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행복해지다.

김소영2009.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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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손에 꼬옥 쥐고선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해 한없이 불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군중 가운데에서 고독을 느꼈고, 풍요로웠지만 그 값어치를 알지 못해 괴로웠다. 얻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힘찬 물방개질은 오히려 손 안에 든 것은 흐트러트리곤 했다. 그럴 때면 빈틈에 허덕이며 어찌나 몸서리를 쳤는지 모른다.

 

필요 없는 욕심까지 덕지덕지 붙어, 뭐든지 이상을 쟁취하고 싶어한 나의 단면이었다. 반드시 부려야 할 심술은 뒤로 접어두고, 꺼내지 말아야 할 때 접어두었던 욕망을 불러들였으니 스스로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상실하고 말았다. 그렇게 스물다섯이 되었다.

 

잊은 것이 많다고 불행한 여자라고 할 생각은 없다. 아니, 비로소 없어졌다. 어떤 계기로 어울리지도 않는 심플한 마음이 다가왔다기 보단 내 스스로 하나 깨우친 것이 있다. 내 인생도 윤회하듯 모두와 마찬가지로 돌고 돌 것이며 그렇게 넘실넘실 돌아가는 세상에 발맞추어 걷다보면, 원하는 것을 지워야 할 때도 있을 테고 지녔던 것을 놓아주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쏟아져 내릴 때도 있겠지. 한겨울의 함박눈처럼.

 

한참을 걷고 나서야 나는 뒤 돌아 볼 것이다. 지금은 뒤 돌아본 후 후회하지만 그때가 되면 절대 후회하지 않으리. 꿋꿋이 걸어 나가 마지막 꽃잎까지 모두 소진한 후에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테다.

 

삶의 이정표 위에 하나를 결심해 심어두었기에 오늘도 나는 옳지 못한 성정을 조심스레 무너트리며 내일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