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학 등록금을 냈습니다.

배호연2009.02.26
조회62,871

저는 대학생입니다.

 

한국에서 세번째로 학비가 비싸다는 학교에서

 

단과대에서는 가장 학비가 비싼 음대를 다닙니다.

 

왜 음대가 비싼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1학년 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부모님의 지원으로 학교를 다녔지만

 

5년이 지난 후 2학년으로 복학하는 입장에서

 

내가 아무 노력도 안하고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이

 

나 자신에게 부끄러워서

 

내 손으로 학비를 마련하려고 일을 했습니다.

 

 

 

 

일을 할 곳을 찾느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보니

 

정말 요새 경제 어렵다는것이 느껴졌습니다.

 

알바자리로는 등록금이 충족될리가 없고

 

학원 강사나 과외, 레슨 자리도 쉽게 나지가 않았습니다.

 

하루빨리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날짜는 계속 지나가고

 

뭔일인듯 못하겠냐 하고 닥치는대로 이력서를 넣던 중

 

일자리를 잡게 된 것은 비정규직 노동직이었습니다.

 

그나마 그 비정규직을 노동자를 채용하는데도

 

약 5:1 가량의 경쟁률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더러운꼴들.. 정직원들과의 갈등..

 

다 참아가며 학비를 모으기 시작한지 5개월

 

그동안 핸드폰비와 교통비를 제외하고는

 

거의 한푼도 낭비하지 않고 학비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나의 고생과는 상관이 없는듯

 

내 앞으로 날아온 고지서는 냉혹하기만 합니다.

 

 

 

 

 

'2009학년도 1학기 등록금 오백삼십만팔천칠백원'

 

 

 

 

 

그나마 올해는 동결이 된 금액입니다.

 

 

 

 

 

내가 기를 쓰고 모은 돈으로도 충족이 되지 않아서

 

결국에는 부모님께 30만원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오늘 등록금을 내러 학교에 갔습니다.

 

내가 몇달을 고생해서 모은 등록금은

 

돈이 아니고 내 시간과 땀이 배인 고생덩어리였습니다.

 

나는 그것들을 은행 ATM기계에 대고 하는 손가락질 몇번으로

 

차마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돈을 다 뽑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수표도 섞어볼까 했지만

 

내가 흘려온 땀을 모두 확인하고 싶어서 죄다 만원짜리로 뽑았습니다

 

 

 

 

 

 

돈을 인출하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거립니다.

 

생각해보니 여지껏 20만원 이상 되는 현금을 만져본 기억이 없습니다.

 

청원경찰이 뒤에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도

 

누가 훔쳐가지는 않을까 돈을 뽑으면서 생각합니다.

 

두근두근 거립니다.. 사람들의 눈치를 봅니다.

 

 

 

 

 

대기표를 뽑고는 사람 없는 은행 구석에 자리를 잡고는

 

내 시간들을, 내 땀들을, 내 노동의 흔적을 만져보았습니다.

 

멍하니 이놈을 쓰다듬으며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도 학비를 마련한 내가 뿌듯하기도 하고

 

곧 내 손을 떠나가버릴 이 녀석이 얄궂기도 합니다.

 

그러나 생각은 점점 스스로 뿌듯해하는 나를 지워버리며

 

다른곳으로 향해갑니다.

 

이까짓 등록금을 버는데 거진 반년이나 소비한 나를 조롱하고있습니다.

 

이 사회의 주류라고 자부하는 이들의 시선인가요..

 

 

 

현금 오백삼십일만원을 직원 앞에 내어놓습니다.

 

내가 내어놓은 이 녀석은 나의 고생을 품고있는데

 

은행 직원과 돈세는 기계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채 5분도 안 되는 사이에 일을 마쳐버립니다.

 

3개월 수업료의 댓가로 그들은 내 고생덩어리들을 뒤로 하고는

 

천 삼백원을 거슬러주었습니다.

 

 

 

 

 

 

천 삼백원을 받아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갑자기 현기증이 납니다.

 

돈을 인출할 때 부터 붕 뜨기 시작한 마음이

 

이제야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반년 열심히 일한 돈으로 3개월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연 나는 삼개월 동안 오백삼십만팔천칠백원어치의

 

무언가를 배우게 될까요?

 

많은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사실 살아가면서 필요한 지혜는 대학 1년을 다니면서보다

 

지난 6개월동안 더 많이 배운듯 싶습니다.

 

 

 

내가 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냥 뭘 배울생각을 하지 말고

 

남들처럼 스펙이나 열심히 챙겨야 하는걸까요?

 

이번학기 등록금은

 

이력서에 '대졸'이라는 두글자를 적기 위한 투자금인걸까요?

 

 

 

 

 

이번학기 등록금을 내고 나니 곧바로 닥쳐오는 걱정은

 

다음학기 등록금입니다.

 

열심히 공부를 해서 장학금을 받아보자는 각오로

 

핸드폰 배경에 '등록금 또 내고 싶냐'라는 문구를 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전액장학금은 안 주는 것 같고 4.3 만점에 4.1은 넘어야

 

반액이나 삼분의 일을 받을 수 있다'는 동기의 말을 생각해 볼때

 

공부는 공부대로 하고 틈틈히 일을 하고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또 알바를 하던지 비정규직 노동을 하던지 해야

 

다음학기 등록금이 나올 것 같습니다.

 

 

 

 

만약에 학교가 내년에 등록금을 내린다면 그것은 기적일까요?

 

올해 인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년에 갑자기 또 학비가 오른다면......

 

 

 

5년전에 입학금 백만원을 포함했던 등록금보다

 

지금 순수 등록금이 무러 50만원 가량 비싼걸 보면

 

이제 2학년이 되는 내가 졸업하기 전에 6백만원은 거뜬할 듯 싶습니다.

 

6백만원이 되는 학비를 벌기 위해서 나는 반년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매달 백만원씩을 꼬박꼬박 모아야 합니다.

 

혹은 학교를 열심히 다녀 최대 반액정도의 장학금을 타낸 후

 

방학을 이용하여 삼백만원 가량을 모으던가

 

아니면 결국에는 많은 양의 금액을 또 부모님께 손을 벌리던가

 

그것도 아니면 한 일년 휴학을 하고

 

한학기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던가...

 

나는 내년에, 아니 다음학기에 학교에 등록을 하게 될까요?

 

 

 

 

 

누군가 말했지요.

 

'돈없어서 공부 못하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이글을 쓰고 잡혀가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