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공무원이 26억원을 횡령해도 몰랐다니

배규상200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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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공무원이 26억원을 횡령해도 몰랐다니

 

 

서울 양천구청의 기능직 8급 공무원이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을 매달 9000여만원씩 3년간 26억원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시는 뒤늦게나마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했다고 안도하는 모양이나 그렇게 마음 놓을 일이 아니다. 말단공무원이 이런 엄청난 비리를 저지르는데도 까맣게 몰랐다는 점에서 감독체계의 문제점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대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소속 공무원의 비리가 드러나면 특정 개인의 범죄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사건을 서둘러 봉합하려는 경향이 있다. 범죄자를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비슷한 일의 반복을 막을 수 없다. 조직의 어느 구멍에서 비리가 발생하며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집어내지 못하는지 하나하나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장애인이나 저소득층, 노인 등에 지급되는 복지보조금은 그동안에도 실수요자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이리저리 빼돌려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의 경우 문제의 공무원이 보조금 지급대상 인원과 장애급수를 실제보다 부풀려 신청한 뒤 집행하고 남는 돈을 자기 가족 계좌로 빼돌리는 수법을 썼다고 한다. 수당 신청은 전자결재로, 수당 지급은 인터넷 뱅킹으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누구도 꼼꼼히 챙겨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상급자가 예산집행통장 내역을 확인하려 해도 담당자 외에는 공인인증서를 사용할 수 없어 접근하지 못했다는 서울시 설명까지 듣고 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도둑 막자고 만든 공인인증서 제도가 도둑의 보호막으로 사용되는데도 손놓고 있었단 말인가.

감독 당국이 엄벌 운운해도 시스템에 허점이 있으면 비리는 근절되지 않는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공금을 빼돌리는 검은 무리들이 있을지 모른다. 물샐틈없는 방벽을 세우고 상시적인 감독을 통해 공직사회 풍토를 바꿔나가는 수밖에 없다.

2009년 2월 19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