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19일 “대기업 금고에 100조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벌들에 적극적인 투자를 독려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오늘 경제5단체장들을 만나 투자 확대를 주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업이 투자를 해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이들의 말은 원론적으로 모두 맞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도 이런 때일수록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꼭 틀린 말은 아니다. 정부로서는 법인세를 깎아주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 주고 있는데도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것에 대해 배신감 비슷한 것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실제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투자에 나서기는커녕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한다. 법인들이 대표적인 단기성 자금 운용 창구인 머니마켓펀드(MMF)에 맡긴 돈만 해도 86조원에 이른다.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투자 확대에 나서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사실 정부나 정치권이 투자를 하라, 말라 하지 않아도 투자를 해야 할 때인지 아닌지는 기업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돈이 된다 싶으면 먼저 달려가는 것이 이들 기업의 생리이다.
일부에서는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재계 요구대로 출자총액제한제도나 금산 분리 같은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정부도 여기에 목을 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인수·합병(M&A)을 통한 재벌 몸집 불리기를 용이하게 만들어 줄지는 몰라도 본래 의미의 투자 확대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투자가 제 취지를 살리려면 공장을 새로 짓거나 설비를 늘리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모두가 투자와 출자를 구분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 잘못된 주장이다.
지금과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에는 기업 투자가 늘지 않는다고 정부나 정치권이 나서서 안달할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착실한 구조조정을 통해 과잉 투자, 과잉 공급의 폐해를 수습하는 것이 더 긴요하다. 또 빈민층·실업자 구제를 강화하고 소득 양극화를 완화함으로써 서민층이나 취약계층의 소비 여력을 키워주는 것이 내수 기반을 다지는 데도 훨씬 유용하다.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번지수 잘못 찾은 ‘대기업 투자 독려’
번지수 잘못 찾은 ‘대기업 투자 독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19일 “대기업 금고에 100조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벌들에 적극적인 투자를 독려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오늘 경제5단체장들을 만나 투자 확대를 주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업이 투자를 해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이들의 말은 원론적으로 모두 맞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도 이런 때일수록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꼭 틀린 말은 아니다. 정부로서는 법인세를 깎아주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 주고 있는데도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것에 대해 배신감 비슷한 것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실제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투자에 나서기는커녕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한다. 법인들이 대표적인 단기성 자금 운용 창구인 머니마켓펀드(MMF)에 맡긴 돈만 해도 86조원에 이른다.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투자 확대에 나서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사실 정부나 정치권이 투자를 하라, 말라 하지 않아도 투자를 해야 할 때인지 아닌지는 기업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돈이 된다 싶으면 먼저 달려가는 것이 이들 기업의 생리이다.
일부에서는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재계 요구대로 출자총액제한제도나 금산 분리 같은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정부도 여기에 목을 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인수·합병(M&A)을 통한 재벌 몸집 불리기를 용이하게 만들어 줄지는 몰라도 본래 의미의 투자 확대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투자가 제 취지를 살리려면 공장을 새로 짓거나 설비를 늘리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모두가 투자와 출자를 구분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 잘못된 주장이다.
지금과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에는 기업 투자가 늘지 않는다고 정부나 정치권이 나서서 안달할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착실한 구조조정을 통해 과잉 투자, 과잉 공급의 폐해를 수습하는 것이 더 긴요하다. 또 빈민층·실업자 구제를 강화하고 소득 양극화를 완화함으로써 서민층이나 취약계층의 소비 여력을 키워주는 것이 내수 기반을 다지는 데도 훨씬 유용하다.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2009년 2월 24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