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홍보로 용산 참사 덮으려 했다니

배규상2009.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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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홍보로 용산 참사 덮으려 했다니

 

 

청와대가 ‘용산 참사’의 파장을 덮기 위해 군포 연쇄살인 사건을 홍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어제 문제의 e메일을 경찰에 보낸 국민소통비서관실 모 행정관에 대해 구두경고를 내렸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경찰이 ‘살인마 강호순’을 부각시켜 참사에 쏠린 국민들의 눈과 귀를 돌리려 한 것이다. 무고한 6인의 생명을 앗아가고 그것도 모자라 여론 조작을 꾀했다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정권의 파렴치한 대(對) 국민 기만극이라고 본다. 문건의 핵심 문구대로 ‘용산 참사로 빚어진 경찰의 부정적 프레임을 연쇄살인사건 해결이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봤다니 국민을 얼마나 업신여겼으면 그런 발상이 가능했을까 싶다. 참사든 살인이든 인명 살상이라는 충격은 마찬가지인데 정권의 안위를 위해 한 사건으로 다른 사건을 묻으려 했다니 참담하다. 이런 정권에 안전과 생명을 의탁할 수 있는 것인지 깊은 회의감이 든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여론조작을 행정관의 개인 행위로 축소·은폐하려는 청와대 대응이다. 청와대는 당초 ‘그런 일이 없다’고 둘러댔으나 꼬리를 잡히자 “행정관이 개인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고, 부적절한 행위”라고 해명했다. 지침이 당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준비팀에도 흘러들어갔다는데 그런 설명을 믿으라는 말인가. 설사 개인 차원의 일이라 해도 제대로 된 정권이라면 사과부터 하는 게 옳지 않은가. 그러고도 ‘부적절한 행위’ 정도로 치부해버리다니 정권의 손에 놓인 권력이 위험천만해 보인다.

결국 ‘철거민 유죄, 경찰 무죄’라는 검찰 수사 결과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결론이라 보아도 무리가 아닐 것 같다. 돌이켜 보면 1980년대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나 권인숙씨 성고문 사건의 경우도 반인륜적 고문뿐만 아니라 은폐와 거짓말이 국민들을 분노케 했음을 기억할 것이다. 당장 지침은 누구의 지시에 따라 작성됐고, 어느 선까지 보고됐으며, 얼마나 실행됐는지 밝혀야 한다. 아울러 특별검사제 도입 등을 통해 용산 참사의 진실이 재규명돼야 함은 물론이다.

 

 

2009년 2월 14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