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단단히 난 모양입니다. 만나면 참새처럼 쉴 새 없이 조잘대는데, 오늘은 띄엄띄엄..분위기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만 말을 이어가고 있어요. 게다가 옷도 까만색 원피스를 입고 나왔어요. 오늘이 내 장례식이라는 의미일까요~? 무서워서 죽겠습니다. 원래 그녀는 이러지 않아요. 만나자마자 며칠간 있었던 일들을 파노라마 사진처럼 풀어놓죠, 구체적이고 리얼하게 얘기하는 게 그녀의 주특기에요. 지난주에 만났을 때만 해도 그랬어요. "자기야~어제 선주랑 잠실에 있는 백화점에 갔는데, 거기에서 선주 가방 잃어버렸다~ 자기도 선주 가방 봤지? 왜 하얀색인데..바둑판무늬처럼 생긴 가방~ 그거 지난번에 나랑 6개월 할부로 산거거든.. 근데 어제 가판다에서 세일 옷 구경하면서 점원한테 잠깐 봐 달라고 했는데..없어진 거야~ 그래서 내가 백화점 방송실까지 찾아가서 방송하고 난리를 쳤다~ 그랬더니 백화점에서 보상해준다고 했어~ 나 잘 했지..?" 이렇게 계속 끊임없이 뭔가 얘길 해야 그녀다운 건데, 오늘은 만나서 지금까지 열마디도 하질 않았습니다. 이게 다 나의 미련한 미팅 사건 때문이에요. 그저께 내가..겁도 없이 미팅을 나갔거든요. 근데 솔직히 미팅도 아니에요. 그냥 여럿이 워터 파크에 놀러 간 거예요. 민재가 여자 친구랑 가기로 했는데, 둘이 가면 재미없다고 친구들 두 명씩 데리고 오기로 했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시간되는 나랑 오진이가 가게 된 거 뿐이에요. 진짜 아무 생각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간 건데...참 운도 없죠, 하필이면 거기에서 가방 잃어버린 선주씨를 만날 게 뭐냐구요? 그러니 뭐, 바로 그녀에게 보고가 됐겠죠. 근데 며칠 동안 아무 말이 없더라구요. 먼저 말하기도 그렇고, 선주씨한테 들은 얘기 없냐고 묻기도 그렇고.. 그래서 눈치만 보면서 며칠 전화통화만 했어요. 그리고 오늘 만난건데...그녀는 거기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더 간이 서늘해요. 상점을 두리번거리며 걷든 듯싶더니, 그녀가 퉁명스럽게 한 마디 툭, 뱉습니다. "저녁 뭐 먹을까..? 난 콩국수 먹고 싶은데.." "나도 딱 콩국수가 먹고 싶었는데...우린 역시 텔레파시 커플이야~ 그지?" 오늘은 나의 애교도 통하지가 않습니다. 양 손으로 권총 쏘기를 해도 반응이 없네요.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남자랑 여자 사이엔 모르는 게 약이 될 때도 있잖아요. 이럴 땐 먼저 자수해서 광명 찾는 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자기야~ 한 번만 용서해 주라~ 다시는 안 그럴게~응? 정 억울하면 자기도 미팅 한 번 해~ 내가 눈 감아 줄게~? 응?응?"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기다리고 있었을 거라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먼저 얘기해 주길 기다리고 있었을 거라고...
- 자수하는 남자 -
화가 단단히 난 모양입니다.
만나면 참새처럼 쉴 새 없이 조잘대는데,
오늘은 띄엄띄엄..분위기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만 말을 이어가고 있어요.
게다가 옷도 까만색 원피스를 입고 나왔어요.
오늘이 내 장례식이라는 의미일까요~?
무서워서 죽겠습니다.
원래 그녀는 이러지 않아요.
만나자마자 며칠간 있었던 일들을 파노라마 사진처럼 풀어놓죠,
구체적이고 리얼하게 얘기하는 게 그녀의 주특기에요.
지난주에 만났을 때만 해도 그랬어요.
"자기야~어제 선주랑 잠실에 있는 백화점에 갔는데,
거기에서 선주 가방 잃어버렸다~
자기도 선주 가방 봤지? 왜 하얀색인데..바둑판무늬처럼 생긴 가방~
그거 지난번에 나랑 6개월 할부로 산거거든..
근데 어제 가판다에서 세일 옷 구경하면서
점원한테 잠깐 봐 달라고 했는데..없어진 거야~
그래서 내가 백화점 방송실까지 찾아가서 방송하고 난리를 쳤다~
그랬더니 백화점에서 보상해준다고 했어~ 나 잘 했지..?"
이렇게 계속 끊임없이 뭔가 얘길 해야 그녀다운 건데,
오늘은 만나서 지금까지 열마디도 하질 않았습니다.
이게 다 나의 미련한 미팅 사건 때문이에요.
그저께 내가..겁도 없이 미팅을 나갔거든요.
근데 솔직히 미팅도 아니에요. 그냥 여럿이 워터 파크에 놀러 간 거예요.
민재가 여자 친구랑 가기로 했는데,
둘이 가면 재미없다고 친구들 두 명씩 데리고 오기로 했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시간되는 나랑 오진이가 가게 된 거 뿐이에요.
진짜 아무 생각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간 건데...참 운도 없죠,
하필이면 거기에서 가방 잃어버린 선주씨를 만날 게 뭐냐구요?
그러니 뭐, 바로 그녀에게 보고가 됐겠죠.
근데 며칠 동안 아무 말이 없더라구요.
먼저 말하기도 그렇고, 선주씨한테 들은 얘기 없냐고 묻기도 그렇고..
그래서 눈치만 보면서 며칠 전화통화만 했어요.
그리고 오늘 만난건데...그녀는 거기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더 간이 서늘해요.
상점을 두리번거리며 걷든 듯싶더니,
그녀가 퉁명스럽게 한 마디 툭, 뱉습니다.
"저녁 뭐 먹을까..? 난 콩국수 먹고 싶은데.."
"나도 딱 콩국수가 먹고 싶었는데...우린 역시 텔레파시 커플이야~ 그지?"
오늘은 나의 애교도 통하지가 않습니다.
양 손으로 권총 쏘기를 해도 반응이 없네요.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남자랑 여자 사이엔 모르는 게 약이 될 때도 있잖아요.
이럴 땐 먼저 자수해서 광명 찾는 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자기야~ 한 번만 용서해 주라~ 다시는 안 그럴게~응?
정 억울하면 자기도 미팅 한 번 해~ 내가 눈 감아 줄게~? 응?응?"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기다리고 있었을 거라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먼저 얘기해 주길 기다리고 있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