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법제의 현안과 과제-1

최영호200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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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오타와 국영방송)


              방송통신법제의 현안과 과제


                                                       변호사 최  영  호


1. 방송통신융합과 법


 신문과 함께 방송, 통신은 국민에게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정보제공자로서 여론형성의 기능은 물론 국가권력기관의 통치행위를 감시하는 비판, 감시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현대사회의 중요한 매체다.


 원래 방송은 라디오와 지상파 TV를 중심으로, 통신은 유선전화를 중심으로 별개의 독자적 영역에서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여 왔으나 산업사회의 변천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방송은 지상파방송 외에 유선방송, 일반위성방송, 위성멀티미디어방송, 방송채널사용사업 등으로, 통신은 유선전화 외에 무선전화, 인터넷 전화를 비롯하여 인터넷을 이용한 포털사업, 전자우편, 전자 게시판, 블로그, 인터넷 카페 등 다양한 수단들이 등장, 발전하면서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방송과 통신은 방송통신융합이라는 새로운 환경 아래 통신과 방송의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방송통신융합은 방송이 방송망뿐만 아니라 통신망으로도 전송되고, 통신도 통신망뿐만 아니라 방송망도 이용하는 “망의 융합(Convergence of Network), 방송도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인에 대한 수신을 목적으로 하거나 양방향성 서비스를 송출하며, 정보통신의 행태도 종전의 쌍방향 서비스는 물론, 다수 수신자에게 제공되는 일방향성 서비스가 증가하고, 통신망의 대역폭 증가 등으로 영상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방송과 통신 서비스의 구분이 불분명해지는 서비스의 융합(Convergence of Service Provision), 방송사업자가 통신사업을 하거나 통신사업자가 방송사업에 진출하는 기업의 융합(Convergence of Corporate Organizations) 등의 현상을 포함한다.


 이러한 방송통신 융합현상의 고조에 따라 다양한 각종의 방송, 통신매체를 규율하는 법률이 달라 일괄적인 제어가 곤란할 뿐만 아니라 사업자간의 경쟁은 물론, 매체 간에도 과다한 경쟁이 계속되면서 국민들로서는 그들간의 상호관계에 따라 취득하는 정보의 범위와 내용과 질에 대하여 제한을 받지 않을 수 없으므로 방송과 통신을 일괄적으로 규제함으로써 종래 이를 별개의 영역에서 별도의 규제를 하면서 일어나는 부작용을 해소하는 한편, 보다 효율적인 행정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방송통신의 융합현상이 아무리 심화된다 한들 방송과 통신이 완전히 융합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그 특유의 영역에 대한 변화와 발전정도에 따라 상응하는 대처가 필요함은 물론, 구조적인 모순이나 제도의 정체적 불투명과 함께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보편화로 인하여 방송과 통신의 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회적 병폐는 이미 우리 사회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어 법률은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대하여 적극적인 면은 더욱 조장하고, 소극적인 면은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학계에서는 방송법을 개정하여 방송의 구조적 병폐를 개선하고, 공영방송의 위상정립을 꾀하는 한편, 인터넷 실명제를 확대하고,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여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며, 인터넷 포털업체를 언론으로 간주하여 독자의 피해구제절차를 간소화하려고 하였으나 인권침해와 정치적 이유로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하여 방송통신법제의 개선이 좌절되어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재 상태에서 위와 같은 사회적 병폐를 규제하는 수단으로서 사전적 규제방법인 정보제공사업자(이하 ISP라 함)의 자율적 규제와 사후적 규제수단이지만, 법원의 재판절차 외에는 유일한 규제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효율적인 운영의 중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우리나라 방송, 통신산업의 현실을 조명하고, 위와 같이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온 방송, 통신관련 법률의 개정에 대하여 살펴본 다음, 사업자의 자율적 규제와 방송통신심의기구의 효율적 운영방안 등 방송, 통신의 발전을 위한 개선방안을 함께 의논해보고자 한다.


2. 방송통신의 구조적 현실


가. 방송


(1) 정체성의 불투명


 공익성을 추구하는 공영방송과 사업자들 간에 방송시장에서 경쟁을 하는 상업방송은 어느 정도 구분되어야 함에도 우리나라의 방송은 지상파방송은 물론, 상업적 방송까지도 안정적 방송사업을 통한 공익을 구현하여야 한다는 명분 아래 지상파방송들 마저 상업적 방송행위를 정당화하여 왔고, 이에 따라 상업적 성격의 민영화 방송들도 강한 공익성을 표방하도록 강요받으면서 오랫동안 왜곡된 방송구도를 유지하여 왔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도래로 방송매체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엄청난 분화현상이 일어나면서 방송사 간의 경쟁과 상업화는 필연적임에도 위와 같은 정체적 불투명성은 왜곡된 방송구도를 더욱 견고하게 지탱하여 오면서 별개의 영역을 통하여 구현되어야 하는 방송산업의 활성화와 방송의 공익성을 동시에 해하여 왔다.


(2) 시청자주권의 허구성


 1980년대 권력으로부터 방송을 끌어내린 지상파방송 종사자들의 의욕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지만, 이후 방송매체의 다양화와 시청자들의 수준은 높아졌는데도 방송종사자들은 스스로 권력의 주체가 되어 시청자주권의 수탁자로 행세하면서 정부나 시민 등 외부의 통제를 시청자주권의 침해로 치부하면서도 방송경영이나 재무구조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독과점을 통한 경제적 잉여를 내부적으로 독점하여 시청자주권을 왜곡하여 왔다.


 그러한 독점의 여파로 우리나라 방송은 지나친 사업자간 경쟁으로 인해 방송 콘텐츠의 선정성, 폭력성, 저급화, 편파성 등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국내 자체 콘텐츠 제작능력의 부족으로 외국 프로그램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3) 방송시장의 한계도달


 신규방송의 설립에 있어 공익성을 앞세운 강한 진입장벽에 따라 방송은 자본의 유연성이 허약한 것은 물론, 모든 방송사업자들이 지상파방송 콘텐츠에 의존함으로써 콘텐츠의 유연성도 취약한 까닭에 지상파방송과 경쟁하는 뉴미디어방송은 독자적 생존이 불가능하고, 공영방송의 수신료는 상업적 광고재원에 의존하고 있는 터라 국민들에게 인상의 정당성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고, 유료방송시장은 경쟁력이 있는 콘텐츠의 생산과 공급이 어려워 정상화될 수 없는 형편이므로 모든 방송매체들이 광고재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됨으로써 방송광고시장의 저가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지상파방송의 콘텐츠에 수직적으로 편승하는 매체로 재구조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와 같은 경직된 재원구조는 방송사업의 속성상 필연적인 노동유연성도 없고, 기존방송과 경쟁할 수 있는 대안적 매체가 불가능한 방송구조상 방송종사자의 이동도 거의 없는 현실여건상 방송정책의 탄력성을 약화시키고, 방송규제정책이나 규제기구가 사업자들의 비탄력적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정책적 혼선을 유발하여 방송시장의 경직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4) 비효율적 규제


 방송에 대한 규제는 자본의 공익성과 사업자의 공익적 의지를 설립허가 등 방송진입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하면서 지상파방송사를 축으로 재전송하는 형태의 수직적인 구조를 고착한 지역방송, 다채널방송구조는 사실상 퇴출을 불가능하게 함과 동시에 방송시장 진입후의 반공익적 방송행위에 대한 규제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방송행위에 대한 사실상 유일한 규제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는 업무의 폭주와 위반행위의 다양성, 언론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탄압주장 등 현실적, 정치적인 이유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어서 방송사업자들은 일단 공익성을 명분으로 시장에 진입하기만 하면 그 후에는 공익성을 앞세워 상업적 방송행위를 영위하고 있는 이상한 형태의 방송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나. 통신


 방송과 달리 고유영역에서 공적 서비스와 사적 서비스를 담당하여 오던 통신은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그 기능과 역할이 크게 확대되고 서비스의 제공자도 전통적인 통신사업자 외에 포탈 서비스업체를 필두로 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 기업, 단체, 개인 등 인터넷을 이용한 모든 행위자들이 통신행위를 주관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로 성장하였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과 관련하여 통신은 다른 매체보다 이해관계가 일치하거나 상반되는 상대방을 특정하여 의사표현을 할 수 있고, 쌍방향 의사소통이 손싑다는 이점에 따라 기존 신문, 방송의 여론형성기능에 버금가는 유력한 미디어로 등장하여 하드카피화한 신문매체를 대신하고, 특정한 시간의 시청을 요하는 방송 미디어의 영향력을 흡수하면서 정보사회의 강력한 매체로 자리잡았다.


 현 정부는 지난 정부의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통합하여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 융합 등 컨버전스 환경에 맞는 규제를 정비하여 공정경쟁의 틀을 마련하고, 통신산업에 대하여 서비스별 제한경쟁에서 통합시장의 전면 경쟁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며, 방송통신 융합서비스 이용자의 권익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를 개선하여 추진하는 등 이용자의 편익제고와 통신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도록 하여 왔다.


 나아가 W-CDMA 서비스 권역을 확대하고,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을 도입하며, 소매요금, 결합판매, 보조금 지급 등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를 점차적으로 완화하고, 규제 틀의 개편에 따른 지배력 남용 가능성에 대처하기 위한 도매제공의무사업자를 지정하는 도매규제제도를 도입하는 등 신규 통신서비스의 활성화 및 선발사업자에 대한 규제체계 개편을 통하여 성장이 둔화된 통신시장에 성장활력을 제공하고,


 신규 사업용 주파수와 국민생활 밀접형 소출력 주파수를 확보하고, 주파수의 확보를 통한 다양한 서비스의 제공기반을 확충하면서 시장기반의 주파수 분배방법인 주파수 경매제를 도입하고, 무선국 허가, 검사 및 기기인증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주파수의 회수와 재배치를 통하여 주파수 이용효율을 제고하고, 주파수 배분, 이용규제를 시장과 수요자 중심으로 개선하는 등 통신산업의 발전에 대대적인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인터넷 사용이 일반화, 일상화되었음에도 통신산업은 산업적 측면에만 치중하다보니 이용자 편익과 통신문화 창달에 미흡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로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을 전제로 개인들에 대한 표현의 자유의 폭은 크게 확대되었으나, 자유의 한계를 넘은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의 침해, 명예훼손, 모욕, 사이버 스토킹과 사이버 불링, 저질 인터넷 댓글 문화의 범람 등 부작용이 사회전반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공공의 안녕이나 질서유지 및 공공의 복리를 위하여 통신에 대한 국가의 관여와 적정한 통제는 불가피하게 되었다.


 튼튼한 통신산업의 육성과 함께 건전한 통신문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법률이 통신현상에 직접 간섭하는 것은 불가피한 경우에 최소한에 그쳐야 할 것이지만, 정보사회의 확산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은 반복성과 계속성, 자동성과 광범성, 익명문화의 당연시 등 인터넷문화의 특이성으로 말미암아 사전적이건 사후적이건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인 조처가 반드시 필요하다.


 통신의 공익적 기능을 보장하고, 건전한 통신문화를 보장하기 위하여 주로 논의되는 것은 인터넷 포털의 언론기능에 대한 통제와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한 규제방법이다.


 인터넷 포털은 하드카피된 신문이나 일정한 시간에 청취하여야 하는 방송과 달리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매체를 자유로이 선택하여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편의성과 함께 포털 사업자가 신문, 방송의 주요기사를 선별하여 포장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이어서 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신문, 방송의 기능만큼이나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법적으로 언론에 포함할 것인가는 중요한 논쟁대상이다.


 이와 함께 통신문화의 규제를 위한 방법 중 사전규제에 해당하는 인터넷실명제와 본인확인제, 사후적 규제에 해당하는 사이버모욕죄의 신설, 모욕죄의 반의사불벌화, 자율적 규제를 강제하는 모니터링의 법적 의무화, 심의제도의 효율화에 대하여도 살펴보기로 한다.


3. 방송통신법제의 현실


가. 입법의 현실


 오늘날 방송과 통신은 여러 종류의 사업자가 다양한 수단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네트워크는 물론, 사업자와 콘텐츠까지 융합되면서 소위 방송, 통신의 융합현상에 대한 규제와 감독의 적정을 위한 논의가 계속되어 왔다.


 방송통신융합의 시대에서는 방송과 통신은 공공 서비스의 기능과 함께 사적 서비스 기능을 수행하면서 국가적, 사회적으로 아날로그 시대보다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이러한 환경에서도 공공 서비스 부분이 강한 지위를 계속 유지하여야만 사적 서비스 부분의 창의력이 제고되면서 민주적 기능이 회복될 수 있으며, 사적 서비스 부분도 작은 시장에 다수의 경쟁자로 인한 전반적 품질 하향화 보다는 소수의 강력한 사업자들로 하여금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으므로 양쪽 기능의 조화가 더욱 요청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우리 법제는 방송에 관하여는 방송법, 방송통신위원회의설치와운영에관한법률(소위 방통위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지상파텔레비전방송의디지털전환과디지털방송의활성화에관한특별법(소위 디지털방송법) 등을, 통신에 관하여는 전기통신기본법,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소위 정통망법),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정보화촉진기본법,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 등을 시행하고 있고, 방송통신 융합매체에 대한 최초의 법으로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소위 IPTV법)을 별도로 두고 있다.


나. 현행 법제의 취약성


현행 방송,통신 관련법 체계는 방송통신융합현상을 반영하지 못한채 여러 가지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1) 공백과 혼선


새로운 기술의 지속적인 개발로 새로운 융합형 매체들의 등장하여도 법적 근거의 부족으로 규제공백 및 혼선이 발생하고, 새로운 매체 등장시마다 새로운 방송개념 혹은 특별법을 제정해야 하고,


(2) 갈등과 저항


방송매체라 하더라도 기술적 측면은 통신법, 경제사회적 측면은 방송법에 의해 규율되어 부처간 갈등의 원인으로 방송규제를 놓고 이중규제 및 동일한 대상에 대한 비대칭규제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고, 실제로 방송통신융합 환경에 맞추어 최근 방송법상의 소유, 지분제한, 진입규제 등이 통신사업자와의 균형문제로 개정 추진되고 있지만, 이로 인해 많은 갈등과 저항이 유발되어 왔으며


(3) 비효율성


방송과 통신서비스가 융합되면서 장차 그 중간영역에 걸친 다양한 매체들이 등장할 전망이지만 현재와 같이 방송과 통신 관련법들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다면 방송과 통신 경계영역에 있는 서비스들 대한 효율적인 규제 및 도입정책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4) 개선 필요성


 위와 같이 방송통신의 융합시대에 발맞추어 방송과 통신을 체계적이고 일관성있게 규율하기 위하여 방송과 통신에 관한 법률들을 하나의 규율체제 즉 통합법으로 규율하는 소위 “수평적 규제방식”에 관한 논의가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왔지만, 오랫동안 별개의 영경으로서 서로 다른 이념과 목표아래 이질적인 법체계로 규율되어온 두 영역을 통합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실제로 EU강령에 따라 법 통합을 추진한 나라들도 다양한 매체들이 가진 개별적 속성, 특히 방송의 공공성 혹은 공익성이라는 목적을 어떤 범주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따라 규제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보더라도 방송통신을 통합적으로 규율하는 법체계 도입은 신중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에 대한 고려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방송의 경우, 지나친 규제로 인하여 경쟁이 억제된 독과점 공생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방송시장은 신규사업자의 진입을 최대한 억제하고, 새로운 경쟁 미디어의 출현에 대하여 적대적인 방송환경을 가지고 있어 경쟁자체가 불가능하게 하여온 기존의 시장개입정책에 대한 반성과 작은 정부의 지향, 기술환경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처, 글로벌 경쟁체제로의 전환 등을 위하여 규제완화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는 영국과는 달리 지나친 공영방송의 상업화 때문에 공영방송 중심체제를 상정하기 힘든 입장이어서 재원과 프로그램에서 공영방송을 상업방송과 차별화하는 보편적 서비스, 공적 규제를 강화하는 상업방송 위주의 다수주의 서비스와 지역 및 시민사회의 이익을 대변하는 소수 및 지역서비스가 병존하는 방송체제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우리 방송법의 대기업 진입제한규정, 보도,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특별규정 등은 우리 방송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된 원인이 아닐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만이 1980년 언론통폐합이나 1989년의 방송법, 2000년 통합방송법 등을 거치면서 공익적 독점구조로 고착되면서 일정부분 공익성을 구현하여 오면서도 반면에 국가와 시청자라는 외적 견제로부터 벗어나 거대한 권력기구화된 현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4. 방송통신융합법의 마련


가. 필요성


 최근 방송법의 개정을 두고 정치권이 극한의 대립을 보이고, 일부 학자들은 방송법의 개정으로 대기업의 SBS 지분소유, 나아가 향후 제도개편에 따라서는 MBC의 지분도 소유할 수 있게 되면서 대기업이 신문과 방송, 케이블티브이까지 겸영하게 되어 전체 미디어시장이 소수의 대기업에게 장악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 다양한 매체들의 등장으로 매체들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위성방송이나 DMB방송에 대한 지상파 채널의 제공거부와 천문학적인 제공대가의 요구 등 인기채널에 대한 배타적 거래행위가 쟁점화되고, IPTV 등의 등장으로 수용자의 선택성에 따라 콘텐츠의 수급이 달라지고, 미디어 소비자의 시청패턴이 크게 변화하면서 미디어 공급자의 콘텐츠 공급패턴과 수익모델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므로 현행 방송, 통신규제의 기본전제인 형식규제와 내용규제를 지속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광고와 프로그램의 구분을 전제로 규정된 현행 방송광고 규제 또한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방송, 통신을 통한 사회적 공동체의 형성과 이용자인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이용자의 편익을 극대화하는 등 건전한 방송통신문화 창달과 방송통신산업 발전을 위한 법률의 적절한 규율에 대한 필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고 있지만, 기존 법제는 방송과 통신을 엄격히 구분하여 새로운 융합환경에 대응하는 데 적합하지 않아 방송과 통신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새로운 개념 규정이 필요하고,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방송법, 전기통신기본법, 정보화촉진기본법 등에 분산되어 있는 방송통신의 기본사항을 통합, 재구성하여 방송통신의 발전과 방송통신기술의 진흥 및 인력양성을 꾀하고, 방송발전기금, 방송통신 기술기준, 방송통신 재난관리 등에 관하여 효율적으로 규율하여야 할 필요가 크다.


 예를 들면, 우리 법은 신문과 방송을 달리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설립목적, 방송내용, 기술사항 등 매체의 성격에 따라 차별화된 진입규제를 시행하고 있고, 매체별 소유에 대한 제한규정을 두어 매체마다 대기업이나 외국자본, 일간 신문이나 뉴스, 통신의 소유를 제한하고, 1인의 경우에도 지분의 한도를 설정하고, 겸영을 금지하는 등(방송법 제8조제2항, 신문법 제13조, 제15조 등) 매체를 소유하려는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영업의 자유를 매체에 따라 다른 정도로 제한하며, 방송사업자가 운영하는 채널의 구성과 내용에도 깊이 관여하여 채널의 조합이나 최소 운용채널, 심지어는 직접사용채널의 수까지 매체별로 차이를 두고 있다(방송법 제70조, 동법시행령 제53조).


나. 불가피성


 방송통신 융합현상은 방송서비스와 통신서비스 각 분야의 새로운 융합서비스와 부가서비스 등 새로운 수익모델의 창출과 함께 미디어산업 전반에 대한 산업적 가치의 강화로 미디어산업의 몸집불리기 경쟁이 확산되고, 신문과 방송의 겸영,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의 M&A, 한미 FTA의 방송시장 개방에 따라 예상되는 콘텐츠 및 인력시장의 변화 등 지금까지 방송시장을 지배해 왔던 질서나 체계를 크게 변화시키는 미디어산업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의 변환을 가져옴과 동시에 이를 적절히 지원하고 통제하는 종합적인 법률의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요컨대, 지상파방송이나 보도, 종합편성채널을 포함한 모든 매체에 대한 소유, 진입규제를 폐지, 완화하고, 지상파방송이나 보도,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1인 지분제한의 완화, 외국기업의 대기업, 신문사 진입에 대한 부분적 허용 등은 미디어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활성화, 시청자의 후생증진, 글로벌 미디어 경쟁력의 강화를 위하여 방송과 통신의 영역구분이 없이 전송망(네트워크)과 콘텐츠 등의 계층으로 구분하여 동일한 계층에는 동일한 규제를 하는 소위 수평적 규제체계의 정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다만, 이러한 조치를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하여 신문과 방송을 동시에 아우르는 시장의 획정, 시장경쟁정책에서 방송시장의 특수성 인정, 전면적 소유규제완화에 따른 방송법상의 편성, 광고규제, 인,허가 관련 규제조항 등에 대한 적정한 보완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신문과 방송의 겸영은 입법의도와 달리 현실적으로는 시장에서의 지배력이나 규모를 감안하면 신문사가 방송을 겸영하는 것보다 오히려 방송사가 신문사를 겸영하는 형태가 발호하여 방송의 여론독점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 방송광고의 효율적 규제


 현재 우리나라의 방송광고판매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독점대행하고 있는바, 이러한 판매방식은 방송산업 및 광고시장의 활성화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방송광고요금의 규제로 합리적인 경쟁기능이 상실되었으며, 끼워팔기 등 부작용이 계속되고 있다.


 2008년 헌법재판소가 방송광고판매에 관한 현행 방송법이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에 위배한다고 판시함에 따라 민영 미디어랩의 도입이 확실시되고,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독점영업이 해소됨으로써 시장경제원리가 회복되어 요금체계의 탄력성이 강화되고, 시청률에 의한 시장가격이 반영되면 광고제작 등 관련산업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중소 광고주의 방송 프라임타임에 대한 접근권이 축소되는 등 방송광고 구매에 관한 기회박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광고요금 인상으로 광고주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광고주가 제조하는 상품가격의 인상을 유발하는 한편, 종교방송사 및 지역방송사 등 군소방송사는 기존의 연계판매의 중단으로 존립기반이 위협받게 되고, 경재체제의 도입이 매체의 균형발전을 저해하여 결국 취약매체의 붕괴로 미디어의 다양성과 방송의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제한적이건 완전경쟁이건 방송광고를 위한 미디어랩의 경쟁은 불가피한 현실로서 방송의 공공성을 도모하면서도 시청률 중심의 상업주의 조장을 방지하는 범위 내에서 방송사 내부의 자회사이건 외부의 미디어 랩이건 우리 방송시장 상황에 맞는 모델을 설정하여 신속히 제도화하여 경쟁체제를 제도화하여야 할 것이다.


5. 인터넷 실명제


가. 의의


 인터넷 실명제란 ISP나 서비스제공자가 제공하는 인터넷공간에서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하여 이용자의 실제 신원을 밝히도록 강제하는 본인확인 제도로서 가입실명제와 노출실명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가입실명제는 일단 실명으로 가입하면 그후의 이용에는 실명을 노출시킬 필요가 없고, 어떠한 필명을 사용하는가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사소통과정에서의 현명성보다 게시자 신원의 추적가능성을 용이하게 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고, 노출실명제는 이용자가 게시물을 작성할 때마다 실명이 등재되므로 가입실명제보자 신원추적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나. 각국의 실태


 작은 국토에 도시집약적 공간, 고층빌딩, 아파트 위주의 거주문화, 초고속통신망의 발달로 유별나게 인터넷 보급률이 높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외국에서는 아직까지 공공기관을 제외하면, 심지어 유명한 대기업의 경우에도 게시판 기능이 없는 경우도 많고, 있더라도 포스트의 일부분에 한하여 글쓰기가 허용되는 등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용자의 글쓰기와 댓글문화가 일반화되어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국가 이미지의 적극적인 노출을 꺼려하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인터넷실명제를 입법화한 나라가 없고, 심지어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의 경우 실명제를 강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대부분의 경우에 회원에 한하여 로그인을 한 후에 포스트의 작성이나 댓글의 게재를 허용하고 있지만, 실명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와 달리 필명과 이메일주소 만을 기재하면 회원가입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익명제가 실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5. 8. 개정된 공직선거법에서 선거운동의 공정을 담보하기 위하여 본인확인제가 처음 실시되었고, 인터넷 익명성을 악용한 사이버 폭력 등 역기능을 방지하고자 2007. 1. 정통망법을 개정하여 본격적으로 실시되었다.


 동 법률은 “본인확인제 대상이 되는 자가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려면 그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의 마련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여(동법 제44조의5, 동법 시행령 제29조) 공공기관 전부와 일일 평균 이용자 30만 명 이상인 서비스업체(포털 16개, UCC 사업자 6개), 일일 평균 이용자 20만 명 이상인 언론사(15개)를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용자의 글쓰기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공공기관은 물론, 신문사, 방송사, 인터넷신문사, ISP는 물론, 대부분의 기업들이 모두 회원 가입시에 성명과 주민번호의 제공을 요구하여 가입실명제를 실시하고 있고, 일부 신문사와 포탈은 메인 포스트의 작성은 물론, 댓글 작성시에도 실명이 노출되는 노출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순수하게 익명으로 메인포스트를 쓸 수 있는 인터넷공간은 개인의 홈페이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고, 심지어 인터넷실명제를 반대하는 입장에 있는 기관이나 개인도 자신의 홈페이지에는 회원 가입시 실명을 제공하여야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경우도 있으며, 댓글에 한하여 엠파스, 오마이뉴스, 티스토리, 한겨레신문의 각 블로그(뉴스에 대한 댓글은 로그인 요구)만이 익명표현이 허용되고 있다.


다. 익명표현의 자유


 익명표현의 자유란 의사표시를 하는 사람이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익명 또는 가명으로 특정한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자유를 가리킨다.


 인터넷 공간상 익명표현의 자유는 분권적이고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에서 인종, 사회적 신분, 계층, 성, 출신지역, 연령, 학력 등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누구나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게까지 언론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구현되기 위하여 반드시 보장되어야할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60년에 연방대법원이 처음으로 탤리 사건(Talley v. Californiahttp://epic.org/free_speech/talley_v_california.html)에서 전단배포자의 신원확인을 강제하는 것이 익명표현의 권리(right to anonymous speech)를 침해한다고 한 이래 1995년의 맥킨타이어(McIntyre v. Ohio Elections Comm'n) 사건(http://www.law.cornell.edu/supct/html/93-986.ZO.html)에서 선거유인물 발행자나 선거본부의 명칭, 주소가 명시되지 않은 유인물의 배포를 금지한 Ohio주 법률의 위헌을 선언하였고,


 1999년에 버클리(Buckley v. American Constitutional Law Foundation, Inc.) 사건(http://www.law.cornell.edu/supct/html/97-930.ZS.html), 2002년의 워치 타워(Watchtower Bible and Tract Society of New York Inc. v. Village of Stratton) 사건(http://supct.law.cornell.edu/supct/html/00-1737.ZS.html)에서도 익명의 권리를 시민의 확고한 기본권으로 인정하여 왔으며, 하급심에서도 인터넷상 익명의 자유가 널리 인정되고 있다.


 영국은 정보보호법(DPA, Data Protection Act, 1998)과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 2000)에서 개인정보를 공정하고 명확하고 지나치지 않게 수집하도록 하는 원칙을 통하여 익명성을 보장하고, 프랑스도 인터넷에서의 익명성을 개인의 자기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정하며, 독일도 익명성은 오로지 인터넷에서 최초로 개인정보가 생성될 때에만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온라인 상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헌법 제18조가 통신의 비밀을 보장하고, 통신비밀의 보장은 언론자유의 보장에 필요한 전제조건이므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한 익명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권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경우 익명인의 이름으로 사이버폭력이 발생하면 행위자의 신원을 특정하기 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