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안 참사’를 공안통치 강화로 풀겠다니

배규상200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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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안 참사’를 공안통치 강화로 풀겠다니

 

 

용산 참사’를 진두지휘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어제 물러났다. 참사 발생 22일 만이다. 김 내정자는 기자회견에서 희생된 6인에 대한 명복을 빈다고 서두를 꺼냈으나 ‘경찰 무혐의’라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빌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도덕적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를 거스르는 퇴진의 변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담은 그의 사퇴가 공안통치 강화를 예고하는 전조로 보여 걱정스럽다.

그런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검찰 수사 결과를 옹호한 뒤 “앞으로 사실 왜곡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제 MB식 법치인 원칙을 재천명한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과 맥을 같이한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이제 반정부 세력들이 사과할 차례’라고 역공하고, 경찰이 10년간 자취를 감췄던 최루탄 사용을 검토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여권이 정권의 참사 책임론에 대해 총체적이고 조직적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검찰이 형사부가 맡아온 참사 수사를 공안부로 넘긴 조치는 심상치 않아 보인다. 참사의 배후로 지목한 바 있는 전철련의 조직적 개입 의혹과 자금 흐름을 파헤쳐 ‘정권 책임론=반정부 투쟁’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로 읽히기 때문이다. 철거민의 생존권 요구를 불순세력의 책동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시간 문제에 불과한 듯하다. 김경한 법무장관은 수사 발표에 맞춰 내놓은 성명에서 “선진일류국가 건설을 위해 법질서 확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누구를 위한 선진일류국가의 꿈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누차 강조했듯이 이번 참사의 근인은 밀어붙이기식 공안통치와 서민의 설자리가 없는 MB식 재개발 정책의 폐단이다. 절박한 생존권 요구를 공권력이 짓밟음으로써 빚어진 ‘공안 참사’인 것이다. 제2, 제3의 참사를 막기 위해 재개발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는 물론 공안통치에 대한 자성도 요구해온 이유다. 하지만 정권은 또 역주행을 하고 있다. 공안 참사를 공안 통치의 강화로 풀겠다니 참사의 근원적 수습은 요원해 보인다.

 

 

2009년 2월 11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