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을 정권 보위기구로 만들려 하나

배규상200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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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을 정권 보위기구로 만들려 하나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그제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국정원의 ‘정치정보 수집’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민주화 이후 계속되어 온 국정원의 탈(脫) 정치 노력을 무효화하고 공개적인 정치 개입을 사실상 선언한 것이라 반발을 사고 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정권 수호를 위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국정원의 어두운 망령(亡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원 후보자가 밝힌 정치정보 수집 주장의 근거는 ‘체제 전복 세력의 침투 예방’이다.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나 국가안전기획부가 내세웠던 논리 그대로다. 과거 중앙정보부나 안전기획부는 정보 수집의 경계선이 모호하다는 점을 이용해 정치사찰을 넘어 정치개입을 자행했다. 정보기관이 여당뿐 아니라 야당 의원 후보마저 지명했다는 사실이 공공연한 비밀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지 않은가. 원 후보자가 아무리 ‘정치개입 근절’을 다짐해도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김성호 국정원장의 경질설이 나돈 것은 지난해 촛불시위 직후부터였다. 한나라당의 친(親) 이명박계 의원들이 국정원의 판단 잘못으로 촛불시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쏟아내면서 김 원장 경질설은 끊이지 않았다. 더욱이 김 원장의 후임으로 거론된 인물이 원 후보자를 비롯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류우익 전 대통령 실장 등 한결같이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었다. 이른바 정권 주도세력이 그리는 국정원상을 짐작할 만하다. 국정원을 정권의 보위기구화 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면 나올 수 없는 얘기들이다.

국정원은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음성적으로 정치권을 대상으로 정보를 수집해 온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마찰음이 이따금씩 터져 나온다. 어떤 이유로든 정치정보 수집 행위를 양성화한다면 그 폐해는 지금과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커질 것은 불문가지다. 국가적으로 큰 불행이다. 21세기형 국정원을 위해서는 통치권자가 정치적 이용의 유혹을 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원 후보자의 정치정보 수집 발언은 그 유혹을 떨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명박 국정원’이 두렵다.

 

 

2009년 2월 12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