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신랑 신부가 그날 밤에 처음 만날 수 밖에 없었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좀 더 가깝게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만의 언어는 아닐까? 첫날밤 처음 만난 상대가 맘에 들면 ‘thank you, god’ 이겠지만, 반대의 상황이라면 –whoops(웁스)-. 어쨌든 쉽게 만나고, 헤어지고, 쉽게 짝을 바꾸는 젊은 세대들에게 첫날밤은 그저 “연지 곤지”와 같은 낯선 단어이거나, 다른 의미일지도 모른다. 혼전 성관계 금지라는 어이없는 교육을 받아온 우리 세대에게, 신혼여행을 막 마친 부부집에 둘러 앉아 들었던 고급스러운 음담패설은 이제 살아져 가는 우리문화의 하나인 것 같아 조금은 아쉽다.
약 15년 전, 한때 내가 속해있는 중국어 스터디 그룹에서 눈이 맞아 결혼한 한 커플이 있었다. 허니문 여행에서 정말로 그들은 첫날밤을 맞이해야 했다. 호텔에 들어간 후 먼저 샤워를 마친 신랑은 (영화에서 보면 그렇듯) 긴 타월로 하체만 가리고 나와 신부의 차례를 기다렸다. 신부는 입고 있던 예복조차 벗기 쑥스러워하며 그대로 샤워실에 들어갔다. 밖에서 기다리는 신랑은 샤워기로부터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두 근 반 세 근 반 뛰었다. 물소리가 멈추고 그녀가 문을 열고 나오기까지, 물방울이 맺힌 젖은 머리에 수건을 반만 가리고 나올 신부의 나체를 상상하니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드디어 문은 열리고, 등장한 신부를 본 신랑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들어갈 때 입었던 예복 그대로를 입고 머리만 젖어 나왔다.
약 2년 전, 3년 연애 끝에 결혼한 커플이 있다. 볼 장까지 다 보진 않았어도 적당히 알건 다 아는 부부였다. 꼬장 꼬장하고 깔끔하며 지나칠 정도로 검소한 그녀는 완벽한 신부감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결혼 전 신혼 첫날밤에 입으라는 아름다운 속옷을 선물 받았다. 속옷을 이리 둘러보고 저리 둘러본 알뜰 살뜰한 그녀는 치안이 잘 안된 필리핀에서 그것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이 생겼다. 생각 끝에 그 낯뜨거운 속옷은 옷장에 살폿이 놓아두고, 버리고 올 수 있는 늘어진 속옷만 여행가방에 넣었다. 어차피 첫날밤의 대사는 어둠 속에서 진행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녀는 호텔 샤워실에서 그녀의 속옷을 비누로 뽀독뽀독 빨아 널었고, 결정적으로 그 사실이 잊어버렸다. 그녀보다 세 살 어린 신랑은 그녀의 구멍난 팬티를 들고 나와 아주 조심스럽게 타일렀다고 한다.
“이제 그만 버리죠.”
이 애기를 듣고 나서 난 집에 있는 늘어진 모든 속옷을 미련 없이 버렸다.
마지막 내게 웃음을 선사했던 커플은 사귄 지 7년 만에 결혼했다. 시쳇말로 볼 장 다 봤다. 그러나 어찌 됐건 간에 신혼 첫날밤은 화끈하게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신부는 고급 속옷 가게를 미친 듯이 돌아다녔고 결국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후루룩 흘러 내려앉는 환상적인 슬립을 마련했다. 첫날밤, 먼저 샤워한 신랑은 평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침대에 누워 TV를 보고 있었고, 신부는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신부는 준비해온 속옷을 입고 붉은 색 립스틱을 수 십 번씩 발랐다. 그러나 둘 사이에 쎅시해 보이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화끈한 히든 카드를 생각해 냈다. 드디어 욕실의 문은 열렸고 이 신랑 역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빨간 입술, 야한 속옷의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욕실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다.
한때 나에게 혼전 순결을 강조했던 남자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었다. 그는 수긍하며 우리는 그렇게까지 되지 말자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안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절반이 시작 - 첫날밤
절반의 시작 – 첫날밤
첫날밤.
그것은 신랑 신부가 그날 밤에 처음 만날 수 밖에 없었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좀 더 가깝게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만의 언어는 아닐까? 첫날밤 처음 만난 상대가 맘에 들면 ‘thank you, god’ 이겠지만, 반대의 상황이라면 –whoops(웁스)-. 어쨌든 쉽게 만나고, 헤어지고, 쉽게 짝을 바꾸는 젊은 세대들에게 첫날밤은 그저 “연지 곤지”와 같은 낯선 단어이거나, 다른 의미일지도 모른다. 혼전 성관계 금지라는 어이없는 교육을 받아온 우리 세대에게, 신혼여행을 막 마친 부부집에 둘러 앉아 들었던 고급스러운 음담패설은 이제 살아져 가는 우리문화의 하나인 것 같아 조금은 아쉽다.
약 15년 전, 한때 내가 속해있는 중국어 스터디 그룹에서 눈이 맞아 결혼한 한 커플이 있었다. 허니문 여행에서 정말로 그들은 첫날밤을 맞이해야 했다. 호텔에 들어간 후 먼저 샤워를 마친 신랑은 (영화에서 보면 그렇듯) 긴 타월로 하체만 가리고 나와 신부의 차례를 기다렸다. 신부는 입고 있던 예복조차 벗기 쑥스러워하며 그대로 샤워실에 들어갔다. 밖에서 기다리는 신랑은 샤워기로부터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두 근 반 세 근 반 뛰었다. 물소리가 멈추고 그녀가 문을 열고 나오기까지, 물방울이 맺힌 젖은 머리에 수건을 반만 가리고 나올 신부의 나체를 상상하니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드디어 문은 열리고, 등장한 신부를 본 신랑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들어갈 때 입었던 예복 그대로를 입고 머리만 젖어 나왔다.
약 2년 전, 3년 연애 끝에 결혼한 커플이 있다. 볼 장까지 다 보진 않았어도 적당히 알건 다 아는 부부였다. 꼬장 꼬장하고 깔끔하며 지나칠 정도로 검소한 그녀는 완벽한 신부감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결혼 전 신혼 첫날밤에 입으라는 아름다운 속옷을 선물 받았다. 속옷을 이리 둘러보고 저리 둘러본 알뜰 살뜰한 그녀는 치안이 잘 안된 필리핀에서 그것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이 생겼다. 생각 끝에 그 낯뜨거운 속옷은 옷장에 살폿이 놓아두고, 버리고 올 수 있는 늘어진 속옷만 여행가방에 넣었다. 어차피 첫날밤의 대사는 어둠 속에서 진행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녀는 호텔 샤워실에서 그녀의 속옷을 비누로 뽀독뽀독 빨아 널었고, 결정적으로 그 사실이 잊어버렸다. 그녀보다 세 살 어린 신랑은 그녀의 구멍난 팬티를 들고 나와 아주 조심스럽게 타일렀다고 한다.
“이제 그만 버리죠.”
이 애기를 듣고 나서 난 집에 있는 늘어진 모든 속옷을 미련 없이 버렸다.
마지막 내게 웃음을 선사했던 커플은 사귄 지 7년 만에 결혼했다. 시쳇말로 볼 장 다 봤다. 그러나 어찌 됐건 간에 신혼 첫날밤은 화끈하게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신부는 고급 속옷 가게를 미친 듯이 돌아다녔고 결국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후루룩 흘러 내려앉는 환상적인 슬립을 마련했다. 첫날밤, 먼저 샤워한 신랑은 평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침대에 누워 TV를 보고 있었고, 신부는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신부는 준비해온 속옷을 입고 붉은 색 립스틱을 수 십 번씩 발랐다. 그러나 둘 사이에 쎅시해 보이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화끈한 히든 카드를 생각해 냈다. 드디어 욕실의 문은 열렸고 이 신랑 역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빨간 입술, 야한 속옷의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욕실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다.
한때 나에게 혼전 순결을 강조했던 남자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었다. 그는 수긍하며 우리는 그렇게까지 되지 말자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안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그냥 신혼 첫날밤에 기어 나오는 걸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