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대입수능을 보고나서. 만족할 점수를 받지 못했다. 하도 마음이 상해서 일부러 그런 것들을 잊고 싶었달까나..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일본여행을 갔다왔다. 혼자 교토의 유적지를 돌아다니면서. 시즈오카의 다정한 한국인 교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말 정신없었던 도쿄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보면서.. 일본에서 명지대학교 합격소식을 들었다. '그래도 할 만큼 한거야.. 고3 맨 처음 올라왔을때엔 어디 명지대 갈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나 했나? 원하던 지구과학 관련 학과는 아니여도 그나마 비슷한 물리학과니까 된거야. 난 할만큼 했어... 만족하자.' 고등학교 3학년 맨 처음 올라갔을때 모의고사 총점이 500점 만점중 212점 이였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 212점중 95점은 지구과학I, II 고작 두과목이 받쳐준것이였고. 지구과학 I,II 를 제외한 언어 수리 외국어 물리I 생물I. 이 다섯과목점수를 다 합해봐야 117점이였었다. (찍어도 이것보단 나았겟다 ㅡㅡ;;) 고2때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정말 쓸데없이 지구과학만 잘하는 애라고 대놓고 말했을 정도다. 210점대라는 점수를 보면 알겠지만 고3 맨 처음 올라갈땐 어디 지방 전문대라도 점수맞춰서 갈 판이였다. 이유는 언수외 점수가 너무 낮았기 때문에. 나는 지금 고3에 올라가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서. 나의 고3생활을 잊고싶지 않아서 이 글을 쓰고있다. 2006년 10월. 이 전까지의 나는. 정확히말해 고1 여름방학때부터 고2 10월까지는. 방황으로 인해 공부를 거의 안하던 시기였다. (아예 안했다고 봐도 무방할만큼..) 고1땐 한 여자아이와 사소한 오해가 있어서 방황했는데.. 그 방황이 고2까지 이어졌던것 같다. 정말 하고싶은말은 많은 시기인데... 그 시기에 나의 성적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는 상당히 조용한 스타일이 되면서 남에게 마음을 열기가 너무나 힘들어졌다.. 여튼 그 땐. 공부하기 싫어서. 디자이너되겠답시고 몇달간 그림만 그렸던 적도 있고. 방학땐 학교보충 빼먹은채 PC방에서 살았던 적도 있고. 참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공부엔 뒷전인채 이것저것 못할 짓도 많이 했다. 얼마전 다시 수능을 보고 고1때 담임선생님을 만나서 예전 이야기를 했는데.. 학기 초엔 성적도 좋고 공부 엄청 열심히 하길래 이 아이는 정말 성공할 아이인가 싶었었는데 날이 갈수록 애가 변해서 크게 실망했었다고 하셨을 정도다. 그렇게 고1, 고2 시절을 보내고.. 2학년이 끝나갈 무렵. 서서히 수능의 그림자가 다가오면서 나의 장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지구과학만 그렇게 좋아하던 나는 건국대학교 항공우주시스템공학부에 가고싶어서 공부를 시작했었다. 그 때부터 수능 볼때까진 정말 독서실에서 살았다고 봐도 될 정도다. 일단 완전 바닥이 된 수학점수부터 끌어올려야 했다. '지금 수I을 하면 나중엔 시간이 없어서 수II를 못할지도 모르고. 그렇게 된다면 나는 결국 수리 나형을 택하게 돼겠지? 그렇게된다면 목표한 대학에 갈 수 없다.' 하는 생각에 수I을 안하고 수II부터 공부했다. 수II를 공부해놓으면 나중에 시간이 모자라서 수I공부를 끝내지 못하더라도 수II 공부한게 아까워서 수리 가형을 할테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바보같은 결정이 현명한 선택이였던것 같다. 그래서 겨울방학동안 수II 앞부분에 있는 미분과적분을 끝내고. 봄방학동안엔 평면좌표, 공간좌표, 벡터 등을. Only 독학으로 다 끝냈다. 하지만 한번 본것 가지고는 불안했기 때문에.. 똑같은 문제집 (개념원리 수학II)를 또 사서. 저번에 풀었던 속도의 두배로 다시 다 풀었다. 이때쯤 3월 후반이였는데 정말이지 너무나 커다란 자신감을 갖게 된 때였다.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난 그 때부턴 연세대학교 천문학과를 지망하기 시작했다. 수II를 공부하고나서 지구과학II를 봤다. 지구과학은 나의 주력이였기 때문에 I, II 둘다 무조건 1등급을 맞겠다는 각오로 공부했다. 그러다 어느날부턴가 독서실에서 재수하는 형과 친해지고 그 형의 권유로 매일매일 새벽 두시까지 공부하고 집에 가게 되었다. (참고로 이 형 공부 무지 잘하신다. 모의고사 450점△) 독서실이 새벽 두시에 문을 닫고 집에와서 이것저것 하고 침대에 눕고나면 새벽 3시였다. 다음날에도 학교에 가서 0교시에 졸지 않으려고 악을 쓰고 공부하고.(거의 졸았지만..) 정말이지. 힘들어도 힘든줄 모른다던 때가 바로 그때가 아니였을까 싶다. 이 때 나의 점수는 비약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4월을 보내고 5월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1교시 작문시간에 졸게 되었다. 신나게 졸다가 깨보니.. 이런. 흰색이 모두 파란색으로 보인다.. ㅇㅅㅇ... 평소엔 이럴때 눈 한두번 깜빡이면 정상으로 돌아왔었는데 이번엔 정상으로 돌아오지도 않는것이였다... (거의 5분정도는 있다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정말 놀라서 그날 조퇴하고 병원에 갔다왔다. 동네병원에서는 큰병원 가보라고 해서 대전에 있는 대학병원까지 갔다. 그 병원에서 CT촬영과 MRI촬영, 뇌파검사까지 해가며 진찰해본 결과. 역시나 과로와 스트레스였다. 과로증상이 눈에 나타날정도면 마음고생 좀 했겠다고. 공부 그렇게 열심히한다면 몇일 쉬란소리는 못하겠지만 일주일정도는 잠을 하루 7시간 이상씩 자라고 하신다. 그래서 그때부턴 몸사리면서 공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6월. 수리가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았던 6월 모의고사에서 총점 301점을 맞았다. 3월엔 210점대였다가 겨우 세달만에 거의 100점 가까이 올린 것이였다. (담임선생님도 무지 놀라셨다.) 이 날 이기세로 치고나가면 수능볼때쯤 연세대 갈 성적이 나오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 그게 자만심이였던것 같다. 가장 중요한게 수학이였다. 그래서 언어, 외국어는 뒷전인 채 계속 수학만 공부했다. 하지만.. 수학점수가 절대로 만만하게 오르진 않았다... 문제 풀줄은 안다. 하지만 문제 푸는 방법에만 너무 열중해서인지 계속 사소한 계산실수를 하는게 나의 약점이였다. 사소한 계산실수로 인해 틀린것들 모두 맞았다고 치고. 찍어서맞은것들 모두 틀렸다고 치고 점수 계산을 해봤다. 이런.. 80점대가 나왔다 ㅇㅅㅇ.... (2등급.. 운좋으면 1등급.) 하지만 나의 점수는 언제나 50~60점대였다.. 거의 9월달까진 다른공부는 하나도 안하고 수학과 지구과학만 했었지만.. 공부한 기간이 짧아서인지 수학만큼은 기어이 수능볼때까진 점수로 나타나진 않았었다. (수학점수는 재수공부할떄 수능보기 직전 서서히 점수가 올랐다.) 그래서 9월달부턴 외국어와 물리공부도 병행해가며 했다. (더이상 미룰수 없어서.) 2학년땐 그 어렵던 물리가. 막상 공부 시작하고나서 보니깐 꽤 할만 하더라. 민석환 인터넷강의 들으면서 벼락치기로 물리공부를 끝내고. 영어점수도 물리 시작할때 쯤 시작해서 어떻게든 70점대까지 올렸다. (중학교때 뉴질랜드 어학연수 갔다온 이후로 자만심에 영어공부를 하나도 안했었기 때문에...) 지구과학도 철저했다. 나는 다른것 다 망해도 지구과학만큼은 둘 다 1등급 받아낼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영역 공부를 하니까 집중력이 생기면서 언어영역 점수가 적지않게 올랐다. 수능 전까지의 내 모의고사 점수는 보통 수리는 아직 50점대. 외국어는 간신히 70점대. 언어는 대략 60점대 후반. 물리I 40점대 초반. 지구과학I, II 40점대 후반 이정도였다. 그러한 일상을 지내다가 결국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수능날 아침. 신경이 과민해졌는지 언어영역 보기 2분 전에 코피가 났다. 좋은징조라고 나를 안심시키고. 잠시 후 언어영역 시험이 시작되었다. 손이 막 떨렸다. 스피커에선 듣기문제가 출제되고 있는데 나의 손은 막 떨고있는것이다.. 이때부터 갑자기 『수능을 망치면 나의 노력은 어떻게 되는건지..』 이런 생각이 나도모르게 마구마구 올라와서 듣기 두문제를 놓쳤다. 듣기 두문제를 날리고 정신을 차렸다. 결국 언어영역은 두지문(대략 7문제) 을 못풀고 끝나버렸다. 그리고 나의 1년을 바친 수학. 수학문제는 정말이지 너무나 쉽게 풀렸다. 보면 바로바로 풀리는 뻔한 문제들 뿐이였다. 어려운것같으면 그냥 넘겨서 쉬운문제만 다 풀고. 1년 공부한게 헛된게 아니였는지 정말 문제가 잘풀려서.. 언어는 못봤지만 이번 수능은 대박이라고 생각했었다. (여기서 계산실수가 심각하게 많았었다..) 정말 모르는문제가 두문제. 좀 생각해야 풀리는문제 세문제. 나머지는 보자마자 풀리는 뻔한 문제들. 적어도 80점 이상을 생각하고 아주 운좋으면 90점대도 가능하다는.. 부푼 마음에 집에가서 채점해보니.. 60점이 나왔다. (바로위 등급컷은 62점 ㅡㅡ;; 2점모자람.) 그리고 알고보니 원래 수학이 무지 쉽게 출제된거였다. 1등급 등급컷이 98점이였나? ㅇㅅㅇ.. 외국어. 외국어를 보는데 살짝 머리가 아파왔다. 결국 딱 공부한 만큼 나온 68점. (바로위 등급컷 69점. 1점모자람.) 그리고 물리. 9월달이후 물리공부를 벼락치기를 끝낸 이후로는 40점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 꽤나 자신있게 풀었다. 점수계산을 해보니 30점대 중반. 생물. 과탐 하나 안하는과목.. 이시간엔 화장실에 갔다왔다. 드디어 지구과학. 지구과학을 볼 때부터 두통이 갑자기 심해졌는데.. 두통을 참고 문제를 풀고나니 어느정도 잘 풀렸다. 40점대 후반을 생각하고 집에와서 채점해보니... 지구과학 I은 44점. (3점짜리 두개틀림) 지구과학 II 는 30점대 후반... (이것저것 틀린문제들.. 정답만 딱딱 보고 왜틀렸는지 바로바로 알아냈었다... 즉. 아는걸 실수로 틀렸다는것.) 정말 집에와서 너무나 크게 실망했다.. 믿었던 수학.. 지구과학이 점수가 너무 안나왔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수능을 본게 꿈이였다고 생각하고싶었다. 오늘도 다른날처럼 너무나 똑같이 해가 떴는데.. 오늘도 수능날을 위해 그 고생을 해온 나날들과 너무나 똑같은 날인데.. 내가 이따위 점수를 받으려고 그렇게 고생했나.. 그 고생이 다 헛고생이였나.. 하는.. 그런 무기력감에 빠져서 일어났다. 목표를 이루지 못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고. 한편으로는 1년동안 점수를 100점넘게 올렸다는 자아도취감.. 이 둘에 젖어 재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내가 보냈던 그 너무나 힘들었던 1년을 다시 똑같이 보내고싶진 않았다. 차라리 점수맞춰서 아무데나 가고말지. 다행히도 지구과학I은 턱걸이로 1등급했지만. 믿었던 지구과학II는 2등급이 나왔다. 외국어와 수리는 등급운이 너무 없었다. 참 많은 고민을 하다가 성적표가 나왔다. 가군과 다군은 대충 점수 맞춰서 원서를 냈는데.. 나군은 아무리 찾아도 쓸만한 곳이 없었다. 그러던와중 눈에 띈곳은 바로 명지대학교 물리학과였고. 비인기학과라서 이점수로도 가망이 있다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일단 찔러넣었다. 어차피 반신반의로 찔러넣은곳이라 합격할 것이라는건 전혀 생각치 못하고 면접준비도 안했었다. 그렇게 원서를 쓰고나서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갑자기 여행을 가고 싶어졌다. 뭐 중학교때 뉴질랜드도 혼자 다녀왔고. 영어 회화라면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나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더이상 아무것도 없다는걸 인정하기 싫어서. 그때부턴 무작정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시작했다. 택배알바, PC방 야간알바, 전단지돌리기알바, 시청알바 등등. 이런식으로 돈을 모아서 7박 8일간의 일본여행을 가게되었다. (비행기값 부모님 지원 60만원 받아서.) 그리고 이 글의 맨 위에 써있는 대로다. 맨 처음 목표한 점수는 안나와서 마음은 많이 상했었지만. 원서운은 있었던 모양이다 ㅇㅅㅇ.. 참.. 그렇게 공부 안하던 내가 그래도 이름있는 대학교 갔다니까 놀란사람들 참 많더라 ㅇㅅㅇ.. 그러니까. 지금 고3 올라가는아이들. 자신의 점수가 얼마나 막장이건 주위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말건. 너가 미래를 위해 무언가 생각할 정도 개념이 있다면. 적어도 그때의 나보다는 더 나은 상황일테니까. 누가 봐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최선을 다해봐. 사람이 정말 피곤해서 공부마저 못할 상황이 되면 구급차가 알아서 실어가줄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너의 몸에 일시적인 이상이 생겨서 말해줄 때가 올테니까. 무리해서 공부해서 큰일나는거 하나도 없으니까. 인생에서 고3은 딱 한번 뿐이니까. 나중에 누군가에게 자랑할 수 있을 정도의 스토리를 이번 한 해동안 만들어가봐. 그런 과정을 이겨낸다면. 하늘은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을 테니깐. 4
(조금 길어요) 고3때 수능점수 100점 넘게 올린 사람의 고3 후기.
08대입수능을 보고나서. 만족할 점수를 받지 못했다.
하도 마음이 상해서 일부러 그런 것들을 잊고 싶었달까나..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일본여행을 갔다왔다.
혼자 교토의 유적지를 돌아다니면서.
시즈오카의 다정한 한국인 교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말 정신없었던 도쿄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보면서..
일본에서 명지대학교 합격소식을 들었다.
'그래도 할 만큼 한거야.. 고3 맨 처음 올라왔을때엔 어디 명지대 갈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나 했나? 원하던 지구과학 관련 학과는 아니여도 그나마 비슷한 물리학과니까 된거야. 난 할만큼 했어... 만족하자.'
고등학교 3학년 맨 처음 올라갔을때 모의고사 총점이 500점 만점중 212점 이였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 212점중 95점은 지구과학I, II 고작 두과목이 받쳐준것이였고.
지구과학 I,II 를 제외한 언어 수리 외국어 물리I 생물I.
이 다섯과목점수를 다 합해봐야 117점이였었다.
(찍어도 이것보단 나았겟다 ㅡㅡ;;)
고2때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정말 쓸데없이 지구과학만 잘하는 애라고 대놓고 말했을 정도다.
210점대라는 점수를 보면 알겠지만 고3 맨 처음 올라갈땐 어디 지방 전문대라도 점수맞춰서 갈 판이였다.
이유는 언수외 점수가 너무 낮았기 때문에.
나는 지금 고3에 올라가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서.
나의 고3생활을 잊고싶지 않아서 이 글을 쓰고있다.
2006년 10월.
이 전까지의 나는.
정확히말해 고1 여름방학때부터 고2 10월까지는.
방황으로 인해 공부를 거의 안하던 시기였다.
(아예 안했다고 봐도 무방할만큼..)
고1땐 한 여자아이와 사소한 오해가 있어서 방황했는데..
그 방황이 고2까지 이어졌던것 같다.
정말 하고싶은말은 많은 시기인데...
그 시기에 나의 성적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는 상당히 조용한 스타일이 되면서 남에게 마음을 열기가 너무나 힘들어졌다..
여튼 그 땐.
공부하기 싫어서. 디자이너되겠답시고 몇달간 그림만 그렸던 적도 있고.
방학땐 학교보충 빼먹은채 PC방에서 살았던 적도 있고.
참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공부엔 뒷전인채 이것저것 못할 짓도 많이 했다.
얼마전 다시 수능을 보고 고1때 담임선생님을 만나서 예전 이야기를 했는데..
학기 초엔 성적도 좋고 공부 엄청 열심히 하길래 이 아이는 정말 성공할 아이인가 싶었었는데 날이 갈수록 애가 변해서 크게 실망했었다고 하셨을 정도다.
그렇게 고1, 고2 시절을 보내고..
2학년이 끝나갈 무렵.
서서히 수능의 그림자가 다가오면서 나의 장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지구과학만 그렇게 좋아하던 나는
건국대학교 항공우주시스템공학부에 가고싶어서 공부를 시작했었다.
그 때부터 수능 볼때까진 정말 독서실에서 살았다고 봐도 될 정도다.
일단 완전 바닥이 된 수학점수부터 끌어올려야 했다.
'지금 수I을 하면 나중엔 시간이 없어서 수II를 못할지도 모르고.
그렇게 된다면 나는 결국 수리 나형을 택하게 돼겠지?
그렇게된다면 목표한 대학에 갈 수 없다.'
하는 생각에 수I을 안하고 수II부터 공부했다.
수II를 공부해놓으면 나중에 시간이 모자라서 수I공부를 끝내지 못하더라도
수II 공부한게 아까워서 수리 가형을 할테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바보같은 결정이 현명한 선택이였던것 같다.
그래서 겨울방학동안 수II 앞부분에 있는 미분과적분을 끝내고.
봄방학동안엔 평면좌표, 공간좌표, 벡터 등을.
Only 독학으로 다 끝냈다.
하지만 한번 본것 가지고는 불안했기 때문에..
똑같은 문제집 (개념원리 수학II)를 또 사서.
저번에 풀었던 속도의 두배로 다시 다 풀었다.
이때쯤 3월 후반이였는데 정말이지 너무나 커다란 자신감을 갖게 된 때였다.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난 그 때부턴
연세대학교 천문학과를 지망하기 시작했다.
수II를 공부하고나서 지구과학II를 봤다.
지구과학은 나의 주력이였기 때문에 I, II 둘다 무조건 1등급을 맞겠다는 각오로 공부했다.
그러다 어느날부턴가 독서실에서 재수하는 형과 친해지고 그 형의 권유로 매일매일 새벽 두시까지 공부하고 집에 가게 되었다.
(참고로 이 형 공부 무지 잘하신다. 모의고사 450점△)
독서실이 새벽 두시에 문을 닫고 집에와서 이것저것 하고 침대에 눕고나면 새벽 3시였다.
다음날에도 학교에 가서 0교시에 졸지 않으려고 악을 쓰고 공부하고.(거의 졸았지만..)
정말이지.
힘들어도 힘든줄 모른다던 때가 바로 그때가 아니였을까 싶다.
이 때 나의 점수는 비약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4월을 보내고 5월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1교시 작문시간에 졸게 되었다.
신나게 졸다가 깨보니..
이런.
흰색이 모두 파란색으로 보인다.. ㅇㅅㅇ...
평소엔 이럴때 눈 한두번 깜빡이면 정상으로 돌아왔었는데 이번엔 정상으로 돌아오지도 않는것이였다...
(거의 5분정도는 있다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정말 놀라서 그날 조퇴하고 병원에 갔다왔다.
동네병원에서는 큰병원 가보라고 해서 대전에 있는 대학병원까지 갔다.
그 병원에서 CT촬영과 MRI촬영, 뇌파검사까지 해가며 진찰해본 결과.
역시나 과로와 스트레스였다.
과로증상이 눈에 나타날정도면 마음고생 좀 했겠다고.
공부 그렇게 열심히한다면 몇일 쉬란소리는 못하겠지만 일주일정도는 잠을 하루 7시간 이상씩 자라고 하신다.
그래서 그때부턴 몸사리면서 공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6월.
수리가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았던 6월 모의고사에서 총점 301점을 맞았다.
3월엔 210점대였다가 겨우 세달만에 거의 100점 가까이 올린 것이였다. (담임선생님도 무지 놀라셨다.)
이 날 이기세로 치고나가면 수능볼때쯤 연세대 갈 성적이 나오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
그게 자만심이였던것 같다.
가장 중요한게 수학이였다.
그래서 언어, 외국어는 뒷전인 채 계속 수학만 공부했다.
하지만..
수학점수가 절대로 만만하게 오르진 않았다...
문제 풀줄은 안다.
하지만 문제 푸는 방법에만 너무 열중해서인지 계속 사소한 계산실수를 하는게 나의 약점이였다.
사소한 계산실수로 인해 틀린것들 모두 맞았다고 치고.
찍어서맞은것들 모두 틀렸다고 치고 점수 계산을 해봤다.
이런.. 80점대가 나왔다 ㅇㅅㅇ.... (2등급.. 운좋으면 1등급.)
하지만 나의 점수는 언제나 50~60점대였다..
거의 9월달까진 다른공부는 하나도 안하고 수학과 지구과학만 했었지만..
공부한 기간이 짧아서인지 수학만큼은 기어이 수능볼때까진 점수로 나타나진 않았었다.
(수학점수는 재수공부할떄 수능보기 직전 서서히 점수가 올랐다.)
그래서 9월달부턴 외국어와 물리공부도 병행해가며 했다.
(더이상 미룰수 없어서.)
2학년땐 그 어렵던 물리가.
막상 공부 시작하고나서 보니깐 꽤 할만 하더라.
민석환 인터넷강의 들으면서 벼락치기로 물리공부를 끝내고.
영어점수도 물리 시작할때 쯤 시작해서 어떻게든 70점대까지 올렸다.
(중학교때 뉴질랜드 어학연수 갔다온 이후로 자만심에 영어공부를 하나도 안했었기 때문에...)
지구과학도 철저했다.
나는 다른것 다 망해도 지구과학만큼은 둘 다 1등급 받아낼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영역 공부를 하니까 집중력이 생기면서 언어영역 점수가 적지않게 올랐다.
수능 전까지의 내 모의고사 점수는 보통
수리는 아직 50점대.
외국어는 간신히 70점대.
언어는 대략 60점대 후반.
물리I 40점대 초반.
지구과학I, II 40점대 후반
이정도였다.
그러한 일상을 지내다가 결국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수능날 아침.
신경이 과민해졌는지 언어영역 보기 2분 전에 코피가 났다.
좋은징조라고 나를 안심시키고. 잠시 후 언어영역 시험이 시작되었다.
손이 막 떨렸다.
스피커에선 듣기문제가 출제되고 있는데 나의 손은 막 떨고있는것이다..
이때부터 갑자기
『수능을 망치면 나의 노력은 어떻게 되는건지..』
이런 생각이 나도모르게 마구마구 올라와서 듣기 두문제를 놓쳤다.
듣기 두문제를 날리고 정신을 차렸다.
결국 언어영역은 두지문(대략 7문제) 을 못풀고 끝나버렸다.
그리고 나의 1년을 바친 수학.
수학문제는 정말이지 너무나 쉽게 풀렸다.
보면 바로바로 풀리는 뻔한 문제들 뿐이였다.
어려운것같으면 그냥 넘겨서 쉬운문제만 다 풀고.
1년 공부한게 헛된게 아니였는지 정말 문제가 잘풀려서..
언어는 못봤지만 이번 수능은 대박이라고 생각했었다.
(여기서 계산실수가 심각하게 많았었다..)
정말 모르는문제가 두문제.
좀 생각해야 풀리는문제 세문제.
나머지는 보자마자 풀리는 뻔한 문제들.
적어도 80점 이상을 생각하고
아주 운좋으면 90점대도 가능하다는..
부푼 마음에 집에가서 채점해보니..
60점이 나왔다.
(바로위 등급컷은 62점 ㅡㅡ;; 2점모자람.)
그리고 알고보니 원래 수학이 무지 쉽게 출제된거였다.
1등급 등급컷이 98점이였나? ㅇㅅㅇ..
외국어.
외국어를 보는데 살짝 머리가 아파왔다.
결국 딱 공부한 만큼 나온 68점. (바로위 등급컷 69점. 1점모자람.)
그리고 물리.
9월달이후 물리공부를 벼락치기를 끝낸 이후로는 40점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 꽤나 자신있게 풀었다.
점수계산을 해보니 30점대 중반.
생물.
과탐 하나 안하는과목..
이시간엔 화장실에 갔다왔다.
드디어 지구과학.
지구과학을 볼 때부터 두통이 갑자기 심해졌는데..
두통을 참고 문제를 풀고나니 어느정도 잘 풀렸다.
40점대 후반을 생각하고 집에와서 채점해보니...
지구과학 I은 44점. (3점짜리 두개틀림)
지구과학 II 는 30점대 후반...
(이것저것 틀린문제들.. 정답만 딱딱 보고 왜틀렸는지 바로바로 알아냈었다... 즉. 아는걸 실수로 틀렸다는것.)
정말 집에와서 너무나 크게 실망했다..
믿었던 수학..
지구과학이 점수가 너무 안나왔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수능을 본게 꿈이였다고 생각하고싶었다.
오늘도 다른날처럼 너무나 똑같이 해가 떴는데..
오늘도 수능날을 위해 그 고생을 해온 나날들과 너무나 똑같은 날인데..
내가 이따위 점수를 받으려고 그렇게 고생했나..
그 고생이 다 헛고생이였나.. 하는..
그런 무기력감에 빠져서 일어났다.
목표를 이루지 못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고.
한편으로는 1년동안 점수를 100점넘게 올렸다는 자아도취감..
이 둘에 젖어 재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내가 보냈던 그 너무나 힘들었던 1년을 다시 똑같이 보내고싶진 않았다.
차라리 점수맞춰서 아무데나 가고말지.
다행히도 지구과학I은 턱걸이로 1등급했지만.
믿었던 지구과학II는 2등급이 나왔다.
외국어와 수리는 등급운이 너무 없었다.
참 많은 고민을 하다가 성적표가 나왔다.
가군과 다군은 대충 점수 맞춰서 원서를 냈는데..
나군은 아무리 찾아도 쓸만한 곳이 없었다.
그러던와중 눈에 띈곳은 바로 명지대학교 물리학과였고.
비인기학과라서 이점수로도 가망이 있다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일단 찔러넣었다.
어차피 반신반의로 찔러넣은곳이라 합격할 것이라는건 전혀 생각치 못하고 면접준비도 안했었다.
그렇게 원서를 쓰고나서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갑자기 여행을 가고 싶어졌다.
뭐 중학교때 뉴질랜드도 혼자 다녀왔고.
영어 회화라면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나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더이상 아무것도 없다는걸 인정하기 싫어서.
그때부턴 무작정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시작했다.
택배알바, PC방 야간알바, 전단지돌리기알바, 시청알바 등등.
이런식으로 돈을 모아서 7박 8일간의 일본여행을 가게되었다.
(비행기값 부모님 지원 60만원 받아서.)
그리고 이 글의 맨 위에 써있는 대로다.
맨 처음 목표한 점수는 안나와서 마음은 많이 상했었지만.
원서운은 있었던 모양이다 ㅇㅅㅇ..
참..
그렇게 공부 안하던 내가 그래도 이름있는 대학교 갔다니까 놀란사람들 참 많더라 ㅇㅅㅇ..
그러니까.
지금 고3 올라가는아이들.
자신의 점수가 얼마나 막장이건
주위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말건.
너가 미래를 위해 무언가 생각할 정도 개념이 있다면.
적어도 그때의 나보다는 더 나은 상황일테니까.
누가 봐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최선을 다해봐.
사람이 정말 피곤해서 공부마저 못할 상황이 되면 구급차가 알아서 실어가줄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너의 몸에 일시적인 이상이 생겨서 말해줄 때가 올테니까.
무리해서 공부해서 큰일나는거 하나도 없으니까.
인생에서 고3은 딱 한번 뿐이니까.
나중에 누군가에게 자랑할 수 있을 정도의 스토리를 이번 한 해동안 만들어가봐.
그런 과정을 이겨낸다면.
하늘은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을 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