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의 갑작스런 등장

이강섭200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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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심심찮게 '사회적 기업' 보도가 눈에 띈다. 흠...이것도 보도 분야에서의 새로운 유행거리인가. 그럴 듯하게 포장돼 보도되는 뉴스를 보면 새로운 개념의 기업이 등장한 것처럼 보이는데 왠지 씁쓸한 기분만 든다.

 

이른바 '사회적 기업'에는 몇 가지 특징이 엿보인다. 우선 사업의 목적이 선(善)한 것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근로 환경 등 사내 직원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게 보인다. 또한 지역사회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직*간접적 참여가 뒤따른다. 그리하여 결론적으로는 기업과 관련된 이해당사자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최근에는 - 어느 단체 주관인지는 모르겠지만 - 이런 '사회적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평가를 통해 인정받아야 한단다. 참...실소를 머금게 하는 모습이다.

 

사람들이 '사회적 기업'이라 칭하는 기업들이 등장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굳이 그런 기업을 마치 새로운 개념의 기업 등장인 것처럼 분류하고, 따로 이름을 붙여가며 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 같다. 반대로 생각할 경우,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한 기업이라면 '비사회적 기업' 혹은 '반사회적 기업' 이라는 의미인가? 그렇다면 그런 사회적 기업은 좋은 기업이고 나머지 비사회적, 혹은 반사회적 기업은 우리 사회에 아무런 이익도 되지 못한다는 뜻인가?

 

진정한 기업이란 어떤 기업인가.

물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기업은 '영리 추구'가 중요한 존재 목적이자 이유다. 그러나 이 '영리 추구'가 자리잡기 위해 기본적으로 가정된 몇 가지 가치들이 있다. 사실은 그것들이 우리 사회에 있어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들인데, 우리는 '영리 추구'에만 집중하여 망각하고 있다.

 

영리 추구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정직과 신뢰, 상식에 기초한 도덕이 지켜져야 하는 법이다. 이런 가치들이 확고하게 밑바탕에 자리잡은 뒤에야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본래 기업의 존재 목적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익'에 눈이 먼 나머지 우리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 기반을 무너뜨릴수록 손해는 발생하기 마련이고, 그 손해는 결국 우리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예를 들어, 최근 우리는 서로가 지켜야 할 신뢰와 도덕을 무너뜨린 덕에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르고 있다. 얼마 전 중국발 멜라닌 충격과 반찬 재탕 등의 사건은 음식에 대한 공포와 의심을 키웠다. 이에 따라 이제 사람들은 '정말' 깨끗하고 안심되는 음식구입을 위해 더 비싼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게 됐다. 여기에 올해는 '가짜 한우 사골 사기단' 소식이 전해졌다. 앞으로는 또 사골구입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의심과 불신이 쌓일수록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커지고 그만큼 피해도 늘어날 뿐이다.

 

또한 영리 추구에 앞서 기업은 기본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다.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기업이 공급하는 재화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재화를 구입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자회사라면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전자제품 등을 열심히 만드는 것이 그 역할이다. 의류 회사라면 다른 사람들을 대신하여 열심히 옷을 만드는 것이 그 역할이다. 음식회사는 더욱 정성들여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이 그 역할이다. 건설회사는 좋은 건물, 좋은 집을 만드는 것이 그 역할이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기업은 어떤 특정한 분야에서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재화를 공급하고 그 대가를 사용자로부터 받는 것이 원리이다.

 

따라서 진정한 기업이라면 정직과 신뢰, 상식과 도덕을 준수하면서 사회에 유익이 되는 재화(서비스)를 공급하면서 영리를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행위 자체가 사회적으로 보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사람들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된다. 그렇다면 본래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기업들은 '사회적 기업'이라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왜 우리는 굳이 몇몇 기업만 골라서 '사회적 기업'이라 명명하는 것일까.

 

 

사실 이 문제는 우리 모두의 숙제가 아닌가 싶다.

 

단순히 현상학적으로만 보면 가장 기본이 무너졌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상호신뢰와 정직, 도덕이 무너지고 이윤 추구만 강조되면서 기업은 온갖 비리와 범죄의 온상이 되고 말았다. TV 드라마, 영화를 보라. 기업 사장이나 재벌 중에 온갖 음모를 꾸미거나 비리를 행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비일비재하다. 왠지 기업가나 비즈니스맨, 회사원의 이미지는 부정적인 면이 강하다.

 

그럼, 그렇게 강조하는 '기본'을 다시 세우면 해결되는 일인가?

물론 그렇게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 '기본'을 다시 세운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숙제이며, 사회 각 영역에서 고민해야 할 일인 것 같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 사회가 공정한(fair) 바탕 위에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인데, 현실 사회는 외부경쟁자들과 여러 기득권 세력들의 저항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많다.

 

법과 제도를 연구하는 이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가 서로를 잘 감시하며 이 기본 가치들을 지켜나가도록 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영어, 수학 등의 지식 못지 않게 이런 사회적 가치들의 중요성을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래서 단순히 사회적 규범과 질서 측면에서만 호소하기 보다는 제도적 인센티브와 법적 유도를 통해 우리 사회가 좀 더 공정한 사회로 변화되고 기업 본연의 역할과 의미를 되찾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하고 이에 대한 논의들이 일어나는 것까지는 좋은데, 최근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 '사회적 기업'이라는 존재는 왠지 좀 아이러니하고 우리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드는게 아닌가 싶다. 하여간 늦은 밤 TV를 보다 문득 든 생각 때문에 또 이렇게 말이 길어졌다. (-_-;) 사실 위에서 조금씩 언급한 부분들은 더 이야기해야 할 내용이 많은데.... 그냥 이러면서 조금씩 나도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는 계기로 삼는데 만족해야겠다. ㅡㅜ

 

'사회적 기업'에 홀로 흥분한 어느 날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