우면 영웅 대접을 받고 여자가 성에 대해 자유로우면 깨진 쪽박 취급을 받는다.”며 남자의 동정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여성의 순결은 문제 삼고 있다고 왜곡된 권력을 지적한다.
저자는 연산군의 백모인 박씨 부인의 자살사건을 예시로, “조선시대는 여성의 정조가 곧 여자의 생명이었다. 이때 나타나는 표현이 몸을 버린다는 것이었다.”면서 박씨 부인은 조카 연산군에 의해 정조를 못 지킨 것이 두려워 자결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정조를 안 지킨 여자, 혹은 몸을 버린 여자라는 죽음의 낙인을 받았기 때문에 살 수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남자들은 여자를 죽게 했으면서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왕이 아니더라도, 남자는 여자로 인해 죽을 정도의 양심이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조차 없는 봉건사회의 가부장제의 권력이 있었기 때문이라 지적이다. 오늘날에도 남자들 중에는 여자의 정조나 순결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저자는 “순결이나 정조가 여자를 한 남자에게 묶어 두기 위한 사회적 전략이었음을 똑똑히 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라고 역설한다.
다시 편지로 돌아가서, 저자는 편지의 여주인공에 “지금의 남자에게 과거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면서 “과거는 걸림돌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 형성의 거름이다. 이미 거름이 되어 현실의 힘이 된 과거를 굳이 끄집어낼 필요가 있을까?”라며 “과거를 얘기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사람에게 거짓 태도를 보이는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어쩌면 가부장 문화의 때를 완전히 벗어버리지 못했을 상대방이 떠 안을 수밖에 없는 짐을 떠넘기지 않는 것일 뿐이다.”고 충고한다.
이 책은 이미 12년 전에 출판되어 당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유명한 책이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외면하고 있던 나에게 우연히 이 책이 손에 들어온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손녀가 할아버지에게 이 책을 선물한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이었을까? 혹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조선시대로 착각하고 여자의 과거를 따지고 묻는 시대착오적인 남자들이 많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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