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4

장은연2009.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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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4

지하철에서 4

 

세 여인이 졸고 있다

한 여인의 머리가 한 여인의 어깨에

한 여인의 어깨가 한 여인의 가슴에

한 여인의 피곤이 또 한 여인의 시름에 기대

도레미 나란히

 

세 남자가 오고 있다

순대 속 같은 지하철

데친 듯  풀죽은 눈알들 헤집고

삶은 듯 늘어진 살덩이 타넘고

 

먼저, 거지가 손을 내민다

다음, 장님의 노래 부른다

그 뒤를 예언자의 숱 많은 머리

휴거를 준비하라 사람들아!

외치며 깨우며 돌아다니지만

 

세 여인이 졸고 있다

세 남자가 오고 있다

 

오전 11시 지하철은

실업자로 만원이다

 

 최영미의 시집 [서른잔치는 끝났다] 中

 

점심시간,

오늘, 문득,

지하철안에서 이 시가 떠올랐다. 

책장속 오랜 시집을 꺼내 펼쳐본다.

현실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칼날의 느낌.

 

그때나 지금이나...

지하철은 언제나 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